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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초심 잃었다" 질타한 중국 언론 - 시진핑 주석의 초심 되살리라 지적한 중국 언론 차이신 -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멈출 것인가, 아니면 계속할 것인가? - 중국 공산당이 일을 하지 않아야 중국 경제가 살아난다는 역설
  • 기사등록 2023-11-08 0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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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개혁 촉구한 중국 언론]


중국의 경제전문매체가 시진핑 집권 초기에 약속했던 개혁정신을 잃어버리면서 시진핑 신시대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질타하고 나서 이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6일(현지시간) “중국의 차이신(財新)지가 '개혁의 새로운 돌파구가 시급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부 중국 관료들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시장이 자원 배분의 주요 원동력이었던 과거의 정신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면서 “중국의 경제 및 사회적 도전에 직면한 중국 국민은 10년 전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와 같은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RFA는 그러면서 “이 사설이 제기한 다양한 목소리에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의 유명한 경제매체인 차이신이 6일 게재한 사설은 “10년 전 11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는 ‘개혁과 개방을 전면적으로 심화한다는 중대한 결정’을 채택했는데, 이는 ‘그 범위와 힘의 측면에서 전례가 없었다’”고 지적한 후 “그러나 오늘날 대중의 인식과 그 당시 가졌던 기대 사이에는 상당한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차이신 사설에 대한 반응이다. 댓글에는 “적어도 누군가는 감히 목소리를 냈다”, “인민의 목소리를 잘 대변했다”는 내용들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덴버 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미중협력센터 소장인 자오 수이셍(Zhao Suisheng)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정치 및 경제 개혁이 상당히 후퇴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같이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하는 나라에서 차이신과 같은 유명한 경제매체가 중국 공산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차이신이 서방진영에서도 중국 경제와 관련된 통계나 자료를 신뢰성있게 받아들이는 매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해 뉴욕시립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샤밍은 “차이신 미디어의 편집장이 왕치산 전 중국 부주석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술리”라면서 “이 사설에서 제기된 우려는 시 주석의 개인 독재에 직면한 중국 공산당 내부의 파벌과 현재 공산당 내부의 분열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샤밍은 이어 “적어도 시 주석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동의하지 않는 당내 인사들이 많다는 메시지를 차이신의 이 사설이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샤밍은 더불어 “10여년 전 당시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은 중국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한 균형잡힌 결정이었다”면서 “중국은 시장 경제체제를 강화하면서도 공산당의 집단적 지도력 모델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진핑이 총서기로 등극하면서 국무원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켰고, 군대를 강화했으며, 임기 연장 등의 방법을 통해 개인 권력의 집중화를 구체화했다고 샤밍은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이 지난 40여년간 개혁개방을 통해 축적해 온 일부 제도와 정책, 중요한 실무 경험들이 결국 시진핑에 의해 전면적으로 뒤집혔다. 바로 이 점에 대해 차이신의 사설은 “일부 관리들이 지나친 미시적 개입으로 개혁과 개방의 틀을 완전히 허물었다”면서 “다시 이를 타파해야 중국의 미래도 다시 살아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차이신의 사설은 또한 “10년 전 3차 전원회의에서는 중국 국무원이 국유 기업의 혼합 소유권을 개혁했고, 공정 경쟁, 재산권 보호, 민간 경제의 발전과 성장 촉진에 관한 일련의 개혁적 아젠다를 공식화했다”면서 “이와 함께 행정 간소화 및 온라인 정부 서비스 최적화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개인독재 강화 이후, 특히 지난 3년간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개인 및 기업 경영에 간섭을 했고, 획일적이었으며 시장을 이끄는 주체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차이신의 사설은 리커창 전 총리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은 체 “장강과 황하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중국의 개혁개방은 흔들림없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멈출 것인가, 아니면 계속할 것인가?]


샤밍 교수는 “차이신의 사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 리커창 총리의 돌연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리커창의 사망이 지난 1989년의 호야오방의 사망 때보다 중국 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리커창만큼 중국 인민들에게 비전과 용기를 준 인물이 없었다는 의미다.


샤밍 교수는 그러면서 “리커창의 죽음은 많은 중국의 지식인들에게 중국의 현실을 다시 깨우치게 만들었고, 리커창이 중국 인민들에게 제시해 주었던 많은 비전들을 지금이라도 지키지 못한다면 중국이 막다른 길을 만나게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했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지난 40여년간 중국 인민들이 만들어 왔던 중국의 경제성장이 닦아놓은 사회적 자원, 서민 계몽의 토대, 세계화와 고도의 지식을 배양한 신세대 중국인들이 깨어 있다면, 앞으로의 중국이 개척해 나갈 가능성을 믿는 중국인들이 있다면, 중국은 어떤 종류의 혁명적 변화도 일으킬 수 있다고 차이신의 사설은 믿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비관적인 중국 금융 평론가인 진 웨이핑(秦假平, 미국 거주)은 “차이신의 사설은 중국 전체의 상황을 변화시킬만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안보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 경제의 쇠퇴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정치든 경제든 개혁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며, 경제보다 공산당의 안위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한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공산당의 안정적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사회를 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경제의 후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차이신의 사설은 말미에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의 장점을 더 잘 발휘하고 경제와 사회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심화시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 당시 시진핑의 생각이 지금에도 옳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도 그 당시의 생각으로 돌아가 개혁 개방의 깃발을 확실히 들어야 한다”고 차이신의 사설은 마무리를 하고 있다.


[차이신 사설이 주는 의미]


차이신은 매달 ‘차이신 PMI’라는 지표를 공식 발표할 정도로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매체이다. 그런 차이신이 중국 공산당이 10여년 전 개혁 개방을 다짐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 목을 내놓고 중국 공산당에게 충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외부 기고가 아니라 사설로서 그렇게 말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차이신의 사설이 이렇게 대놓고 지금 중국 경제정책이 잘못 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개혁·개방을 재차 강조했다는 것은 차이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중국내 여론이 상당하다는 것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차이신의 사설은 시진핑을 향한 상소이자, 중국 경제 실무자들의 고고한 외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발 지금 중국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읽고 지금이라도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어서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개혁·개방은 중국 공산당이 이끌어 온 것이 아니라, 인민의 요구로 아래로부터 시작된 경제적 자유화를 통해 성취되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계 경제 제2위 대국의 위업은 중국의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기업들을 통해 만들어낸 성과다.


중국경제에서 민간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60-70-80-90″의 조합을 말한다. 민간 부문이 국내 총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70%의 혁신을 성취하며, 80%의 도시 고용을 창출하고, 90%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민간 부문은 투자의 70%, 수출의 90%를 담당한다.


결국 지금 중국의 경제대국은 민간 부문이 성취해 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말은 중국 공산당이 가능한대로 일을 하지 않아야, 다시말해 공산당이 갖고 있는 권력으로 민간기업의 활동을 방해하지 아니하면 중국 경제는 얼마든지 엄청난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차이신의 사설에서 강조한 것은 지난 20여년 전처럼 중국 경제를 위해 공산당이 전면에 나서는 우를 범하지 말고,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중국의 미래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해 중국전문가인 캐나다 맥매스터대의 송재윤 교수는 ”인민의 사유재산과 경제적 자유를 철저히 박탈하는 생산수단의 공유화(公有化), 민간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경제적 집산화(集産化), 사적 공간과 사생활을 불허하는 집단화(集團化), 개별성을 말살하는 집체화(集體化), 인민을 분열시켜 계급투쟁을 부추기는 문화의 정치화(政治化), 상명하복의 군대식 질서를 확립하는 군사화(軍事化) 및 병영화(兵營化), 개인의 독창적 사유와 기업가적 상상력을 억압하는 이념의 획일화 등등에 대한 욕심을 버릴 때, 중국 경제는 비약적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이 뭔가 열심히 일하려고 하면 할수록 중국 경제는 망가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경제정책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중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이 더욱 더 열심히 뭔가 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하는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쏟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중국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넌센스를 시진핑 주석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진짜 중국의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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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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