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라는 이름의 허상 -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프레임화하는 것은 위험 - 시진핑, “중·미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 미중관계, ‘건설적인 재균형(Constructive Rebalancing)’ 노선
  • 기사등록 2023-10-26 12:20:50
기사수정



[‘한미일’ 대 ‘북중러’ 프레임,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7월, 한미일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선언 이후 김정은-푸틴간 북러정상회담까지 겹치면서 부쩍 강조되고 있는 용어가 ‘한미일’ 대 ‘북중러’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강조된다. 그 하나는 ‘한미일’ 결속이 더욱더 강력한 ‘북중러’ 밀착을 가져왔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북·중·러’ 결속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간 안보-경제-민주 분야에서 더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신냉전 체제라는 이 시대의 구도를 그렇게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프레임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진단일까?


[북한-중국 관계의 실상]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과 중국이 동맹급의 결속을 다지고 있으며, 북핵 개발의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또 하나는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이 제어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다. 그래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외교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본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중 관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단단한 결속 관계가 결코 아니다. 더불어 중국이 북핵 또는 미사일 도발을 제어할 정도의 능력이나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북·중관계의 실체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가 있다. 그것이 바로 신압록강대교다. 2009년 10월 4일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북한을 공식 방문하여 북·중간 국교 수립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했던 新압록강대교(중국 단둥-북한 신의주)는 전체 길이 20.4km, 폭 33m로 공사비 전액 18억 위안을 중국이 출자해서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 다리가 개통되면 북·중간 무역량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신압록강대교를 원했을까? 중국이 이 다리의 건설을 서둘러 시행한 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의 전차부대가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북한 급변사태시 북한 핵을 미군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무장병력의 북한 진입이 반드시 필요했고, 이를 위해 단둥에서 평양까지의 거리가 220km에 불과한 신압록강대교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래서 북·중간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 대교의 완공을 서둘렀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북한은 신압록강대교의 북한 측 최종 공사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완공을 미루고 있다. 지금도 이 다리와 북한 국도 제1호선을 연결하는 약 4㎞ 거리의 접속도로 최종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있어서 이미 완공된 다리를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이 신압록강대교가 곧 완공될 것이라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오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신압록강대교의 마지막 공사를 아직까지도 마무리 짓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결코 동맹적 관계로 여기지 않는다. 지금 중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이 큰 사고(?)를 치지 않고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한미군과 국경을 마주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북·중간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핵실험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그러한 도발적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런 중국의 생각을 알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때도 중국에 통보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북·중관계의 내막을 분명히 알아야 북·중·러간 밀착 프레임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 관계의 실상]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어떠할까? 과연 중국과 러시아는 동맹적 관계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2021년 7월 1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파키스탄에서 잠비아까지: 누가 중국의 진짜 친구인가?”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올렸다. 중국전문가인 마리아 시오우(Maria Siow)가 쓴 이 글은 중국 외교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주 의미있는 보도라 할 수 있다.



SCMP는 “중국 외교 성명의 영문판에 중국과 ‘ironclad’(쇠처럼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바위처럼 단단한)로 표현되는 국가가 14개인데 중요한 것은 이들 14개 국가의 명단에 러시아와 북한이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그야말로 철통같이 단단한 나라로 꼽은 곳들은 브라질,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말리, 몰타, 나미비아, 파키스탄, 루마니아, 세르비아, 탄자니아, 예멘, 잠비아, 짐바브웨 등 14개국이다.


SCMP는 이들 14개국 외에도 벨라루스, 캄보디아, 쿠바, 미얀마, 우크라이나 같은 5개국도 ‘ironclad’에 준하는 나라로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렇게 따져도 중국이 가장 믿을 수 있는 19개 나라 명단에도 역시 러시아와 북한은 없다.


러시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정말 섭섭할만 하지만 어찌보면 중국이 북한을 지금 계륵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왕이웨이(王義桅) 중국인민대학교 교수는 “‘ironclad’ 나라 사이엔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배반이 없다”고 했다.


또 러시아가 중국의 ‘ironclad’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을 연구하는 탁사실라연구소 마노지 퀴왈라마니(Kewalramani)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중국에게 전략적 파트너는 될 수 있을지언정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가시지 않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SCMP는 이어 “중국은 한때 중국에 속했던 잃어버린 영토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 역시 중러관계가 결코 하나로 묶여질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유명 국제 관계 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중국인민대학교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는 본래 한 침대에서 다른 꿈을 꾼다(同床異夢)”며 “지금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함께 있기를 바라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진정으로 서로 믿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러군사훈련을 해도 한미군사훈련과 같이 모든 군사전략과 전술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조직으로 각각 시범 훈련만 하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북·중·러 결속이라는 허상]


이렇게 북·중관계와 중·러관계의 실체를 파악하고 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중·러의 밀착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우선, 북·러관계는 사실 중·러관계의 종속 변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러시아에게 있어서 북한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데다 북·러관계의 틀은 오히려 중·러관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푸틴-김정은 간 정상회담을 통한 급속한 결속은 사실상 상상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흔히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러시아가 핵과 미사일 등의 핵심 기술들을 북한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에 불과한 가정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그러한 기술이전을 하려면 반드시 중국의 양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핵과 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을 찬성할까? 여기에 대해 말하려면 과거 러시아가 중국에 대해 그러한 기술이전을 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에게도 첨단기술을 넘겨주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5세대 전투기의 엔진 기술이다. 심지어 중국이 엔진 기술을 복제할 것으로 우려해 5세대 전투기의 중국 수출까지 막고 있다.


그러한 러시아가 북한에 핵과 미사일 기술을 넘겨준다? 상상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러한 기술이전을 중국 역시 반기지 않는다. 설사 그러한 일을 러시아가 생각하더라도 중국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북러정상회담 직후 왕이 외교부장이 모스크바로 건너간 것도, 또 시진핑-푸틴간 정상회담이 최근 열린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는 대외적으로는 동맹에 준하는 관계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동반자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적 측면에선 우방국이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사이다. 중국과 북한 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한데 묶어 한국-미국-일본의 3각 동맹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중·러는 서방진영에게는 마치 동맹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기대하겠지만 실상 결코 뭉칠 수 없는 그런 관계라는 한계가 있다.


[중국 역시 러시아-북한과 함께 엮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러시아와 함께 동급으로 취급받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북한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중국 그 자체로서 대우받기를 원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대중국 책략도 바로 이러한 바탕에서 출발한다. 미국과 중국은 무한 경쟁을 하는 사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충돌해서는 안 되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는 역으로 미·중 모두 충돌을 회피하면서도 서로의 국력을 능가하려는 전술을 채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9일, 척 슈머 등 미국 상원의원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미국이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결정된다”면서 “중·미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나는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천 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여러 대통령을 포함해 많이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중국과 미국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와 분리하는 외교정책을 사용한다. 미·중 간 충돌 상황에서도 폭넓은 대화 창구를 열어 조율해 가기를 원하고 특히 양국간 국방장관 채널을 통해 충돌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충돌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만약 그러한 충돌이 일어나는 즉시 중국이라는 나라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중국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내세우는 이념적 가치관보다 더 14억 중국 인민을 먹여 살리는 경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 입장에서도 성장해 가는 중국이 아니라 이젠 쇠퇴하는 대국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쇠퇴하는 대국이 모험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이 미국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미국은 중국경제가 파국으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미국의 외교 노선을 로 칸나 미 하원의원(민주당)이 지난 4월 스탠퍼드대 세미나에서 ‘건설적인 재균형(Constructive Rebalancing)’ 노선이라는 용어로 정리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대중 무역적자 감소와 갈등 해소를 위한 경제 재조정, 다양한 차원의 의사소통, 효과적인 군사적 억지, 아시아 동맹국 존중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군사적으로는 대만 침공을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억지력을 유지하되, 경제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고 정리했다.


한마디로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추락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결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당장 가장 시급한 것은 중국의 경제적 숨통을 터주는 것이다. 미국이 미중정상회담을 열기 원하고 또 다양한 채널로 중국과 소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북한과 분리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중국 역시 그러한 미국의 외교 방식에 같은 뜻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미·일 결속에 대응하는 북·중·러 구도라는 프레임은 자칫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외교정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63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