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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반도체 숨통조이는 美, ‘시진핑 군사굴기’ 타격 불가피 - 美, 對中 반도체통제 우회로 전면차단 - 미국의 AI칩, 중국군 현대화에 활용됐다 - 강력하게 반발하는 중국, 갈륨과 게르마늄 보복할 수도.
  • 기사등록 2023-10-19 12: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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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對中 반도체통제 우회로 전면차단]


미국이 또다시 대(對)중국 반도체 관련 추가 수출통제 조치를 내렸다. 인공지능(AI)칩과 반도체 제조 장비 등에 대한 기존 규정을 촘촘하게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이번 규제로 말미암아 중국의 미래산업이 융단폭격을 맞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18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중국의 국방력 첨단화를 이루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엔비디아 등이 설계한 고급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면서 “30일 후 발효되는 이 제재는 이란과 러시아를 포함한 더 많은 국가에 대한 광범위한 첨단 칩과 칩 제조 도구를 제한하고, 중국 칩 설계자인 무어 스레드와 비렌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AI에 핵심인 고성능 반도체 칩 수출통제에서 발견된 '구멍'을 메우고, 중국이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입을 위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수출통제 대상 국가를 대폭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 입장에서는 경악할만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마카오에 본사가 있거나, 미국의 무기 금수 조치 대상인 회사로 반도체 장비 등을 수출하는 것도 통제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화웨이의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스마트폰 출시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이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업데이트되면서 끝까지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해 가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강력 반발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조치가 향후 미중 관계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의 AI칩, 중국군 현대화에 활용됐다!]


미국 상무부가 이렇게 저사양 AI칩까지도 중국 수출제한에 나서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이 중국의 군사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서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보안 및 신흥기술센터는 2022년 6월 보고서에서 2020년 8개월 동안 중국 군 입찰을 통해 조달된 97개의 개별 AI 칩 중 거의 모든 칩이 엔비디아, 자일링스, 인텔(INTC.O), 마이크로세미에서 설계한 제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슈퍼컴퓨팅과 첨단 칩의 지원을 받는 AI 기능은 군사 의사 결정, 계획 및 물류의 속도와 정확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저사양 AI칩까지도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나 전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경한 대책이 나오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지나 러몬도 장관은 “군사 기술과 상업 기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기는 어렵다”면서 “이중 용도 기술이 종종 있으며, 안타깝게도 상업적 교류를 촉진하는 기술이 때로는 경쟁국이 군대를 현대화하고 시민을 감시하며 억압을 강화하도록 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장관은 이어 “AI의 발전을 촉진하고 (중국의) 군사적 활용에 매우 중요한 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목표이며, 경제적으로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규제안에 포함되지 않은 특정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동시에, 수출 기준을 충족하는 AI 칩이라도 기업들에게 출하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새 규제에 포함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AI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발표했었다. 그럼에도 미국 기업들이 저사양 반도체를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해 생산하자 이를 전면 차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강력하게 반발하는 중국, 갈륨과 게르마늄 보복할 수도.]


중국은 이같은 결정에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수출 규제 발표 전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은 무역과 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가지 대응책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갈륨과 게르마늄이라는 두 가지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며 보복하는 방안이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단연코 가장 큰 플레이어이다. CRMA(Critical Raw Materials Alliance)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의 80%, 게르마늄의 60%를 생산한다.


[미 반도체 기업들도 비상]


사실 미국의 이번 대중국 규제조치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작년 수출 규제로 첨단 AI 칩인 A100·H100을 중국에 팔지 못하게 된 엔비디아는 이번 추가 규제로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수출 규제에는 걸리지 않았던 A800과 H800 반도체도 팔지 못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칩은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A100과 H100의 성능을 낮춘 제품들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GPU(그래픽처리장치) 판매의 2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과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등이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해왔다.


엔비디아는 이날 발표한 이메일 성명에서 “우리는 다양한 산업에 걸쳐 수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모든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제품에 대한 수요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재무 실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이날 오후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이번 제한이 적시에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기존 고객을 지원하거나, 이번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의 최고 경영자 젠슨 황은 올해 초 FT 인터뷰에서 “(미 정부) 추가 규제가 미국 반도체 기업의 투자 자금 조달 능력을 갉아먹어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했었다.

이날 미 정부 발표 직후 개장한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4.68% 하락한 439.38달러(59만5천7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크게 떨어졌고, 올해 8월 9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다. 장중에는 7.8%까지 하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장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로써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1조850억 달러(1천471조2천600억원)로 줄어들며, 하루 만에 533억 달러(72조2천748억원)가 증발했다.


엔비디아의 하락 폭은 브로드컴(-2%)과 마벨(-0.9%), 인텔(-1.4%) 등 다른 반도체 기업보다도 컸다.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도 하락해 약 730억 달러(약 98조8천억원)의 시장 가치가 날아갔다.


반도체 업종은 올해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분야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경우 AI 붐을 타고 올해 들어 200% 이상 뛰며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미 상무부의 대중국 제재 조치로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쿤잔 소비니 애널리스트는 “이번 규제는 예상됐던 것으로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적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최근 중국의 대량 주문이 급증한 것은 이런 미국 정부의 조치를 예상하고 800 시리즈 칩을 비축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ASML “中 매출 중장기적으로 낮출 것”]


미 상무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재조치와 관련해 ASML도 1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수출통제는 첨단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중국의 일부 팹(공장)들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우리 매출의 지역적 분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ASML은 “그러나 이번 조치가 올해 재무 전망과 2025년 및 2030년 장기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즉 이번 추가 수출 규제 조치가 ASML의 중국 매출에는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겠으나, 전체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ASML에서 매출 기준 대만과 한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ASML은 “규제의 잠재적인 영향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규제의 적용 범위에 대해 미 당국에 추가적인 설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ASML의 이러한 대응은 이번 미 상무부의 조치 가운데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반도체 제조 장비 유형도 추가해,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서다. ASML이 일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여전히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EUV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2019년 네덜란드 정부가 EUV 중국 수출을 제한했고, 지난 1월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수출 제한은 DUV 노광장비로 확대했다.


이렇게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굴기’를 하려던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생겼다. 그만큼 타격이 클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진핑의 군사굴기’도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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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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