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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본색 드러낸 中, “무조건 하마스 지지, 반미연대할 것” - 중립 입장 벗어나 하마스 지지 공식 천명한 중국 - 하마스의 전쟁 격화가 국제사회에서 중국 입지 강화 기회 - 중, 이란과 손 잡으면서 대미국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속셈
  • 기사등록 2023-10-18 12: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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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입장 벗어나 하마스 지지 공식 천명한 중국]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에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 오던 중국이 돌연 일방적인 ‘이스라엘 때리기’에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지난 10월 7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에 대해 중국은 어떠한 비난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4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는 모든 행위를 반대·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위(自衛)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이 민족의 권리를 회복하는 정의로운 일을 계속해서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두 국가 방안'이라는 정확한 궤도로 돌아가 전면적이고 공정하며 항구적인 해결을 보도록 이끌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중국의 반응은 이번 사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전쟁 발발 후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옳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직접 겨눈 비판은 자제해왔다. 표면상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왕이 부장은 작심한 듯 “중국은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이 민족의 권리를 회복하는 정의로운 일을 계속해서 지지한다”고 대놓고 팔레스타인 편을 들었다. 왕이 부장은 같은 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에서도 “(독립된 팔레스타인 건국을 통해) 역사적 불공정은 조속히 끝나야 한다”며 같은 논지를 폈다.


중국이 확실하게 태도를 바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서도 하마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이스라엘 비판에 합세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하마스의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학살 장면보다는 팔레스타인의 고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자 지구를 배경으로 한 이스라엘 군의 무력 대응을 집중 조명했으며, 마치 미국 주도의 대응임을 암시하는 듯 미국 군함의 영상 및 사진과 함께 방영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공산당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해온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전 편집인은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은 미국 때문에 버릇이 나빠졌다”고 쓰는 등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해당 계정의 팔로어 수만 2500만명에 달할 만큼 그의 비평은 대중 영향력이 강하다.


이렇게 외교당국과 관영 언론들까지 합세해 반이스라엘 선동을 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반향도 컸다. 미국의 프리덤하우스는 “중국 온라인상에서 반유대주의 정서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은 왜 태도를 바꿨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돌연 태도를 바꿔 이스라엘 때리기에 나섰을까? 중국은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는 진짜 포기한 것일까? 사실 중국은 이번 사태 직전만 해도 이스라엘과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었다. 지난 6월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국빈 방문을 요청해 이달(10월) 말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었다.


중국이 이렇게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양국 간 교역 때문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양국 간 교역액이 약 221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텔아비브 대학교 국가안보연구소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대중국 수출 중 절반 이상이 마이크로칩을 포함한 전자 부품이다. 문제는 미국이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게 중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무역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하마스의 가자지구 공습 이후에 중국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대중동 전략상 친팔레스타인 노선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WSJ은 이에 대해 “중국의 중동에 대한 야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지지가 아랍 세계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속내를 중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중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으로 인해 아랍 국가들이 반이스라엘로 구도가 형성되어가자, 아예 아랍 국가들과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하마스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이란과도 손을 잡으면서 대미국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속셈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시 말해 중동의 아랍 국가들과 중국이 외교적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가면서 추후 있을 수도 있는 중동 평화 협상에 주도권을 잡고 미국과 협상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전쟁 와중에 이란과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또 중국 관영 언론은 이란 언론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의 불법적인 '백린탄' 사용을 비판하는 행태를 보였다. 백린탄은 인체에 닿을 경우, 뼈와 살이 녹을 정도로 심각한 화상을 입히는 치명적인 무기다.


이에 대해 중국 안보 전문가인 알레산드로 아두이노 킹스칼리지 런던대 부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과 중동 정책에서 협상하기 위해선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소수의 행위자 중 하나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며 “중국 입장에서 이란은 대미 협상의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 선 선임연구원도 FT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중국과 아랍 국가들을 다시 같은 편에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격화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국제사회의 힘의 균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의 주요 지정학적 경쟁국들에는 호재”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국제 체제를 훼손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정신없이 바쁜 미국의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복 공습으로 지금까지 약 2천7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놓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자신들을 비난하는 서방 국가들을 향해 위선이라고 부르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주변 국가의 개입으로 확대되면 우크라이나에 치중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이스라엘로 분산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이득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만의 미래를 놓고 대립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관심이 중동으로 쏠리는 것은 반길 일이다. 여기에다 중동 정세 불안 심화는 미국의 경제적 패권이 약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을 전면 지원하는 미국의 대중동 헤게모니를 흔들 수 있는 국면이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이 중동을 부추김으로써 중동 국가들의 반미성향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중국은 판단한다.


결국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여러모로 중국 외교의 본색을 그대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미국과 중동 국가 간의 이간질을 강하게 시도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나중에는 은근슬쩍 중동의 평화 중재자로서 오히려 미국과 딜을 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속내가 현실화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당장 미국 내에서 중국의 본색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중국 정책의 본질적 재검토를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이러한 미중간에 외교적 파도타기는 오는 11월의 APEC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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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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