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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트러블메이커 중국, 이번엔 필리핀과 남중국해 대치 - 중국-필리핀 선박충돌, 남중국해 '일촉즉발' - 미국, 중국의 무모한 행동 비난 - 미-중, 군사훈련으로 맞대결
  • 기사등록 2023-10-24 12: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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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필리핀 선박충돌, 남중국해 '일촉즉발']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의 선박충돌 사건을 놓고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이 중국의 물대포 공격이 발생한 남중국해 암초 기지에 보급선을 보내는 과정에서, 중국 해안 경비대 함정과 충돌이 빚어졌다”면서 “이는 불안정한 지역에서 중국과 미국 동맹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경은 22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건축 자재를 운송하려던 필리핀 선박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경은 필리핀 선박의 암초 접근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법률에 따라 저지했다면서도 어떠한 방식으로 막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필리핀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토마스 암초에 1999년 좌초한 자국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암초에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필리핀은 보급선과 관련된 충돌 외에도 중국 해상 민병대 선박이 토마스 암초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필리핀 해안 경비대 선박과 충돌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안 경비대는 필리핀 선박이 중국 선박을 후진하여 충돌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필리핀 관리들과 보안 전문가들은 중국이 몰려다니며 필리핀 선박을 선회하고 차단하는 전술이 통제 불능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


한편, 중국은 필리핀이 불법으로 암초를 점거해 영구 점령을 추진하고 있다며 군함을 예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에도 중국 해경은 필리핀 군함에 보급품 등을 전달하려던 필리핀 해경선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중국은 같은 달 22일 필리핀 해경의 생필품 운송은 허용했지만, 지난 9월에는 군함 수리를 위해 보급품을 전달하려던 필리핀 보급선의 접근은 차단했다.


필리핀 군 당국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22일 새벽 자국군에 보급품을 전달하려던 보급선에 중국 해경선이 고의로 접근해 ‘쾅’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충돌하는 등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이 빚어졌다.


이에 필리핀 측은 중국 해경을 향해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며 불법적인 행동으로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해경도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과 함께 필리핀 선박을 몰아내는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간위 대변인은 “필리핀은 중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수송선 2척과 해경선 2척을 무단으로 중국 난사군도 런아이자오 인근 해역에 진입시켜 불법 건축자재를 전달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 해경은 여러 차례 경고가 효과가 없자 건축자재를 실은 선박을 법률에 따라 통제하고 식품 등 필수생활물자 운송에 대해서는 임시로 특별 조치를 했다”며 “현장은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며 전문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선박은 중국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 선박에 위험하게 접근해 충돌을 초래했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필리핀에 있다”고 비난했다.


간 대변인은 “중국은 런아이자오를 포함한 난사군도와 인근 해역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다”며 “해경은 법률에 따라 관할 해역에서 권리 보호 및 법률 집행 활동을 수행하고 국가주권과 해양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런 주장을 기각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 영유권을 고집하면서 필리핀 등 인근 국가와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 중국의 무모한 행동 비난]


중국의 이런 행동에 대해 미국은 국제법이 보장한 항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이번에도 중국을 즉각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동으로 필리핀의 항해의 자유권 행사를 고의로 방해했다”면서 “미국은 동맹 필리핀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중국해 어디서든 필리핀의 군, 민간 선박과 항공기, 해경이 공격받으면 1951년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 4조의 상호방위공약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WSJ은 이와 관련해 “토마스 암초를 둘러싼 위기나 교착 상태는 필리핀과 상호 방위 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필리핀에서의 충돌이 자칫 미중간 정면 대결로 비화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린지 포드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미 하원 외교소위의 온라인 청문회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선박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조약에 따라 동남아 국가를 보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고, 이러한 약속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필리핀 당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 주변에 중국이 설치한 '해상 장벽'을 철거한 것은 ‘대담한 조치(bold step)’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렇게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관여하는 것은 필리핀이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중국해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해운 경로 중 하나로, 한국 및 일본 등의 해상 운송로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중국해는 풍부한 어류 공급과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으로 인해 필리핀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마닐라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도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정치외교적 정당성 및 에너지 자원, 그리고 전략적 중요성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고, 동시에 중국 방어의 핵심 부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국방전략연구소의 콜린 고(Collin Koh) 선임연구원은 “남중국해는 또한 중국의 해양 기반 핵 억지력의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부분의 핵 탄두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하이난섬에 기지로 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인도 같은 잠재적 적국에 대해 소위 2차 공격 능력을 계획할 수 있는 근거지가 바로 남중국해”라고 밝혔다.


콜린 고는 이어 “남중국해는 광범위한 방어 상의 이유로 베이징에 중요하다”면서 “대만과 충돌할 경우, 남중국해는 중국이 확보해야 할 남쪽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군사훈련 맞대결]


CNN은 지난 3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필리핀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군이 미국 및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일본, 영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사마 사마(Sama Sama) 2023 해상 훈련’을 13일까지 2주간 진행한다”면서 “필리핀 해안에서 실시되는 이번 훈련에는 잠수함 대응, 공중방어 및 수색·구출 작전뿐만 아니라 지상 단계 훈련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마 사마는 필리핀 현지어인 타갈로그어로 '함께 한다'는 의미다.


미 해군 함정 2척을 비롯해 영국과 캐나다, 일본의 함정이 1척씩 참가했다. 참여 병력은 1천800명이며 호주와 프랑스, 인도네시아, 뉴질랜드는 참관인과 전문가를 파견했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실시되는 이번 훈련과 관련해, 필리핀 해군 소장인 토리비오 아다시는 “이번 훈련은 아태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십과 책임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훈련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가 필리핀을 향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 필리핀이 미국, 일본 등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해상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문은 특히 중국과 필리핀이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필리핀과 역외 국가들이 남중국해에 해군을 파견한다면 중국도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해 인민해방군을 파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이 매체에 “필리핀이 해안경비대를 보냈기 때문에 중국도 해안경비대를 파견해 대응했다”며 “필리핀과 미국이 군대를 보내 긴장감을 높이면 중국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쑹중핑은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중국과 미국의 경쟁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필리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은 누가 필리핀을 지지하든, 필리핀이 중국의 국가 주권과 안보 이익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리핀은 리스크를 관리하고 더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최근 1만t급 055형 구축함 옌안함과 052D형 이즈스함인 허페이함 등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실전 군사훈련을 했다. 055형 구축함은 중국 해군이 보유한 가장 우수한 성능의 구축함으로 꼽힌다.


중국의 이러한 훈련은 미국과 필리핀 등의 사마 사마 훈련에 대한 '맞불' 훈련으로 보인다. 남부전구는 훈련 기간에서 대잠 훈련, 실사격 훈련, 헬기 이착륙 훈련 등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중국 해군 전문가 장쥔서는 10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을 볼모로 삼고 있다”며 “필리핀은 상황을 잘못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과 필리핀 간의 이러한 충돌은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직접 충돌로 언제든지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사소한 문제로 인한 우발적 충돌이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미중 간 국방장관 회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아직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11월의 APEC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국방장관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그때까지 중국이 후임 국방부장을 임명할지가 회담 성사의 관건이라 할 것이다. 우리 한반도의 핵심 무역 항로인 남중국해는 이렇게 뜨거운 충돌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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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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