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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판다 외교의 종말 - 23년만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美 판다 가족 - 영국, 한국의 판다도 중국으로 되돌아간다 - 이미 정치적 도구가 되어버린 판다, 중국 이미지 희석 활용 반대
  • 기사등록 2023-11-09 12: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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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美 판다 가족]


지난 1979년부터 미중 우호의 상징이었던 판다가 임대 연장에 실패하면서 중국으로 돌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정치적 동물’로 불리기도 하는 판다는 사실상 중국이 소프트 파워(Soft Power) 외교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중국 스스로 고립의 길로 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인 판다는 지난 50년 이상 우호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보내진 외교적 도구로서 역할을 해 왔다”면서 “지난 2013년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에 분홍색 주름진 새끼 판다 한 마리가 도착해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던 당시 주미 중국 대사였던 추이톈카이는 이들 판다를 가리켜 ‘두 마리의 중국 대사’라고 부를 정도로 강력한 외교 도구였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오는 12 월7일까지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워싱턴DC의 팬더 세 마리는 예정보다 빠른 11월 15일경에 중국으로 반환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에는 애틀란타 동물원의 4마리만 남게 되는데, 이들 역시 내년에 임대기간 만료로 역시 중국으로 반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중간 우호의 상징이었던 판다가 모두 중국으로 되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사랑스러운 판다도 극복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 불길함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WP에 따르면, 판다와의 사랑은 1972년 한 만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 베이징에 막 도착한 상태였다. 냉전의 미래와 공산주의 국가이자 오랜 적대국이었던 중국과의 미지의 관계에 대한 미국의 미래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환영 만찬에서 영부인 팻 닉슨은 마오쩌둥 주석에 이어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인 저우언라이 총리 옆에 앉았다. 영부인은 테이블 위에 판다 두 마리의 로고가 새겨진 작은 담배통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본 팻 닉슨은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격찬을 했다. 그러자 저우언라이는 선뜻 판다를 선물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판다는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에 도착했고, 그 이후로 판다는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면서 워싱턴의 비공식 마스코트로서 자리잡았다.


그렇게 든든하게 미중간 우호를 지켜왔던 판다가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귀환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당국자들은 판다 외교의 붕괴와 이것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공식적으로 중국이 미국 동물원에 판다를 대여하는 계약은 단순히 만료되었고, 이 계약은 갱신되지 않았다. 중국이 임대기간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란 상황에서 요즘 미국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하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판다들을 미국에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또 부탁한다면 앞으로 계속 미국에서 판다는 볼 수 있을까요?”


[영국, 한국의 판다도 중국으로 되돌아간다]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판다는 미국만의 사건이 아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의 판다 한 쌍(수컷 ‘양광’과 암컷 ‘톈톈’)도 올해 12월 중국으로 돌아간다. 2011년 영국에 도착한 후 12년 만이다.


중국은 전 세계 약 24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취약종 판다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오로지 대여 형식으로만 판다를 해외에 보내고 있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의 소유권 역시 중국 정부에 있다. 또한 판다들은 성체가 되는 생후 4년 차쯤 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간다. 이런 이유 떄문에 한국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푸바오’도 최근 3살을 맞으면서 중국 반환이 임박했다.


[왜 판다인가?]


중국은 그동안 소프트파워 외교의 상징적 동물로서 판다를 정치적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1957년부터 1983년까지 중국은 우방 9개국에 판다 24마리를 나눠줬다. 이때 ‘판다 외교’라는 용어가 생겼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마오는 살아 숨 쉬는 존재가 국제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평했다.


판다가 이렇게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자, 중국은 이제 경제적 도구로서 판다를 활용하게 된다. 1980년대부터 중국은 멸종 위기의 판다 연구에 사용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한 달에 5만 달러(약 6700만 원)씩 받고 판다를 임대하기 시작했다. 외교에 자본주의적 발상이 끼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판다를 보유한 동물원은 중국 정부에 연 10억 원가량(한 쌍 기준)을 보호 기금(번식 기금) 명목으로 내고 있다. 여기에 새끼가 처음 태어나면 추가로 50만 달러(약 6억7000만 원)를 내야 하고, 둘째가 또 태어난다면 30만 달러(약 4억 원)의 보호 기금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WP는 “판다는 노골적인 선물 대신 값비싼 대여품이 되었고, 중국은 보통 판다 한 마리당 연간 50만 달러를 청구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소위 ‘판다 비즈니스’의 효용성 문제가 불거진다. 판다를 중국에서 임대해 왔을 때, 과연 그 국가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핀란드 같은 경우는 임대 만료 기간 이전에 반환하는 방안까지 검토된 바 있다.


[이미 정치적 도구가 되어버린 판다]


사실 경제적으로 그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외교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경우, 비용에 관계없이 국가간 우호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라도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판다의 경우는 단순한 소프트파워의 도구로서가 아닌 정치적 도구가 되어 버렸다고 보는 것이 맞다.


WP는 이와 관련해 “2013년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이 캐나다, 프랑스, 호주와 판다를 계약한 시기가 이들 국가와의 우라늄 거래 및 계약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과 같은 이웃 국가와의 판다 교류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및 거래와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1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판다 기증 건수는 해당 국가의 중국과의 무역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중국이 고도한 외교전략으로 판다를 적극 활용해 왔다는 의미다.


WP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판다를 받은 국가에는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등이 포함되었다”면서 “작년에 중국은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중동에 첫 판다 한 쌍을 보냈는데, 이 판다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카타르에 도착했으며, 카타르에서는 중국 기업이 주요 건설 계약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반면 조만간 판다를 잃을 염려가 없는 나라도 있다. 바로 러시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가장 친한 친구'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판다 두 마리를 15년 동안 빌려주겠다면서 판다를 러시아로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있던 판다가 임대 기간 연장을 불허해 결국 중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간 관계는 살얼음판이다. 이런 가운데 판다의 중국 반환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메시지없이도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방편이 될 수도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양측(중국과 미국)은 판다 대여에 정치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만, 중국은 오랫동안 보상을 하거나 처벌하는데 ‘판다 외교’를 활용해왔다”며 “미국의 판다 복귀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역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등 대부분 협력이 단절된 순간에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판다 국가'의 저자 E. 엘레나 송스터는 “중국은 판다의 반환과 관련된 행동에 명시적인 의도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판다는 항상 정치적인 존재였다”면서 “판다의 귀환에 담긴 중국의 메시지를 분명히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내에서도 중국의 소프트파워 선전선동에 미국이 더 이상 놀아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따라서 미국이 더 이상 쇼유권도 없는 판다를 미중 우호의 상징으로 보호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의 화려한 포장을 앞세운 외교정책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되며, 판다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을 앞세워, 이미지 세탁을 하려는 중국의 노림수에 대해 미국이 같이 춤을 출 필요가 없다는 주장들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판다를 더 이상 정치적 도구로 보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스미소니언은 판다를 돌려줄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판다 우리의 전면적인 개보수에 나섰다. 더 아름다운 판다 우리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런 차원에서 곧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화해를 적극 추진한다는 의미로 또다시 판다를 화제로 꺼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는 하다. 그렇게 되면 ‘제2의 닉슨-저우언라이’ 대화해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판다는 이미 중국 소프트파워 외교의 상징이면서 정치적 동물이 되어 버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정부가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국립동물원에 임대했던 판다 3마리가 8일(현지시간)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보도했다.


암컷 메이샹과 수컷 톈톈, 새끼 샤오치지는 이날 트럭으로 덜레스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뒤 페덱스 화물기를 타고 중국 청도로 떠났다. 예정보다 일주일여 정도 당겨진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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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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