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경악할만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유 - 가자 지구의 지도자 신야르, 이스라엘 멸망이 목표 - 그동안 철저한 전쟁준비해 와, 이스라엘은 전혀 몰랐다 - 군사력 강화한 하마스, 눈치채지 못한 이스라엘
  • 기사등록 2023-11-10 00:30:36
기사수정



[드러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유]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민간인 1400여명이 사망하고, 240여명의 인질을 강제로 끌고가는 대참사가 벌어지면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자신들의 목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된 도박이었음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해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고 지역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이는 하마스의 계산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면서 “하마스 지도부는 갈수록 요원해지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대의를 되살리고, 이스라엘 상대 무장투쟁에 다시 불씨를 댕겨 이스라엘과의 '영구적' 전쟁 상태를 만들고자 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정체된 대 이스라엘 투쟁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폭력만이 답이었으며, 이스라엘의 보복도 감수했다“면서 ”하마스 지도자들이 후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으나 오히려 정반대”라고 밝혔다.


하마스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칼릴 알-하야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번 기습 공격이 대성공이라고 칭송하고 있으며, 일부 지도자들은 공격을 계기로 이스라엘, 가자 및 주변 국가들의 공존하는 상황을 끝장내는 전쟁이 이어질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 하마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스라엘 공격은 당사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큰 성공이었으며 치명적이었다. 공격을 계기로 하마스의 내분이 사라지고, 하마스의 가자 지구 통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일소했으며,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군사조직이 될 수 있음을 과시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 몇 달 동안 가자는 비교적 조용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다른 민병대 조직 사이에 벌어지는 전투에 개입하지 않았고,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들은 수천 km 떨어진 카타르에 머물면서 지원을 끌어내는 협상을 벌였다.


결정적인 것은, 팔레스타인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가 임박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을 차단시켜야 할 필요가 생겼다. 결국 하마스는 조용한 토요일 아침,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폭격해 민간인들을 살해할 것이 분명했는데도 말이다.


[가자 지구의 지도자, 신야르]


이번에 확인된 것은, 하마스를 이끄는 지도자가 신야르라는 사실이다. 신야르가 가자를 장악한 것은 2017년부터다. 웃는 법이 없는 강경파 신야르는 1980년대 1차 팔레스타인 봉기 뒤 만들어진 군사 조직 하마스의 1세대로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수염을 잘 정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신야르는 하마스 군사조직 카삼 여단 창설을 지원했는데, 카삼 여단은 이스라엘 도시에 다수의 자살폭탄 공격을 벌이고, 이스라엘 마을을 향해 로켓을 발사한 바 있다. 신야르는 또한 하마스에 침투한 이스라엘 스파이를 색출해 가혹하게 처형하면서 “칸 유니스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칸 유니스는 그가 태어난 곳이다.


신야르는 지난 1988년 이스라엘 협력 팔레스타인 주민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20년 이상을 보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인질로 잡은 사병 1명을 구하기 위해 1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것을 보고 신야르는 이스라엘이 인질을 구하기 위해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2011년 신야르가 이스라엘에서 풀려나 가자지구에 돌아왔을 당시, 팔레스타인은 크게 분열된 상태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 협정을 맺었으나 서안지구에서조차 지배력이 제한돼 있었음에도 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협상의 대표였다.


이에 반해 하마스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단체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 자체를 배신행위로 보고 있으며,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지구상에서 없애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마스는 지난 2007년 가자 지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가자 지구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함께 가자를 봉쇄해 하마스를 약화시키려 했고 이에 따라 고립된 가자 지구 주민들이 큰 생활고를 겪게 됐다.


신야르가 가자 지구로 복귀했을 때 하마스는 이미 뿌리를 내리고 이스라엘과 ‘폭력적 평형’을 이룬 상태였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이스라엘의 폭격이 반복됐다. 그러나 가자 지구의 모든 상품과 전기가 이스라엘에서 공급됐고, 하마스는 종종 휴전 협상에 나서 봉쇄를 완화시켜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야르가 제일 우려했던 것은, 하마스마저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같이 이스라엘과 협력하면서 적당히 공존하는 체제가 굳혀지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신야르는 2012년 하마스에서 군사부문 대표가 되었고, 데이프 카삼 여단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준비하게 된다. 이번 이스라엘 기습도 이 두 사람의 합작품이었다.


[군사력 강화한 하마스, 눈치채지 못한 이스라엘]


신야르가 하마스의 군사부문을 장악한 이후, 이스라엘과 일부 충돌이 있기는 했지만 이스라엘이 경악할만한 도발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스라엘 군 정보국과 국가안전보장위원회는 하마스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믿었다.


하마스도 전쟁보다 통치에 더 주력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가 벌인 이스라엘 공격에 두 차례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마스 정치 지도자들은 카타르의 중개를 통해, 가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고 이스라엘 취업자를 늘리려 애썼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방어벽과 대공방어망이 하마스를 막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그러한 판단은 착각이었다. 하마스는 은밀하게 군사력을 키우고 있었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당시 하마스는 2만~4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1만5000기의 로켓을 생산한 상태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격포와 대전차 미사일, 대공 미사일도 갖추고 있었다.


신야르는 시리아 내전을 이유로 2012년 시리아에 있던 대표부를 폐쇄하면서 끊어졌던 이란과 관계도 복원했다. 최근 몇 년 새 많은 하마스 전투원들이 이란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와 이란으로부터 군사 훈련도 받았다. 이렇게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착착 해 오고 있었다는 의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왜 기습공격했을까?]


그렇다면 하마스는 왜 지난 10월 7일을 이스라엘 공격의 디데이로 삼았을까? 우선 몇 년 동안 공격을 준비하면서도 지난달 7일을 공격 날짜로 정한 것은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 정보가 새나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심지어 가자 이외 지역에 체류하는 하마스 지도자들도 이스라엘 공격을 몰랐다.


공격 작전의 핵심 목표는 이스라엘군 병사를 최대한 많이 납치해 포로 교환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또한 하마스 당국자들은 일단 이스라엘 공격을 시작하면 다른 지역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봉기하고, 아랍국 국민들도 자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반 이스라엘 세력들이 동시에 봉기하고 헤즈볼라 등도 전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자신들이 가자 봉쇄 장벽을 파괴하면서 밀고 들어가면, 가자 지구 주민들과 다른 민병대들이 이스라엘에 진입해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고 납치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하마스의 착각이었다. 자신들의 적극적인 후원자인 이란마저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고, 당연히 동참할 것으로 알았던 헤즈볼라마저도 주춤거리고 있다.


또한 하마스가 이스라엘 주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또 인질로 잡아간 것에 대해 의외로 여론들이 좋지 않고, 또 이스라엘의 반격이 상상외로 거세자 하마스는 적잖이 당황하면서 자신들이 벌인 잔혹극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지금도 이스라엘 공격을 칭찬한다. 대 이스라엘 투쟁을 고양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알-하야는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면서 “하마스, 카삼, 저항 세력이 세상을 깊은 잠에서 깨웠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중요함을 인식시켰다”고 주장했다.


[결국 분란 생긴 팔레스타인 진영]


문제는 하마스의 생각대로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면, 팔레스타인 문제는 물론이고 가자지구를 근거로 한 2국가 체제 건설도 성립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하마스 내부에서 그동안 조직의 정체성과 목적을 두고 상반된 입장이 충돌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핵심적인 것은 하마스가 라이벌 정당인 파타와의 대립 끝에 가자지구를 독자적으로 통치하게 됐지만, 하마스는 사실 가자지구 주민의 일상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정부 역할을 할 계획도 없고, 또 그럴 능력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지도부내에서 본래 목표인 무력에 의한 독립국가 건설과 새로 부여된 가자지구 통치 임무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정치 지도자 야히아 신야르와 알카삼 여단의 최고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 등 하마스 최고 지도부는 무장조직으로서의 정체성과 목적을 되살리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2국가체제 건설도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이들이 추구하는 바를 이스라엘이 용인할 수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하마스가 추구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이고 파괴다. 이스라엘의 존립도 부정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과의 평화협정 추진도 전면적으로 반대한다. 이러한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명피해마저도 치러야 할 대가라는 것이 하마스의 시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도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하마스 소탕작전을 해야 한다고 찬성하는 것이다. 결국 하마스의 망상적 꿈 때문에 죄없는 민간인들만 희생당하고 있다. 이것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실상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80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