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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두려워하는 ‘중국판 나비효과’ - 시진핑 “사소한 부주의가 나비효과 일으켜” 경고 - 위기의식 강하게 느끼는 시진핑, "인민들의 반발이 두렵다!" - 시진핑, “사회 안정이 곧 국가안보"
  • 기사등록 2023-11-20 0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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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소한 부주의가 나비효과 일으켜” 경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제로 코로나에 저항하는 시위가 일어난 후 “사소한 부주의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위기가 확대되지 않도록 조기에 대응하라”고 고위 간부들에게 지시헸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시 주석이 지난 2월 7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당 중앙위원회 신규 위원 및 성급 부처 관리 수백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소한 '나비 효과'가 작은 위협을 큰 위험으로 바꿀 수 있다”며 “고위 간부들에게 ‘정치적 위험에 미리 대비하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진핑의 이같은 연설 내용이 그동안 쉬쉬해 오다가 이달 중국 중앙문헌출판사가 발간한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당시 연설에서 “지금 다양한 위험이 고도로 연결돼 빠르게 전달된다”며 “사소한 부주의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이어 “작은 위험이 큰 위험이 되고, 위험은 일반적인 위험이 되며, 경제·사회적 위험은 정치적 위험이 된다”며 “위험을 조기 발견해 신속히 행동하고 최전선에서 지휘하며 위험이 발생하자마자 즉시 판단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작은 일이 큰일이 되도록 미루지 말고 큰일이 결국 터지도록 미루지 말라”라고 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의 당시 연설 일부는 앞서 공개됐지만,, 나비효과 관련 발언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당시 연설은 3월 중국 국가주석으로서 기록적인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한 달 전에 이루어졌다. 관영 언론의 초기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공무원들은 이 연설을 통해 시 주석의 명령을 배우고 실천에 옮길 것을 요청받았다.


[위기의식 강하게 느끼는 시진핑]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최근들어 관리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위대한 투쟁을 하라고 촉구하며 경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말에도 제20기 중앙 국가안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최악의 상황과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높은 풍랑과 거칠고 사나운 파도, 위험한 폭풍우에 맞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카고대 정치 전문가 다리 양(Dali Yang) 교수는 SCMP에 “시 주석은 수년간 모든 종류의 위험에 대해 우려해왔고, 최근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국가 안보를 바라보는 것”이라면서 “내 생각에 그가 나비효과에 대해 얘기했을 때 그것은 지난 겨울 발생한 시위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일부 도시에서는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엄격한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당시 중국 당국은 적지 않게 당황했고 또 놀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 직후 중국은 그동안 시진핑의 위대한 치적이라 자랑하면서 완강하게 고집해 오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12월 초 들어 돌연 폐지하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전면 해제했고, 올해 1월에는 아예 국경을 열며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계속 침체해 있고, 여기에 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까지 더해졌으며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으로 민심은 그야말로 흉흉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사실상 코너에 몰리면서 지정학적 긴장의 최대 패배자로 등극했다.


문제는 이렇게 사면초가의 어려움이 중국 공산당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불안불안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 당국은 반간첩법을 발동시키면서 주민들 감시에 들어갔고, SNS등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 표출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


[시진핑, “사회 안정이 곧 국가안보”]


이런 위기 상황을 감지한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고위급 회의에서 “사회안정이 곧 국가안보”라면서 “중국이 직면한 국가 안보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무원들에게 “강풍과 파도, 심지어 위험한 폭풍우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최악의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다리 양은 “큰 일이 터질 때까지 머뭇거려서는 안된다고 시 주석이 말한 것은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사소한 일이라고 덮어 버리고 무시해 버리는 상황에 대해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시스템이지만, 이러한 체계가 현장에서 사소한 일로 뭉개버리면서 나중에는 대처할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해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12월의 백지시위도 그래서 적기에 대처를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리 양은 이어 “시진핑이 중국의 현재 상황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끼면서 사회적 안정 유지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정치부서든, 공안 부서든 모두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이러한 전반적 상황으로 비춰볼 때, 현재 중국 공산당은 국가 안보를 중국 사회의 어떠한 아젠다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경제마저도 사회적 안정의 부수 요소가 되어 버렸다.


심각한 것은 시진핑의 인식이다. SCMP는 “지난 2월의 연설에서 시 주석은 ‘현대화가 서구화를 의미한다는 신화를 불식시켰다’고 말하며 중국 모델을 개발도상국이 따라야 할 모범으로 칭송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또한 참석자들에게 “중국이 직면한 위험과 도전을 충분히 인식하고 ‘과감하게 싸우고 잘 싸워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간부들을 ‘지지하고 격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한마디로 누가 뭐래도 공산당과 시진핑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진핑의 중국식 사회주의 개념을 이해한다면 앞으로의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중국은 외국인 투자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면서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지속해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완전히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리스트를 더욱 축소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면서 ”외국 기업에 지속적으로 (국내 기업과) 동등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 내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 정책을 개선하는 등 더욱 '따뜻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글로벌 기업들을 향해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구애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진핑의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국에서 레드카펫을 깔아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이날 연설에 참석했던 기업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의 매우 호의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인들은 미중 갈등 격화, 중국의 해외 기업 단속,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 등을 우려해 중국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갤럽, 에어비앤비, 링크드인 등 주요 미 기업이 최근 중국에서 철수한 데 이어 애플도 중국 대신 인도, 베트남 등 국가에 제조 주문을 넣고 있다. 모건 스탠리와 국제 로펌 덴튼스 등 기업도 핵심 인력을 중국 밖으로 빼내고 현지 사업장 운영을 중단하는 등 중국 사업을 축소했다.


FT는 이에 대해 ”지정학적 긴장 등 요소가 중국 내 사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외국기업에도 반간첩법 등의 위협이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 누구라도 체포할 수 있는 여건이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어떠한 레토릭도 기업들의 실제적인 우려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의 안정적 수호가 제1의 가치가 된 중국에 글로벌 기업들이 마음 놓고 숨 쉴 수가 없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를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마음도 떠나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내 시위와 폭동 가능성은?]


그런데 진짜 우려되는 것은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국 인민들의 반발이다. 시진핑 주석이 경제를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정권의 안정을 우선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그만큼 중국 인민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중국 인민들을 향한 감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자유는 점점 더 희박해지고, 또한 이로인한 경제적 손실도 갈수록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경제적 안정이 확대되면 사회의 혼란도 줄일 수 있지만, 숨 쉴 자유도 사라져가는 마당에 경제까지 어려워진다면, 그땐 그야말로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어쩌면 시진핑도 지금 그러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예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극히 사소한 것이라도 중앙에 보고해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런데 좋지 않은 일이 자기 지역에서 생기면 당장 부정적 평가를 받고 심하면 책임까지 묻는 중국사회에서 시진핑의 지시가 제대로 먹힐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렇게 중국은 지금 당장은 조용한 듯 보이나 상황은 물이 끓기 직전과 같다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혼돈 상황이 과연 세계의 정치와 경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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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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