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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그가 열심히 일할수록 나라가 망한다!”, 中서 금서된 명나라 역사서 - 명나라 역사서가 중국서 금서된 이유, "시진핑 닮았다!" - 『숭정제: 실패한 왕조의 부지런한 황제)』 책이 금서 - 중국 당국도 시진핑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
  • 기사등록 2023-10-26 00: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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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역사서가 중국서 금서된 이유?]


마지막 명나라 황제에 대한 책이 시진핑과 연관됐다는 소문이 퍼지고 중국에서 돌연 금서로 지정되면서 서점에서 일제히 사라졌다. 명나라(1368~1644)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를 다룬 역사서인데 핵심 내용이 “그가 열심히 일할수록 나라가 망한다!”는 내용인데 이것이 시진핑 주석을 사실상 가리킨다는 소문들이 SNS로 퍼져 나가면서 돌연 금서로 지정됐고, 이로 인해 책값이 27배나 뛰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숭정제: 실패한 왕조의 부지런한 황제(崇禎: 勤政的亡國君)』라는 이 책이 금서가 됐다”며 “약 400년 전의 황제의 비극을 다룬 이 책이 지금 서점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검열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베이징의 서점에서 일제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고위 관리들을 숙청하고 왕국을 잘못 운영하다가 반란군이 베이징을 점령하자 자금성 밖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밌는 것은 책 제목에서도 나타나지만 황제가 열심히 일할수록 제국을 어렵게 만들면서 결국 붕괴를 재촉했다고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무능한 황제가 워낙 어리석은 탓에 국가를 위한다는 많은 조치들이 실수로 이어졌으며 여기에 부지런함이 나라의 몰락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쓰고 있다.


FT는 이에 대해 “중국은 현재 집권 중인 지도자들을 연상시키며 유사점을 그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검열의 대상으로 삼아왔다”며 “중국 내에선 '곰돌이 푸에 이어 과거 황제까지 문제 삼느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FT는 이어 “‘당국은 무엇이 두려워서 금서조치를 내린 것인가?’라고 항의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다”면서 “중국은 지금까지 과거 황제들의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고 또 이를 지금의 삶에 많이 적용하는데 당국의 금서 조치에 많은 이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적었다.


사실 중국에서는 책을 출간하기 전에 검열관의 반복적인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한 단계를 거쳐 출간된 책이 금서가 되고 또한 회수 조치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오히려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FT는 “국영서점부터 독립서점까지 다양한 곳을 가보았지만 '이달 17일부터 판매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중국) 외교부에 관련 문의를 넣었지만 답변을 즉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 책의 소식을 전하며 “시사 평론가들은 온라인 댓글에서 1368~1644년 명나라의 몰락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이 집권하는 중국의 현재 상황을 분석한 내용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책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FA는 이어 “규제가 덜한 온라인 중고 서점에선 이 책이 비밀리에 정가의 27배인 1280위안(약 23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며 “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간접적으로 표출되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RFA는 또한 “‘명나라부터 오늘날까지’라는 제목의 10월 17일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한 게시물은 웃음을 자아냈다”면서 “한 독자는 ‘무엇을 암시하는지는 분명하다’고 댓글을 달았으며, 다른 독자는 시진핑을 중국 왕조의 마지막 황제들에 비유했다”고 적었다.


또한 시사 평론가 왕젠은 “이 책은 누군가 권력을 남용하면 불행이 닥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가 되었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와 대중의 감정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절대 금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 평론가 팡 위안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중국에서는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역사적 언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사람들이 규제가 덜 엄격한 중고 도서 거래 플랫폼에서 이 책의 중고본을 엄청나게 부풀린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금지령에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팡 위안은 이어 “강경 대응을 할 수 없을 때 대중과 시민 사회는 정부를 저주하는 방법으로 더 부드러운 게임을 통해 분노를 표출한다”면서 “이번 도서 금지는 상황이 매우 민감하고 모든 것이 긴장되며 모두가 경계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숭정제와 시진핑]


1628년 17세의 나이로 즉위한 숭정제는 망국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평가가 비판 일변도이지는 않다. 이전 황제들과 달리 사치를 하지도 않았고, 권력을 남용하던 환관 세력을 제거해 정치 개혁을 꾀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숙청 등 정치 개혁의 과정에서 정쟁을 격화시켰고, '이자성의 난'으로 불리는 농민 봉기와, 후금의 침입 등을 막지 못하는 결정적 실책을 범했다. 숭정제는 결국 반란군이 진격해오자 후궁 등을 죽이고 본인은 자금성 밖 나무에 목을 매 자결했다.


그런데 이번에 금서가 된 이 책은 사실상 무능하다고 봐야 할 숭정제가 열심히 일을 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바로 이러한 대목이 시진핑 주석과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중국의 위기는 시진핑 주석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기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중국 경제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미국과의 패권전쟁에 나서면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3기가 출범하면서 경제전문가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시진핑 충성파 일색으로 꾸린 것도 중국 상황을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제로코로나 정책을 무지막지하게 시행하면서 중국 경제를 초토화시킨 탓도 있다. 한마디로 시진핑이 손대는 일마다 중국 사회를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바로 이점이 숭정제와 유사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시진핑이라는 이름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이 책을 검열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희화적이다. 그 말은 곧 중국 당국도 시진핑의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불만 표출에 대해 중국 당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고, 시진핑에 대한 부정적 평판 확산이 국가를 흔들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FT도 “시 주석 집권 후 검열은 계속 강화됐지만 특히 올해 더 심해졌다”며 “팬데믹을 지나며 경제가 더 어려워졌고, 특히 소비자들과 소상공인들 사이에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FT는 또한 “시 주석 본인이 역사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이유 역시 검열 강화의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중국학 전문가 케리 브라운 교수도 FT에 “시진핑 주석 본인이 역사엔 패턴이 되풀이된다는 믿음을 가진 듯하다”며 “연설문에도 역사의 교훈을 많이 포함시킨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이어 “그런 시 주석을 비판하는 대상 역시 역사에서의 비교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며 “시 주석 본인이 황제와 같은 존재가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RFA 역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없는 중국에서 특정 책이나 정보를 통해 정권에 대해 비판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2018년 당시 헌법에 적시된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했고, 실제 2022년 3연임을 확정했다. 사실상의 종신집권이라는 점에서 그를 두고 '시 황제'라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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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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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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