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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말빨도 안먹히는 중국 - 시진핑, 또 “개방·포용적인 경제 세계화” 제창 - 시진핑 발언과는 달리 현실은 글로벌 기업 내쫓는 중국 - 경제보다 안보 우선하는 시진핑, 공산당이 국무원도 압도
  • 기사등록 2023-11-06 05: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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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또 “개방·포용적인 경제 세계화” 제창]


시진핑 주석이 탈중국시대의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해 개방·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면서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강조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글로벌 투자를 내쫓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어서 시진핑 주석의 통솔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중앙TV(CCTV)는 5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날 국제수입박람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현재 세계 경제의 회복 동력이 부족해 각국은 어려움 속에서 협력하고 공동으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며 “중국은 세계 발전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고,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할 것이며,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창 중국 총리도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제6회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에서 “중국은 개방과 시장 기회를 계속 촉진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수입을 확대하고 상품과 서비스 무역의 조정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리창 총리는 이어 “시장 접근성을 더욱 확대하고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장벽을 제거하겠다”면서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 높은 수준의 제도적 개방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나 리창 총리가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 시장의 적극적인 개방과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9월 29일에도 리창 총리는 외국 전문가들을 향해 자국 발전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현재 중국은 질 높은 발전으로 중국식 현대화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14억명 모두를 현대화로 이끌고 있다”며 “이것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한 적 없는 위대한 사업으로, 거대한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각지 인재를 환영하고 외국 전문가들이 계속 중국 발전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며 “중국 정부는 정책을 최적화해 외국 전문가들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고 더 나은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9월 2일에도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서비스 분야 시장 접근을 완화해 해외직구 개방을 촉진하고, '제도적 개방'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겠다”면서 “중국은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하고 고품질 발전을 통해 모든 면에서 중국 현대화를 추구하며 전 세계 개방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제도적 개방’이란 국내 기준을 개혁해 국제 규범에 맞추겠다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은 글로벌 기업 내쫓는 중국]


이렇게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리창 총리까지 나서서 글로벌 투자와 기업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는데, 과연 현실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또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중국 당국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0월 24일, “중국에서는 외국계 기업 직원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면서 “지난 10월 21일, 영국 광고회사 WPP 자회사 그룹M의 고위 간부 1명과 전직 직원 2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금됐으며, 중국 내 일본 기업 직원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교도통신은 “지난 10월 19일 간첩 혐의로 베이징에서 억류됐던 아스텔라스제약 일본인 남성 직원이 중국 관계 당국에 정식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마쓰노 히로시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 남성이 “10월 중순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해외기업 임직원에 대한 체포가 중국이 새롭게 실시하는 방첩법에 의한 간첩혐의가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산케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이번 사태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들의 우려는 커질 것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또한 10월 19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일·중 지식인들의 회의체인 ‘도쿄·베이징포럼’에서 한 일본인 참석자는 “구속된 이유조차 모르면 일본 기업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일본상회가 이달 공개한 사업 환경 조사 결과에서 중국 주재 일본 기업들 중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줄이거나 아예 없애겠다’는 답변이 절반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간첩법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건 일본 기업만은 아니다. 지난 3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베이징 사무소를 급습당해 중국인을 포함한 직원 5명이 체포된 미국 신용조사회사 민츠그룹은 베이징 사무소를 닫았다. 영국 기업 실사 업체 리스크어드바이저리그룹도 최근 홍콩 지사를 폐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간) “최근 대형 기업실사업체 3곳이 베이징과 홍콩 지사를 폐쇄했거나, 영업을 대폭 축소했다”면서 “범죄구성 요건이 모호한 중국의 방첩법을 피해 중국을 떠나는 외국 업체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방첩법을 앞세워 외국 기업을 상대로 압박 조치를 강화한 이후 발생한 현상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파운데이션의 마틴 퍼브릭은 "중국과 홍콩은 방첩법 개정 후 기업실사 등의 업무 수행에 위험한 장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이나 홍콩에서 영업을 축소하는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외국 기업의 홍콩 지사에 고용된 직원 수는 46만8천 명으로 3년 전에 비해 2만5천 명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중국내 글로벌기업들의 중국 사업전망은 매우 어두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상하이)가 발표한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규제가 종료됐지만 5년간의 중국 사업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응답자는 전체의 52%였다. 이는 1999년 관련 조사가 처음 실시된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또한 응답자의 40%는 현재 중국에 배정된 투자를 전환하고 있거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3분의 1은 지난해 외국 기업에 대한 정책과 규제가 악화했다고 답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중국내 혼돈스러운 조치에 대해 “시진핑의 안보 강박이 보통 시민을 간첩 사냥꾼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외자 유치를 위해 '개방'을 외치면서도 사회 통제·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두 얼굴의 중국”이라 표현했다.


중국이 지난 7월 1일 국가안전부를 내세워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한 개정 반간첩법을 시행한 후, 자국민을 대상으로 간첩 색출법을 교육하며 주변 스파이를 찾아내라고 독려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분석센터 연구원 닐 토머스는 “국가안전부의 존재가 부각되는 것은 국가 안보를 정부 정책의 최우선 사항으로서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중국 당국이 대중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간첩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과거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기 만연했던 상호 감시와 신고의 기억을 간직한 많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신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를린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의 카트야 드린하우젠도 “경제적 압박의 시기에 중국 최고 지도부에는 꽤 분명한 우려가 있다”며 “정치·사회적 결집을 위해 집단 공포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중국 사회내에서 이러한 공안통치 분위기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공안부는 잎서 지난 3월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이라는 풀뿌리 근간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풀뿌리 치안 강화에 관한 3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국을 아우르는 이러한 정책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라며 “당국이 사회 불안정 요소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해당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니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의 인내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경고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당국은 왜 이렇게 글로벌 기업 투자를 위해 문호를 활짝 열겠다면서 외자기업들을 두렵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일까?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안정적 투자를 강조하는데 현실은 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적인 정책 방향이 경제보다는 안보에 방점이 있어서다. 지금 중국의 경제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정권 안보가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해 안보 중심의 정책으로 밀고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추론이 맞다면, 중국 경제의 위기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자금들이 빠져 나가고, 해외기업들의 유치도 줄어든다면 중국 경제는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실질적으로 총리가 이끄는 경제 파트보다 안보를 책임지는 공안 파트의 힘이 더 강하다보니 안보우선의 정책이 더 강력하게 시행되는 것이고, 이를 시진핑 주석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더 쉽게 표현해 보자면, 공산당의 파워가 행정부인 국무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시진핑의 말까지 허언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이끌어 나갈 능력이 사실상 부족해서 그렇다고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이라는 국가를 일사분란하게 균형을 이뤄가며 통치를 할 능력 자체가 안 되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이든 시진핑 주석이 공공연하게 글로벌기업들에 추파를 던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공안파트는 그러한 시진핑의 말을 뭉개면서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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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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