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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다급한 시진핑, 미국 향해 올리브가지 흔들었다! - '中美관계 개선' 또 강조한 시진핑,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 미중간 경색 풀기 위한 분위기 조성 시도하는 중국 - "미국, 중국 붕괴 원치 않아" 천명
  • 기사등록 2023-10-29 05: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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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美관계 개선' 또 강조한 시진핑]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미국을 향한 올리브가지 흔들기가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최근들어 한 번도 들어본적도 없는 발언까지 쏟아내면서 미중관계 개선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차이신은 25일, 시진핑 주석이 뉴욕에 있는 미중관계 전국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의견 차이를 타당하게 관리하고, 글로벌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를 원한다”면서 “세계의 두 대국으로서 중국과 미국이 올바른 공존의 길을 확립하는 것은 세계 평화 발전과 인류의 미래 운명과 연관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상생 등 자신이 제기한 미중관계 3원칙을 강조한 뒤 “미중관계 전국위원회와 각계 친구들이 계속 중미관계를 지지하고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 9일 중국을 방문한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미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라며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천 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시 주석의 일련의 발언은 첨단 기술 중심의 대중(對中) 경제 제재로 미중 관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서도, 양국이 '관리 가능한 경쟁 구도'라는 차원에서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특히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왕이 외교부장의 미국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왕이 부장은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APEC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문제와 이를 계기로 미중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26일부터 28일까지 방문한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24일 왕이 부장의 미국 방문 사실을 확인하면서 “(양국이) 소통·대화를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실무적인 협력을 확장하고, 이견을 적절하게 관리해 중미 관계가 다시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의 궤도로 돌아가도록 함께 이끌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앞서 미 국무부가 왕이 부장 방미에 대해 “양국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관계 복원'을 언급한 중국 정부 표현에서 조금 더 큰 기대감이 읽힌다.


[미중간 경색 풀기 위한 분위기 조성 시도하는 중국]


그런데 이번 미중정상회담에 임하는 중국의 자세가 사뭇 진지하고 또한 분위기 조성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리상푸 국방부장의 전격 해임이다. 사실 리상푸 부장은 그 존재 자체로서 미중간 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다. 리상푸는 러시아 무기를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지만, 시 주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올 3월 그를 국방부 수장 자리에 기용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중국은 리상푸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미국은 이를 거부하면서 미중간 국방당국자 회담은 전면 취소됐다. 이로 인해 미중 갈등 관리가 위험하다는 평가들이 쏟아졌었다.


특히 더 주목되는 것은 중국 당국이 리상푸의 후임을 아직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해임부터 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인대 상무위가 지난 7월 한 달간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친강을 외교부장에서 해임할 당시,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의 외교부장 겸직을 '신속하게' 결정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중국이 리 부장을 해임한 만큼 미중 갈등의 장애물 하나를 스스로 제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도 “리상푸 면직으로 1년 이상 중단됐던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군사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국방부도 이에 화답했다. 미 국방부는 24일(현지시간) 중국의 리상푸 국방부장 해임과 관련,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었던 리 부장의 해임으로 미중 국방장관간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관련 보도는 봤다”면서 “우리는 군을 포함한 양국의 고위 지도자들이 지속해 서로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군사 대화 재개 시점으로는 다음 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라이 래트너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전날 한 세미나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마지막으로 중국 카운터파트를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였다”며 “그 회의는 다음 달에 또 열릴 예정인데 우리는 거기에서 (국방장관 회담을 위한) 잠재적 기회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미국을 향한 화해 제스처는 또 있다. 중국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수십억달러 상당의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키로 해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대두협회가 아이오와에서 23일(현지시간) 주최한 판촉 행사에 중국 대표단이 참석해 대두를 중심으로 수십억 달러 상당의 농산물 구매에 합의했다”면서 “추후 구매를 약속하는 의향서 형식의 계약이기는 하지만, 중국 대표단이 이 같은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계약을 체결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수년 동안 콩과 옥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을 대신해 브라질과 우크라이나 등에서 수입을 늘려온 중국이 미국산 대량 구매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중국의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구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각각 39%, 73% 줄었다.


그랬던 중국이 돌연 태도를 바꿔 미국산 대두를 대규모로 구입하기로 했다는 것은 분명히 미국을 향한 화해의 손짓을 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중국 붕괴 원치 않아]


이런 가운데 최근 미중간 대화 흐름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백악관으로부터 불거져 나와 관심을 끌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 기고 ‘미국의 힘의 원천: 변화된 세계를 위한 외교정책’에서 미중 경쟁의 최종 상태(end state)와 관련해 “우리는 미국과 우방의 이익을 보호하고 세계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자유롭고 개방되며 번영하고 안전한 국제 질서를 추구하지만, 소련의 붕괴가 가져온 것과 같은 세상을 바꾸는 최종 상태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미중 경쟁이 소련 붕괴와 같은 변혁적 최종 상태가 아니며 미국 대중 외교정책 목표가 레짐체인지(정권 교체)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고 할 것이다.


그는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상호 의존도가 매우 낮았지만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해 근본적으로 다른 경쟁”이라면서 “이 경쟁은 정말 글로벌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제로섬은 아니다. 양국이 함께 직면한 도전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한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한 행동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분리)이 아닌 디리스크(위험 완화)와 다변화를 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양국 관계를 안정화해야 할 당위성을 언급하며 “최근 중국이 그 가치를 인식하는 듯한 고무적인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불가피하게 긴장이 고조될 때도 채널을 유지할지가 진짜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 발언은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에 이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두고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될 때에도 이를 다룰 수 있는 경제실무그룹 유지 및 군사 소통 채널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 어떻게 될까?]


중요한 것은 지금의 미중관계는 미국보다 오히려 중국이 더 적극적이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독재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제일의 정책으로 추구하다보니 미중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첨예한 대결국면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전략으로 표현됐다. 무역분야에서 중국산 배터리 부품 사용에 불이익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을 소외시키려는 공급망 재편도 강력하게 추진됐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붕괴가 전 세계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과 함께 시들어 가는 제국이 더 위험하다는 현실론이 접목되면서, 미국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으로 전략을 바꿨고, 중국을 경제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살 길을 만들어 주는 방향으로 기조를 변경시켰다.


중국 입장에서도 지금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국가적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진단이 내부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없는 경제 부활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부에서 나오면서, 결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은 큰 변함이 없을 것이지만, 일단 '관리 가능한 경쟁'의 구도를 유지하면서 미중 관계의 안정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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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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