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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뒤덮은 ‘리커창 애도’. 시진핑, 폭동 우려해 전전긍긍 - 중국 온·오프라인서 확산되는 ‘리커창 애도’ 물결 - ‘리커창 애도’ 물결이 두려운 중국 공산당 - 현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 리커창 죽음으로 폭발할 가능성
  • 기사등록 2023-10-30 12: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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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오프라인서 확산되는 ‘리커창 애도’ 물결]


지난 27일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리커창 전 중국총리에 대한 추모 물결이 중국 전역을 뒤덮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온·오프라인에서 철저한 봉쇄작전을 펼치고 있고 대학가 등에는 추모집회조차 열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는 리커창 애도 분위기가 시진핑 주석에 대한 비판 또는 중국 공산당 정부에 대한 반발 등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중국 대학생들에게 리커창 전 총리 추모 행사를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정치 평론가는 베이징이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떤 사고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보안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현재 안후이성 허페이시 홍싱로 80번지에 있는 리커창 총리의 옛 거주지에 헌화하고 경의를 표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현재 리커창의 옛 거주지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보에는 수많은 사람이 고인이 살았던 집 앞에 국화를 놓으며 그를 추모하는 영상이 게시됐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방금 아이와 함께 꽃을 놓고 왔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며 “그는 우리의 자랑”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리 전 총리를 향해 '인민의 총리'라고 부르며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대만의 자유시보도 29일, “리커창 총리를 추모하려는 인파가 너무나 많고 심지어 헌화한 꽃이 2미터를 넘을 정도로 쌓여 있다”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리커창을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커창 애도’ 물결이 두려운 중국 공산당]]


일단 중국 공산당은 리커창 전 총리에 대한 애도 분위기 자체를 상당히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주요 관영매체들은 전날 오전 8시께 리 전 총리가 상하이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한 중국중앙TV(CCTV) 발표를 인용해 하루 종일 단신성 보도만 했을 뿐이다.


이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정치협상회의가 공동으로 부고를 발표하자 다시 부고 소식만 전하고 있다.



인민일보도 28일자 1면에 부고를 게재했지만, 그의 생전 활동이나 업적 등을 소개하는 별도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당국 입장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CCTV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가 이날 저녁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뉴스 시작 14분이 지난 후에서야 보도했다는 점이다. 그마저도 당국 발표문을 그대로 읽었을 뿐 추가 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핵심 매체들의 이러한 보도 내용은 중국 관영 매체가 짧은 화면이나 인터뷰 하나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의미를 담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추모 분위기 확산을 원치 않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의 추모물결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리커창을 검색하면 공식적으로 인증된 내용만 볼 수 있고, 많은 대학에서는 애도 모임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날까지만해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리커창 동지 영정'과 '리커창 동지 부고'가 각각 검색어 순위 1위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었다. 또한 '리커창 동지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해시태그(#)는 전날 저녁까지 22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29일부터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사망 사흘째를 맞은 리커창 전 총리 관련 해시태그가 돌연 사라졌다. 이는 온·오프라인에서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운 것과는 대조적으로, 리 전 총리를 애도하는 분위기 확산을 원치 않는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것으로 추측된다.


리커창 전 총리의 해시태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대신 '시진핑은 왜 현대화 대규모 농업을 관철하는가'라는 해시태그가 맨 위에 노출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 뉴스가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웨이보(微博) 실시간 검색어 상위 50위에서도 리 전 총리 관련 해시태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함께 RFA는 “중국에서는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공개 행사가 금지된다”면서 “당국은 6.4 사태가 또 일어날까 두려워 리커창을 애도 하기 위해 군중이 모이는 것을 분명히 막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자유시보는 29일의 또다른 기사에서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갑작스런 죽음을 애도하던 1989년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바 있어서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중국 공산당은 다양한 검열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1989년 수천 명의 학생들이 천안문 광장에 모여 전 공산당 서기 후야오방의 죽음을 애도했고, 이는 ‘천안문사태’로 불리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와 유혈 진압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일까? 중국 공산당은 허페이시의 리커창 거주지에 헌화하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까지 차단시켰다고 지유시보는 전했다.


또한 대만 중앙통신사는 "허페이의 리 전 총리 생가에 헌화하려는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허페이의 조화가 동이 나 외지에서 배송할 정도로 추모 열기가 높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런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엑스(X·옛 트위터)에는 중국의 여러 대학이 리 전 총리를 추모하는 학생들의 집회를 금지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심지어 가수 양징여(梁智隆)의 명곡 '안타깝게도 당신이 아니다'라는 노래까지 SNS에서 번지는 것을 차단시켰고, 이 노래의 검색과 공유까지 금지시켰다”고 자유시보는 밝혔다.


[‘리커창 애도’, 왜 확산되는가?]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 원인에 대해 SCMP는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국가급 귀빈 호텔인 둥자오 빈관의 실내 수영장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면서 “개인 경호원과 의료진에 의해 곧바로 인근 슈광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27일 0시 10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리 전 총리가 관상동맥우회술 수술(coronary artery bypass surgery)을 받은 경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말하며, 이 수술은 좁아진 관상동맥을 대체할 수 있는 혈관을 연결하여 심장에 혈류를 공급하는 우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수많은 중국 인민들이 리커창 전 총리의 이러한 사인에 대해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정치적 타살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가 넘쳐난다. 이와 함께 리커창의 죽음을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만큼 중국 인민들에게 충격적 소식이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 개혁을 추진하고 노점 경제 활성화를 통해 민생을 챙기는 등 친서민적인 행보에 나섰던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 확산이 정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당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지금의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리커창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한때 시 주석과 대권 경쟁을 벌였고, 엄격한 방역 통제 정책인 '제로 코로나'의 폐해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최고 권력에 맞서 쓴소리를 했던 리 전 총리 추모 열기는, 최고 지도부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당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로, 리 전 총리 장례가 조용히 치러지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시보도 이날 하와이 호놀룰루에 본부를 둔 동서센터의 데니 로이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인민들이 시진핑의 지나친 이데올로기 강조와 잘못된 경제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리커창 자신도 시진핑에게 소외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면서 “시진핑 휘하의 경제·기술 관료들의 잇따른 실책 때문에 중국 정부는 리커창의 사망이 몰고 올 후폭풍을 매우 불안해하며 관련 여론을 계속 검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워싱턴 D.C. 조지타운대학교 미-중 대화 프로그램의 선임 연구원인 데니스 와일더도 “중국 정부가 리커창의 죽음이 특정 정치적 경향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중국 연구 선임 연구원 이안 존슨도 “리커창의 죽음이 중국 지도부의 전복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지만, 여전히 중국 공산당이 사람들을 상당히 걱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리커창의 죽음을 계기로 시진핑에 대해 반대할 명분을 중국 인민들이 찾을 수도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뉴욕대학교 법대 은퇴 교수이자 중국 전문가인 제롬 A. 코헨은 “리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시 주석이 앞으로 20년 더 통치할 것이라고 예견했던 모든 이들에게 냉정한 경고”라고 말했다

이렇게 뒤숭숭한 지금의 중국 분위기를 한마디로 웨이보에 올린 한 불로거의 말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리커창의 죽음으로 신세기 이후 중국의 번영과 성장의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커창이 떠남으로써 새천년 첫 10년의 찬란했던 마지막 잔재가 그와 함께 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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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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