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이스라엘 괴롭히는 가자 지하비밀터널의 모든 것 - 하마스 최후저항선, '500㎞ 지하터널' - 과연 ‘가자 메트로’를 완전 파괴할 수 있을까? - 결국 가자 진입은 ‘땅굴 전쟁’
  • 기사등록 2023-10-18 00:17:36
기사수정



[하마스 최후저항선, '500㎞ 지하터널']


최강의 정예부대를 자랑하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궤멸시키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작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바로 하마스의 최후저항선이 될 수 있는 거대한 지하터널 때문이다.



CNN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정복하려 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인근 이집트에서 물품을 밀수하거나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쓰이는 여러 지하터널로 유명한 지역”이라면서 “하마스는 흔히 알려진 지하터널 외에도 또다른 지하 터널 네트워크인 일명 '가자 메트로'를 구축해 왔다”고 보도했다.


‘가자 메트로’는 이스라엘군 정찰기와 드론(무인기)의 감시를 피해 최고 깊이 수㎞의 거대한 지하 미로를 건설, 인원과 물자를 운반하고 이스라엘을 공격할 로켓 등 무기와 지휘통제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마스는 2021년 이 터널의 총길이가 500㎞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이라면 총연장 350km의 서울 지하철의 1.5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2007년 이후 이곳을 봉쇄만 해왔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을 가지 않다 보니 그동안 하마스는 중장비 없이 기본적인 자재만으로 이런 터널을 구축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마스는 수년 동안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 아래에 있는 터널을 이용해 무기, 지휘 시설, 전투기를 숨겨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로는 환기 통로와 전기 시설로 더욱 정교해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는 깊이가 35미터에 이르며 철로와 통신실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도 이러한 '가자 메트로'의 존재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하마스가 민간 용도나 인도적 목적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지하터널 건설용으로 전용한다고 비난해 왔다.


그럼에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부터 지킬 방공호나 조기경보 체계 구축보다는 가자 메트로 건설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전력상 압도적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군을 상대하려면 게릴라전과 같은 비대칭 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가자 메트로’ 같은 비밀 지하터널이 매우 매력적인 도구가 돼 왔다고 CNN은 평가했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 지하터널을 구축했고, 베트남 전쟁(1955∼1975년) 당시에도 북베트남이 대규모 땅굴을 활용, 상당한 전과를 올린 바 있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가자 메트로'가 하마스의 비밀병기이자 난공불락의 요새로 부각되는 이유는 이 시설이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의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CNN은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와 주변 지역에 거의 200만명 가까운 주민이 몰려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지하전술 전문가 대프니 리셰몽-바라크 교수도 “터널을 상대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그렇지만 도시 구역이라면 모든 게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도시의 거대한 인구가 방패막이가 되기도 하고 사실상의 살아있는 인질이 되면서 ‘가자 메트로’에 대한 공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천50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고한 민간인이 거주하는 가자시티의 건물과 주택 아래 터널에 숨어 있다”면서 “가자 주민들이 사실상의 '인간방패'로 쓰인다”고 규탄해 왔다. 이스라엘은 그런 상황에서도 하마스 제거를 위한 표적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과연 ‘가자 메트로’를 완전 파괴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은 2014년 하마스와 대규모 전면전을 벌였을 때처럼 이번에도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가자지구 일대의 지하터널을 파괴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지하터널을 완전하게 파괴하는 방법 중 최고는 대대적인 폭격을 통해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위해 민간인들의 대피를 유도하고 있지만 110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들을 완전히 대피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민간인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폭격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또한 터널 입구들이 건물의 지하나 종교시설 내부 등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건물 하나하나 수색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전면적 시가전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는 난점도 있다.


하마스도 이를 알기 때문에 가자 주민들의 대피를 가로막고 있고, 심지어 외부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까지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난점도 있다. 리셰몽-바라크 교수는 설령 민간인 전원이 소개됐다고 해도 지하터널을 파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항공기를 동원한 폭격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해 억류 중인 인질이 199명에 이르는 까닭에 선뜻 이를 택하기 힘들고, 매복이나 부비트랩 등의 위험 때문에 병력을 내부로 투입하기도 어려워서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09년과 2014년 이스라엘은 하마스 공격을 위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으나 하마스에 결정적 타격을 주진 못했다. 당시 하마스는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도 땅굴을 통해 이스라엘군을 기습했고, 이스라엘은 유엔 관련 시설 공격과 민간인 사살 등으로 전쟁범죄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그래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을 만류하는 것이고,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는 작전 수행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 더 큰 우려를 낳는 것은 이전의 지상전에 비해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전투가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2009년과 2014년이스라엘군이 로켓 발사 시설과 땅굴 파괴를 목표를 삼았던 것과 달리, 이번 이스라엘군의 목표는 아예 하마스를 뿌리 뽑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하마스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마스를 파괴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번 공격은 ‘깨끗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퇴양난의 이스라엘, “하마스 전멸없이는 또다시 당한다!”]


그렇다고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비밀터널을 무너뜨리기 위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2014년 이 비밀 지하 미로의 전모를 파악하기 시작한 이래 가자지구와의 60킬로미터 국경을 따라 지하 장벽을 개발하는 데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아이언 월(Iron Wall;철벽)'과 '아이언 스페이드(Iron Spade; 철삽)'라고 불리는 새로운 터널 건설을 감지하는 시스템에 수억 달러를 더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기 위한 이 방어시스템은 이번 하마스의 반격을 하는데도 일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땅굴 탐지를 위한 다양한 시설들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적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2014년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으로 알려진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공동 개발한 이스라엘 기업 엘빗 시스템즈와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즈가 개발한 정교한 땅굴 탐지 시스템에 투자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아직까지 완벽하게 구동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탐지 오류들이 발견되고 있어서다.


문제는 하마스의 ‘가자 메트로’를 어설프게 손댔다가는 또다시 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2021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하에 있는 100킬로미터의 터널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망이 있으며, 이 중 5%만 공격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완전하게 제거하지 못한다면 이스라엘군이 작전 목표로 삼고 있는 가자지구에서의 하마스 축출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뿐더러 또 다른 보복 여지를 남겨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군의 고심이 있다.


[결국 가자 진입은 ‘땅굴 전쟁’]


결국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격은 한마디로 ‘땅굴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땅굴에 숨은 하마스 대원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스라엘군은 그물처럼 퍼져 있는 땅굴 진출입로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하마스의 게릴라전에 맞서야 한다.


특히 이스라엘이 땅굴 전쟁 목표의 하나로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야코브 아미드로르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어떻게 하면 민간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가도록 할지가 문제”라며 “가자지구 점령에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타마르 야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가자지구 점령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야르 전 부의장은 “지상전은 하마스가 다시는 이스라엘을 공격 못 하도록 만드는 수단”이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렇게 이번 이스라엘-하마스간의 가자지구를 둔 전쟁은 결국 '가자메트로'를 누가 더 공격하고 방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56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