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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침공 땐 2차 대전 이후 최악 시가전 피할 수 없다 - 2016년 IS 점령 모술 탈환 때 수천 명 상대 10만 병력 투입 - 민간인 1만, 이라크군 8200명 희생·건물 1만3000채 파괴 피해
  • 기사등록 2023-10-25 12: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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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데이르알발라의 이스라엘 공습 피격 이후 모습.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할 경우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이스라엘의 침공에 대비해온 하마스를 상대로 이스라엘군은 최악의 시가전을 치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침공할 경우 2차 대전 이래 최악의 시가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과 미 당국자들은 미군이 2004년 이라크 팔루자에서 2016년 이라크 모술에서 경험한 시가전을 예로 든다. 팔루자 전투는 베트남 전쟁 이래 미국이 겪은 가장 격렬한 전투였다. 또 2016년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한 이라크 모술 탈환 전투에선 1만 여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가자 지구의 경우 훨씬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는 모술을 점령한 IS보다 병력이 5배 많은 4만 여명이다.  젊은층 등 지지 세력이 광범하고 이란과 같은 나라로부터 지원도 받고 있다. 특히 몇 년 동안 가자에서 벌어지는 시가전에 대비해왔다. 시가전에서는 게릴라 전술 때문에 전차와 정밀 폭탄의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동 시가전 전문가 토머스 아놀드 중령은 “최악일 것이다. 도시는 악마의 놀이터다. 모든 것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시가전을 치른 고위 장성을 이스라엘에 파견해 이스라엘군의 준비를 돕는 한편으로 침공을 늦추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보다 명확한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면 가자 지구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다음은 가자 지구 침공 때 이스라엘군에 닥칠 위험 세가지다.

 

가자 지구 지형


가자 지구는 면적이 약 350㎢의 좁은 면적에 230만 명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수도인 가자 시티는 53㎢ 면적에 70만 명이 밀집해 있다. 모술보다 높은 건물이 훨씬 많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도시 공격은 방어하는 쪽이 공격하는 쪽보다 훨씬 유리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마리우폴이 좋은 예다. 당시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군이 8배 규모의 러시아군을 상대로 3개월 동안 포위된 채 버텼다.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가자 지구의 건물 수백 채를 무너트렸지만 하마스는 가자 시티에 수 백 ㎞에 달하는 지하 터널을 만들었다. 은밀히 이동하면서 기습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보급품도 충분히 비축했을 것이다.

 

또 학교 지하에서 로켓을 생산하고 모스크에 무기를 감추는 등 이스라엘군이 공격하기 쉽지 않은 공공장소를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모술의 IS는 점령기간이 길지 않아 터널을 파는 대신 건물 벽에 구멍을 내 이동하면서 전차를 공격했다. 카메라가 달린 싸구려 드론으로 자살폭탄 차량 운전자가 공격할 수 있도록 길 안내를 했고 도로 위에 천막을 쳐 무기 이동을 감췄다.

 

무너진 건물 잔해와 건물 입구마다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크고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거나 냉장고 등 크고 무거운 물체로 도로를 막아 장갑차와 전차 진격을 방해할 수도 있다.

 

아놀드 중령은 “도시는 화력과 기술 우위를 상쇄한다”고 강조했다.

 

가자 주민들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과 공습으로 어린이 1200 여명 등 수천 명을 살해한 것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이동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하마스나 종교 지도자들의 지시에 따라 떠나기를 거부하기도 하며 떠나고 싶어도 떠날 형편이 못된다고 호소한다.

 

2004년 미 정부는 팔루자에서 미국인 4명이 살해돼 시신이 다리에 매달리자 해병대에 72시간 안에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지휘관들은 복수심에 불타 성급하게 공격하면 민간인 희생이 커지면서 작전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큰 피해를 입은 채 철수했다. 미군은 6개월을 준비한 끝에 두 번째로 팔루자를 공격했다. 그럼에도 3만~9만 명의 민간인이 떠나지 않았다.

 

팔루자 공격 때 공병으로 참전한 프레디 블리시 예비역 중령은 “많은 민간인들이 떠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마스도 마찬가지다.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삼는다”고 말했다.

 

민간인 주택에서 하마스가 공격해올 경우 지휘관들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병력을 투입하거나 강력한 화력으로 공격해온 건물을 초토화함으로써 민간인 피해 발생을 감수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시가전이 길어지면 인명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모술에서 미군과 함께 공격한 이라크군의 병력 피해가 50%에 달하자 이라크군이 공습 지원을 요청하면서 건물 1곳이 아닌 여러 곳을 파괴하도록 했었다.

 

모술에서 IS를 제거하는데 미국이 공습을 지원하면서 이라크군 10만 명을 투입해 252일 걸렸다. 민간인 1만 여명, 이라크군 8200여 명이 숨졌고 건물 1만3000여 채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이스라엘군이 이라크군보다 훨씬 훈련이 잘 돼 있고 지하터널에 대응하는 특수공병부대를 구성하는 등 작전 준비가 잘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IS보다 훨씬 강력하다. 모술 탈환작전을 시작할 당시 IS의 병력은 3000~5000명 수준이었다. 뒤에 수천 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에 비해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은 병력이 3만~4만 명 수준이며 그 외에도 이슬람 지하드 등 민병대 조직이 더 있다.

 

IS의 전투원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하마스 전투원들은 가자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하마스 전투원들은 그들의 가족, 이웃들과 지리, 혈연, 종교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공유한다.

 

지정학적 어려움


현대 전쟁은 계획대로 진행된 사례가 드물다. 모술 전투는 3개월 예정이었으나 9개월이 지나서야 IS를 몰아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껏 고전하고 있다. 사상자가 늘고 경제적 피해가 커지면서 국제 사회의 지지도 약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전쟁이 길어지면 정치적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것을 잘 안다. 2014년 가자 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은 3주 안에 철수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기 전에 작전을 끝낸 것이다.

 

반면 이번 침공은 몇 달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예상한다. 막대한 무기가 필요한 작전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이미 부담이 커진 국제사회에 한층 더 부담을 안긴다. 레바논과 이란이 참전해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한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2014년 가자 침공 때 이스라엘군 사망자는 66명이었으나 이스라엘 국민들은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또 국제사회를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습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시가전에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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