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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만 선거 개입하려다 제 발등 찍은 중국 - 대만 폭스콘 길들이려다 코너에 몰린 중국 - 폭스콘 조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 - 폭스콘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커 타격 불가피
  • 기사등록 2023-10-27 12: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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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폭스콘 길들이려다 코너에 몰린 중국]


중국 당국이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의 중국 본토 회사에 대한 조사를 벌이자 대만 부총통이 “대만 기업이 부당한 압력을 받는다고 느끼면 중국 밖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중국이 오히려 진퇴양난의 외통수에 몰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대만 집권 민진당의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이 “중국 당국이 애플 공급 업체 폭스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만약 폭스콘이 중국 당국에 의해 피해를 보게 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행위는 중국 스스로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라이칭더 부총통은 이어 “대만도 우리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전격적으로 이동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이는 중국에게도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라이칭더 부총통은 또한 “대만 기업은 중국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는 중국의 경제 발전을 도울 뿐만 아니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라이 부총통은 아울러 “대만에 선거가 있다고 해서 대만 기업인들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 기업에 의사 표시를 요구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양쪽 모두 상하게 하는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폭스콘 조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중국 세무 당국이 폭스콘의 광둥·장쑤성 사무소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며, 중국 자연자원부도 폭스콘의 허난·후베이성 공장의 토지 사용과 관련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24일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내년 1월 13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선거를 3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세무·토지 조사는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중국이 대만의 주력 기업인 폭스콘을 콕 집어 세무·토지 조사에 나선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천젠런 대만 행정원장(총리격)은 “폭스콘과 접촉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그런데 폭스콘을 압박하는 중국의 속내는 중국 관영매체들을 통해 터져 나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조사 결과와 관련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전문가들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폭스콘 등 대만 회사들은 평화로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촉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해 이번 조사의 배경·목적과 관련해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대만에선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문을 빌미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면서 무역 장벽 조사로 경제적 강압을 해온 중국이 이번엔 폭스콘에 칼날을 겨누면서 대만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려 하고 있다.


특히 폭스콘이 이번 총통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郭台銘)이 창업한 기업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말해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최대 5세대 이동통신(5G) 업체 화웨이를 전폭 지원하는 상황에서 경쟁 상대인 애플은 물론 대만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폭스콘 손보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총통 선거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야권 분열로 독립 성향의 대만 집권당이 선거에 유리해질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상황 연출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폭스콘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궈타이밍은 내달 2일까지 유권자의 1.5%인 29만명의 서명을 받으면 공식적으로 무소속 출마 자격을 얻게 된다.


반중국 및 대만 독립 성향을 보여온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재집권 저지에 나선 중국은 친중 세력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의 당선을 가장 바라고 있으며, 허우 후보와 중립 노선의 민중당 커원저 후보 간 단일화를 통해 전세를 뒤집기를 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대만의 타이완뉴스는 민진당 라이 후보가 30.1% 지지율로, 민중당 커 후보(24.5%)와 국민당 허우 후보(17.3%),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11.3%)를 모두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약 10%의 지지를 얻고 있는 궈타이밍 후보가 사실상 중립지대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지난 2020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국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패하고 나서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다 결국 불출마를 선언한 전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궈타이밍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당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면 선거 판세가 안갯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타이완뉴스는 국민당과 민중당이 총통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라이 후보와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ECRO) 대표인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조합에 승리한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궈타이밍이 출마를 접으면 '3자 대결'이 아닌 '양자 대결'로 좁혀지면서 야권 단일 후보의 파괴력이 배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궈타이밍의 폭스콘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만큼, 중국의 폭스콘 세무·토지 조사 착수는 단순한 경제적 조치가 아니라 대만의 차기 집권 세력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의지가 투영된 정치적 결정일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만 내에선 총통선거가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폭스콘 세무·토지 조사를 시작으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위협은 물론 경제적 압박이 더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9일 대만의 중국 상대 무역장벽에 대한 조사를 대만 총통선거 하루 전날인 내년 1월 12일까지 3개월 연장한 바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대만의 선거판을 뒤집어 보겠다는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폭스콘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폭스콘이 중국내에서 경제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이다. 폭스콘은 미국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로 중국 여러 지역에서 수십만 명을 고용 중이며, 중국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만 무려 30만명의 직원을 거느리면서 애플 아이폰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정저우 공장의 경우 2019년 320억 달러(약 41조6천억 원) 상당의 제품을 수출했으며, 2021년에는 중국 전체 수출에서 폭스콘이 차지하는 비율이 3.9%나 됐다. 단일 기업으로는 엄청난 금액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18%에 이르고 있다는 점, 수출액도 1100억 달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중국 기업도 아닌 대만 기업이 중국내에서 그렇게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경제에 주는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그런 폭스콘이 그리안해도 제로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탈중국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느끼고 있었으며 이로인해 중국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정부당국 차원에서 폭스콘에 대한 압박이 시행되는 것인 만큼 폭스콘도 차제에 완전한 탈중국을 향한 잰걸음을 걸어갈 가능성도 크다.


일단 애플이 생산기지를 인도나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했지만 과연 어느 수준까지 이전하게 될 것인지에 따라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동안 애플 제품 생산에 있어 중국 공장의 위치는 절대적이었으나 앞으로 그 비중이 줄어드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미 인도에서의 생산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서 정저우 공장의 축소는 불보듯 뻔하다.


그런데 30만명의 정저우 공장이 만약 축소조치를 시행한다면 당장 정저우시는 공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더더욱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최근의) 격변은 애플이 사업의 상당 부분을 한 곳에 묶어두는 것을 더 이상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라 중국의 폭스콘을 중심으로 생산하던 체제를 여러 국가와 공장으로 분리하여 생산하는 체제로 바꿀 것으로 보여 중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WSJ은 이어 “애플과 중국의 관계는 단숨에 변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후유증과 지난해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비상사태는 임계점에 도달한 중국과 애플의 관계에서 마지막 단추를 눌렀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에 의한 정치적 박해까지 가해진다면 폭스콘은 더 이상 중국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중국이 제발등을 찍는 자충수를 범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정치적 노림수를 위해 경제적 피해는 아랑곳도 하지 않는 참으로 어리석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중한지를 모르는 중국 당국의 행보가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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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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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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