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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홍콩의 위기, “파티는 끝났다!” - “홍콩이 죽어가고 있다!”, 자유가 사라지자 밤문화도 없어졌다! - 홍콩, 53년만에 '최고 경제자유 지역' 왕좌 내줘 - 글로벌파워시티지수에서도 지난해 무려 10계단 떨어진 23위
  • 기사등록 2023-11-06 12: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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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죽어가고 있다!”]


홍콩이 죽어가고 있다. 과거의 화려했던 낭만도 이미 다 사라지고 없으며, 심지어 거리를 가득 메웠던 관광 인파마저 보기 힘들다. 여기에 홍콩이 53년만에 '최고 경제자유 지역' 왕좌마저 내줬다. 도대체 홍콩이 왜 이렇게 시들어가는 것일까?



CNN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활기찼던 거리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홍콩 시내는 한산하다”면서 “홍콩은 한때 아시아의 밤문화를 선도하는 도시로 동서양이 만나 평일에도 밤새도록, 심지어 아침까지 바에서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자유분방한 네온사인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떄만 해도 홍콩에 변화가 오더라도 홍콩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홍콩은 향후 50년 동안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받고 서구식 방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약속받았었다.


당시 홍콩을 인수받았던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말은 여전히 달리고 주식은 여전히 지글지글하며 무용수들은 여전히 춤을 출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실제로 영국이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춤은 계속되었다. 홍콩은 자본주의 정신은 당연했고, 덩샤오핑이 말한 경마 도박뿐만 아니라 언론, 언론의 자유, 시위할 권리 등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심지어 더 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동안은 용인되었다.


그랬던 홍콩이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홍콩의 중국화’가 바로 그것이다. 2012년 '애국 교육' 법안 반대, 2014년 '센트럴 점령' 운동, 2019년 민주화 시위 등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자 중국은 국가보안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시민의 자유를 제한했다. 이후 수백 명의 민주화 인사들이 투옥되었고 수만 명의 주민들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


중요한 것은 홍콩에서 자유가 사라지자 잠들지 않던 도시의 불도 함께 꺼져 버렸다는 점이다. 일본보다 여행하기 쉽고, 싱가포르보다 지루하지 않으며, 중국 본토보다 자유롭다는 명성을 얻었던 홍콩의 나이트 라이프는 이제 완전히 퇴색되어 버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나이트 라이프가 사라지면서 홍콩의 핵심 먹거리인 비즈니스마저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바(Bar)의 수입은 약 8,890만 달러로 2019년 같은 기간에 벌어들인 1억 8,050만 달러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홍콩 정부는 나이트 라이프의 퇴색을 막기 위해 세 곳의 해안가에서 바자회를 여는 '나이트 바이브' 캠페인을 시작했고, 최근 중국 국경절을 기념하는 불꽃놀이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으며, 타이항 인근에서 향을 피워 용춤을 추는 행사를 다시 도입했지만 급격한 감소 추세를 막지 못했다.


[홍콩의 쇠퇴. 이유는?]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도시였던 홍콩이 왜 이렇게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실시했던 제로 코로나의 영향이 홍콩에도 엄청난 후과를 불러온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홍콩의 팬데믹 제한 조치에 따라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650일 이상 라이브 음악이 금지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만으로는 홍콩의 몰락이 설명안되는 부분이 있다. 팬데믹이 모두 끝난 지금 다른 도시들은 완전히 살아났는데 홍콩은 왜 아직도 죽어 있는가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CNN은 이에 대해 “홍콩의 몰락은 홍콩의 사라져가는 자유라는 렌즈를 통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몇 달 전부터 중국은 홍콩 전역으로 확산된 민주화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다.


중국은 약속과는 달리 홍콩 반환 당시 보장된 것으로 여겨졌던 표현과 언론 등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다. 시위와 연관된 것으로 인식되는 노래와 구호가 금지되고, 과거 시위에 대한 기억이 인터넷에서 지워졌으며, 민감한 영화가 검열되고, 신문 편집자들이 선동 및 외국 세력과의 공모 혐의로 기소되었다.


홍콩 정부는 홍콩이 안정과 번영을 회복하고, 중국이 말하는 '외국 세력'이 홍콩에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홍콩에서의 자유 억압이 사람들이 편안히 앉아 휴식을 취하고 바람을 쏘고 싶어하는 분위기에도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CNN은 “사람들은 식당이나 바에서 대화를 나눌 때 누가 듣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 “차라리 집에 머물면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채팅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


홍콩에서 자유가 사라지자 많은 홍콩인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정들었던 땅을 등졌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중산층 홍콩인과 부유한 외국인들의 이탈이 일어났다. 작년에 홍콩은 6만 명의 주민이 순유출되었으며, 2022년 말 기준 일반 주민 수는 719만 명으로 2020년 말보다 약 14만 4천 명 감소했다. 이 중 상당 수가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서방 국가에서 제공하는 특별 비자와 시민권 취득 경로를 택한 홍콩인이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오랫동안 홍콩에 남아 있던 외국인 인구가 꾸준히 홍콩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금융과 법률 분야의 전문가들로, 정치와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고 파티를 즐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현재 현지 언론은 은행과 로펌이 사무실을 일부 또는 전부 싱가포르와 같은 경쟁 금융 허브로 이전한다는 보도로 가득 차 있다. 안타깝게도 바 및 레스토랑 소유주에게는 가장 큰 고객층인 두 인구 집단이 떠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민국에 따르면, 홍콩을 떠난 이 두 그룹 자리에는 중국 본토 출신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들은 현재 2022년 이후 발급된 취업 또는 대학원 비자 103,000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새롭게 지배적인 이민자들은 소비 습관이 매우 다른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홍콩중문대학교의 경제학 강사 얀 와이힌은 홍콩의 과거 번성했던 밤문화는 주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시원한 술 한 잔을 즐기는 오랜 음주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과 중산층 현지인들에 의해 유지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에서보다 중국 본토로 돌아가 소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홍콩의 나이트라이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한 도시로 변해버린 홍콩]


홍콩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 CNN은 이와 관련해 “홍콩은 국제적인 도시가 아니라 이젠 중국의 한 국내도시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을 구성하는 중국 본토인들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갈수록 과거의 홍콩에서 누리던 자유들이 사라지고 규제는 더 늘어나고 있어서다. 심지어 홍콩의 야경에 대한 규제도 엄격해졌다. 당국이 안전을 명분으로 홍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네온사인들을 철거하려 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미 하나 둘씩 사리지고 있다.


또한 밤 9시 이후에는 실외 영업도 중단시켰다. 실내에서만 영업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나이트 라이프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홍콩다움이 다 사라지면서 홍콩을 갈 이유, 홍콩에 머물러야 할 이유들이 다 사라져 버리게 되는 셈이다.


[홍콩, 53년만에 '최고 경제자유 지역' 왕좌 내줘]


이런 이유 때문일까?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이 53년 만에 '최고 경제적 자유 지역' 타이틀을 빼앗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공공정책 연구기관 프레이저 연구소는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발간한 '세계 경제적 자유: 2023 연례 보고서'에서 “홍콩이 해당 보고서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최고 자유로운 경제 지역' 자리에서 내려왔고 라이벌 관계인 싱가포르가 1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연구소는 세계 165개 사법권을 대상으로 경제적 자유를 조사한 결과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뉴질랜드, 미국, 아일랜드, 덴마크, 호주, 영국, 캐나다 순으로 '톱 10'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42위에 올랐으며 대만 11위, 일본 20위, 독일 23위, 프랑스 47위, 이탈리아 53위 등을 기록했다. 중국은 111위이고, 꼴찌는 베네수엘라다.


프레이저 연구소는 홍콩이 1위 자리를 내 준 이유로 “중국의 간섭 심화 탓”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중대한 신규 진입 장벽을 세우고, 외국 노동자의 고용을 제한하며 비즈니스 비용을 증대시켜 규제 항목에서 0.25포인트 하락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치에 대한 군사적 간섭 증가, 사법 독립과 홍콩 법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저하는 법체계·재산권에서 0.20포인트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프레이저 연구소는 “홍콩이 세계 경제적 자유 지수 조사 이래 1위에서 내려온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모든 종류의 자유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면서 홍콩의 순위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본 모리 기념재단이 매년 세계의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글로벌파워시티지수(GPCI)에서도 홍콩은 지난해 무려 10계단 떨어진 23위를 기록했다. 홍콩은 2016년까지 7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2021년에는 13위까지 떨어지더니 급기야 23위까지 추락한 것이다.


주력이었던 금융에서도 홍콩의 약화는 눈에 띄는데, 지난 3월 발표된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홍콩은 싱가포르에 여전히 밀리며 4위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 3위 자리를 내준 뒤 연속으로 4위에 머문 것이다.


지난 5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3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도 홍콩은 180개국 중 140위를 차지했다. 2019년 73위였으나 국가보안법 제정 후 추락했다. RSF는 홍콩이 표현의 자유에서 전례 없는 퇴보를 경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러니 홍콩 항공권을 공짜로 줘도 안 간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자유가 사라진 홍콩, 이렇게 파티는 다 끝났다. 중국 공산당이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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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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