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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비운의 총리’ 리커창은 왜 돌연사했을까? - 블랙박스 중국에서 리커창 돌연사에 많은 의혹일어 - 대만 자유시보, "중국내 불안에 의한 정치적 살인 가능성" 제기 - 중국내 리커창 추모 분위기 고조되자 돌연 SNS 통제 시작
  • 기사등록 2023-10-28 0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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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정적, 리커창 결국 돌연사]


시진핑 주석 집권 1, 2기 경제를 이끌었으며, 시 주석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인물로 추앙을 받았던 리커창 전 총리가 27일 68세를 일기로 돌연 별세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중앙(CC) TV는 이날 오전 7시 뉴스를 통해 “리 전 총리가 전날 상하이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27일 오전 0시 10분(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27일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인민망도 간단한 부고 기사를 올렸지만 리커창의 사진을 게재하지는 않았다.


2013년 3월 원자바오(溫家寶)로부터 중국 국무원 총리직을 넘겨받은 리커창(李克强)은 혁명 원로 자제인 태자당 출신으로, 올해 3월 퇴임까지 10년간 중국의 이인자 자리를 지키면서 공식적으로 경제 정책을 총괄했으며, 때로는 시 주석을 향해 쓴소리도 날렸고 정치적으로도 대척점에 섰다.


특히 경제통인 리커창은 ‘성장’을 중시했지만, 시진핑은 이와 정반대 노선인 ‘분배’를 우선시하면서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를 추진했다. 또한 리커창은 국영기업의 축소와 시장규칙을 준수할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시진핑은 국영기업의 덩치를 불리고 당이 기업 경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충돌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진핑의 권력으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았다는 의미다. 그러다가 시진핑 임기 2기말에는 아예 리커창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경제정책까지도 시진핑 세력이 낚아채 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시 주석의 집중 견제로 마음껏 뜻을 펼치지 못한 ‘비운의 총리’로 불린다.


지금도 회자되는 리커창의 대표적인 쓴소리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등 지표가 조작이 가능해 믿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을 꼽는다. 리커창은 중국당국의 발표를 믿지 않으며 대신 이 때문에 ‘철도 물동량,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 대출’ 3가지 지표를 믿는다고 했는데, 이를 외부경제학자들은 ‘리커창지수’로 불렀으며, 이는 외부에서 중국 경제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또한 2020년 외신 기자회견에선 “중국인 6억 명의 월 수입이 1000위안(약 19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해, 빈곤 해결을 성과로 내세운 시진핑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리 전 총리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건 지난 8월 31일이었다. SNS를 통해 중국 장쑤성(江蘇省) 둔황석굴을 방문한 영상이 외부에 노출됐는데, 당시 리 전 총리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관광객들은 환호하며 “총리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그는 마스크 없이 시민들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가 뒤따르고 있었지만 중국 관영 매체에서 리 전 총리에 대한 보도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 후 리커창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갔다. 그러나 심장 관련 지병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블랙박스 중국에서 리커창 돌연사에 이는 의혹들]


중국을 흔히 ‘블랙박스’의 나라라고 말한다. 그만큼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투명하지도 않고, 당연히 의혹투성이일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진핑의 가장 큰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리커창의 돌연사는 이런 측면에서 많은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


당장 중국내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의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NGO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중국 연구원 왕야추(Wang Yaqiu)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리커창의 죽음에 대한 추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면서 “중국 정치 시스템의 블랙박스 같은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심장마비'가 진짜 이유인지 즉시 의문을 품게 된다”고 했다.


홍콩 피닉스TV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있는 블로거 Top10’에 선정된 바 있는 차이 셴쿤(蔡慎坤)은 자신의 X에 “리커창의 갑작스런 심장마비 사망은 당시 후야오방의 사망을 연상시킨다”면서 “중국의 현재 의료 수준으로 갑작스런 심장마비는 완전히 통제할 수 있으며(리커창 전 총리 정도의 인물이라면) 국가 차원의 의료 치료 지원에 따라 항상 전담 의사와 생활 비서 및 경호원이 둘러싸고 있으며, 만약 심장 마비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경구로 응급약을 복용하고 베이징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더라도 뇌경색보다 훨씬 쉽게 심장 마비를 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자유시보도 이날 “중국의 은퇴 지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장수하는 집단에 속한다”면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료팀을 갖추고 24시간 긴밀한 진료를 받고 있어서 장쩌민 시대 이후 중국 공산당 전 지도자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이 셴쿤은 이어 “리커창의 옛 부하인 쑨즈강에 대한 수사는 리커창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고 시진핑이 여전히 퇴임한 리커창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리커창과 가깝거나 심지어 그와 함께 일했던 거의 모든 관리들이 숙청되거나 굴욕을 당했는데, 예를 들어 요녕성에서 리커창이 승진시킨 리지아는 2022년 8월 당직에서 해임되고 정치적으로도 퇴직자 직급으로 강등되었다”고 적었다.


차이 셴쿤은 또한 “최근 더욱 거세진 숙청은 마오쩌둥 시대때보다 더욱 가혹하고 또한 자신이 임명한 국무위원들까지 실종되는 가운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책을 함께 논의하던 리커창의 돌연사는 정국의 안정을 크게 해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리커창의 죽음에 시진핑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중국 최고위층, 특히 당과 군대 내에서 언제든지 저항의 불길이 타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이 셴쿤은 그러면서 시진핑과 리커창 사이가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근거도 제시했다. 시진핑의 리커창에 대한 불만은 공개적이고 오래되었다. 10여년전 시진핑이 후계자로 선출될 당시, 쩡칭훙의 시진핑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아니었다면 가장 인기있는 총서기 후보는 리커창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차이 셴쿤의 분석이다.


총리직에서 물러나기 이틀 전인 올해 3월 3일, 리커창은 국무원 직원들과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갑자기 웃는 얼굴로 “인민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고, 하늘도 눈이 있다!”며 “국무원 동지들이 지난 기간 노고가 많았고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격려한 측면도 있겠지만 절대 권력을 장악하게 된 중국 최고 지도부의 독주에 대해 쓴소리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SNS에선 “퇴임하면서 남긴 의미심장한 발언”, “누구를 두고 말하는 것이냐”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리커창 돌연사에 대한 중국내 반응]


리커창 총리의 돌연사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인민들은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전 8시에 돌연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2시간여만에 관련 뉴스가 올려진 웨이보(微博)에선 조회 수가 10억 5천만 회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 뉴스에 달린 댓글들도 “너무 갑작스럽고 정말 충격적”이라는 내용들을 비롯해 “너무 슬퍼서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는 등의 애도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심지어 해시태그에 ‘시진핑’ 이름을 쓴 뒤 “당신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글을 남기는 이들도 많았다. 중국 CCTV 보도에 달린 4만여 개의 댓글에는 ‘붉은 촛불’과 ‘인민의 훌륭한 총리’라는 글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리커창 전 총리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급격하게 조성되고 SNS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부상하는 등 열기가 확산되자, 중국 당국은 곧바로 중국 바이두의 홈페이지와 인기 검색결과에서 리커창의 사망과 관련하여 원래 표시되었던 정보는 모두 삭제했다고 대만의 자유시보가 27일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이어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의 인기 검색어 삭제나 삭제 권한은 공식적으로는 운영 플랫폼이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이 권리를 통제하고 있는 주체는 중국 정부”라고 지적했다.


[왜 하필 지금일까?]


이렇게 리커창의 돌연사에 대한 의혹들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왜 하필 지금일까 하는 의문들도 나온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최근 친강 외교부장과 리상푸 국방장관의 몰락, 로켓군 개편 등으로 인해 중국 공산당 권력중심은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이런 상황 떄문에 많은 사람들은 리커창 총리가 정치적 살인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그 중거가 없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시진핑 3기 내각이 의외로 허약하고 내분에도 취약한데다 중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시진핑에 대한 신뢰도까지 추락하고 있어서 중국내 분위기의 대반전을 중국공산당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반시진핑파의 중심에 리커창이 있으며, 시진핑대안론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리커창의 돌연사로 표출되었다는 추정도 나온다.


이로써 중국 공산당내에서 자질이나 이미지, 능력 면에서 그에게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잠재적 상대가 사라졌다. 그러나 동시에 리커창의 장례식이 제대로 치러지지 않으면 국민적 불만이 갑자기 폭발해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자유시보의 진단이다. 예를 들어, 1976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사망은 '4·5사변'을 촉발시켰고, 1989년 후야오방(胡藝阿) 전 총서기의 사망 역시 '6·4사변'을 촉발시켰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리커창의 추모 분위기가 또다시 중국 사회에 대변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자유시보의 분석이다. 과연 리커창의 돌연사는 중국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지금부터 드라마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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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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