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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왕 꼰대’ 시진핑의 한심스러운 여성관 - “여성은 가정에 돌아가 아이를 낳으라!” 지시한 시진핑 - 가부장 시대로 되돌리려는 중국의 시진핑 - NYT “시진핑, 출산 촉구하고 있지만, 출산율 높이기는 어려울 것"
  • 기사등록 2023-11-08 12: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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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가정에 돌아가 아이를 낳으라!” 지시한 시진핑]


인구 감소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여성단체의 지도부를 소집해 “여성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도록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의 남성 지도자가 젊은이들을 향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관념을 바꿔 인구를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여성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매우 비판적이고 시니컬하게 기사를 써 내려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새로 선출된 제13기 중화부녀연합회 지도부를 중난하이(당정 지도부 집무실)로 불러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지침을 전달했다”면서 “시 주석은 이날 간담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결혼·양육 문화를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젊은이의 결혼과 연애 관념, 출산과 육아 관념, 가정 관념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고, 출산 지원 정책을 서둘러 완비하고 실천하며, 인구 발전의 품질을 제고해, 인구 노령화에 적극 대응하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가정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가정이 화목하고, 가정 교육이 양호하고, 가풍이 단정해야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며, 사회도 비로소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며 “여성 사업은 부녀 자신의 발전뿐만 아니라 가정의 화목, 사회의 조화, 국가의 발전과 민족의 진보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대기근으로 인구가 줄었던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85만명의 인구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인구는 14억 1175만명으로 인도에 인구 1위국 지위도 넘겨줬다. 중국 역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위기감이 커지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인구 위기 및 경제 둔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여성을 전통적인 역할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NYT는 비꼰 것이다.


[가부장 시대로 되돌리려는 중국의 시진핑]


시진핑 주석의 일련의 발언과 관련해 NYT는 “과거 가부장적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여성관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 기구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25년 만에 여성 없이 남성만으로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24명의 중앙정치국을 선출했다.


시 주석은 또한 이날 연설에서 여성이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했지만, 과거와는 달리 직장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지금 중국 공산당은 인구를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최우선 과제가 여자들이 집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구학적 위기, 경기 둔화, 페미니즘의 부상에 직면한 중국 공산당은 여성을 가정으로 복귀시켜 젊은이들을 양육하고 노인을 돌볼 것을 촉구하기로 결정했다. 시진핑 주석의 말을 빌리자면, 이 일은 “중국의 현대화를 향한 길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프리덤하우스의 홍콩, 중국, 대만 연구 책임자인 야추 왕은 “중국 여성들은 이러한 추세에 경각심을 갖고 수년 동안 반격에 나서고 있다”면서 “중국의 많은 여성들은 권위주의 정부와 가부장적 사회라는 중국의 두 가지 억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얻고 단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여성들이 제기하는 일부 문제를 지도부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간주하여 여성들이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을 그저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셜 미디어에서 성희롱, 성폭력, 차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더라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사라지고 있다.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아예 투옥되고 있고, 2018년 잠시 번성했던 #미투 운동도 지하로 밀려났다.


이러한 중국의 여성에 대한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 이번 베이징에서 열린 여성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의 고위 관리들이 사용한 언어는 당이 여성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지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예였다.


시진핑 주석은 여성의 전통적인 미덕과 가치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의 복심이라 할 수 있는 딩쉐샹(丁學祥)도 이번 대회에서 ‘양성 평등은 국가정책’이라는 개념 자체를 전혀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는 지난 20년간의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처사였다. 시진핑 주석도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연설의 대부분을 가족, 육아, 출산율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지난 20년 동안 여러 회의에서 중국 고위 관리들의 연설을 조사한 피처 칼리지의 정치학 교수인 한장 류는 “고위 관리들이 평등과 여성의 자아실현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10년 전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이어 “그동안 중국에서의 젠더 문제는 ‘여성을 위한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젠 그들은 여성이 사회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정당한 자리는 가족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추세와 관련해 중국의 젠더와 정치를 연구하는 시드니 대학교의 인 밍루 첸은 “여성은 항상 어떤 식으로든 국가의 도구로 여겨져 왔다”면서 “하지만 이제 중국은 여성이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노인을 돌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의 여성관이 이렇게 바뀐 것은 지금 중국 공산당에 있어서 최우선의 가치가 국가의 생존이고, 또 공산당이 안정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여성들을 향해 여성들이 사실상 거부해 오던 자녀 출산이라는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문제는 중국 대도시의 많은 젊고 교육받은 여성들은 경제적 독립에 만족하고 있으며, 자녀를 낳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결혼을 꺼리고 있는데, 이들이 시진핑의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특히 청년들은 당장 일자리가 없어서 미래에 대한 모든 계획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 있는데, 그들에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 후 출산을 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시진핑의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NYT는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여성들에게 출산을 촉구하고 있지만, 당의 노력만으로는 중국의 인구 감소를 되돌릴 만큼 출산율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소외시키기 위해 더 많은 징벌적 조치에 기꺼이 의지하지 않는 한 시진핑의 명령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주장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기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쑤푸빙 미국 바서칼리지 정치학과 교수는 NYT에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할 때까지 중국은 수십 년 동안 강제 낙태와 불임 수술, 벌금을 부과했다”며 “만일 당이 한 자녀 정책을 위해 여성의 신체와 출산의 권리를 희생시킬 수 있었다면 다시금 여성에게 당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쑤푸빙 교수의 전망을 보면서 아무리 중국 공산당이라도 그렇게 여성의 출산권까지 국가가 강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또 그런 나라가 중국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참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여성을 출산기계로 보는 중국 공산당의 관념을 보는 듯 해서다.


이래저래 시진핑의 왕 꼰대에 가까운 여성관이나 여성을 출산기계로 보는 중국 공산당의 개념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중국의 한계를 엿보게 된다. 그런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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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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