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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제재 대상 러 여객기 '불안불안',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 - 서방제재 탓 러 여객기, 기체결함에 비상착륙 잇따라 - 제재로 인해 모든 것이 부족한 러시아 - 아예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진입 금지시킨 EU
  • 기사등록 2023-10-17 1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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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제재 탓 러 여객기, 기체결함에 비상착륙 잇따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서방 국가들이 1만 3천 항목 이상의 제재를 러시아에 부과하면서 항공기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체 결함으로 여객기가 비상착륙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매체인 이즈베스티야는 16일(현지시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동부 자바이칼주 치타로 향하던 '수호이 슈퍼젯-100'(SJ-100) 여객기가 전날인 15일 우측 엔진 유압장치 이상으로 하바롭스크주 공항에 비상착륙 했다”면서 “비상착륙에 따른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당국은 항공기 엔진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여객기가 바로 전날인 14일에도 이륙 후 좌측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자 출발지인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으로 긴급 회항해 비상착륙 한 바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일에도 승객 약 400명을 싣고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튀르키예 안탈리아로 향했던 아에로플로트(Aeroflot) 소속 항공기도 기내 공기를 조절하는 공조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이륙 40분 만에 출발지인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으로 회항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12일 승객 161명을 태우고 남부 소치에서 중부 옴스크로 향했던 우랄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0 기종 여객기가 비행 중 이상으로 노보시비르스크 지역 들판에 비상 착륙하기도 했다.


[제재로 인해 모든 것이 부족한 러시아]


러시아는 지금 서방의 제재로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방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러시아에 민간 항공기와 예비 부품, 유지보수 서비스 공급을 금지했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항공기 정비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올해 가을과 겨울 여객기 운항을 줄일 예정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1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는 국가인 러시아는 이로인해 러시아인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심각하게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이어 “세계 최대 석유 및 가스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전국적으로 연료 부족에 직면하고 있으며, 종이 부족으로 인쇄물 제작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서방의 제재로 인한 장비 및 예비 부품 부족으로 인해 러시아 내 휴대전화 수신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진짜 심각한 것은 항공산업에 대한 제재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매체인 코메르산트는 지난 5월 “러시아 항공사들이 2022년에 부품 수명이 만료된 서방 항공기를 사용해 2,000회의 비행을 수행했다”면서 “비행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반 사항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운항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러시아 항공 산업은 상업용 항공기에 차질을 빚고 공군력 유지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격적인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 뉴스위크의 보도 내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러시아가 서방제재로 여객기 부품이 바닥나자 멀쩡한 여객기에서 뜯어낸 부품을 다른 여객기에 쓰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8월 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기업인 아에로플로트는 에어버스 320, 에어버스 350, 보잉 737, 수호이 슈퍼제트 100 등 다수 항공기를 이런 목적으로 해체했다”면서 “이 같은 부품 돌려막기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항공업계를 겨냥한 서방제재에 대처하기 위해 내린 권고에 따른 결정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의하면, 러시아 정부는 2025년 말까지 외국산 항공기 3분의 2를 계속 운항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단 일부를 부분적 해체 대상으로 정해 부품을 구하라고 올해 6월 권고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외국 주권침해, 국제법 위반 등 책임을 물어 러시아 항공업계를 제재했다. 그 때문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미국,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되는 부품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정비도 받을 수 없다.


각각 미국과 EU가 제작하는 보잉, 에어버스 기종은 제재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특히 에어버스 A320네오, A350, 보잉737 맥스, 보잉 787 등 비교적 새 기종은 꾸준히 기술 갱신 서비스까지 받아야 한다. 또한 러시아에서 제작한 수호이 슈퍼제트 기종도 외국 부품에 크게 의존하는 까닭에 제재를 피해갈 수 없다.


러시아의 대표적 국적기인 아에로플로트는 보잉 134대, 에어버스 146대, 수호이 슈퍼제트 80대 정도를 보유해 외제 항공기의 비율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제재로 인한 부품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로이터가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이후 이륙하지 않은 아에로플로트 항공기는 50대 정도로 직접 제재대상에 오른 항공기를 포함해 전체의 15% 정도에 달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이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항공기가 부품 공급을 위한 해체 대상일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멀쩡한 항공기 부품을 뜯어 다른 항공기에 이식하는 작업은 심한 재정위기를 겪는 곳에 드물게 있었지만 러시아처럼 제재 때문에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사례는 아예 없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아시아 또는 중동에서 부품 공급을 우회 수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한 두 번은 몰라도 장기적 공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항공사들이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곳까지 함께 제재하는 서방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 아랍에미리트도 못 나선다”며 “항공기 부품 하나하나가 모두 고유번호가 있어 추적되는 상황에서 부품 종착지가 러시아로 기록된다면 모두 공급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자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항공기 제조 등에 힘을 쏟고 있으며, 지난 8월 순수 러시아산 부품으로 제작한 신형 여객기 시제품의 첫 시험비행을 마쳤으나 이 기체 역시 서방 제품이 포함되어 있어 지속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예 영공진입 금지시킨 EU]


이렇게 항공기에 대한 유지 보수가 힘들어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진입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부터 안전 우려를 이유로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를 포함한 21개 항공사를 '영공 안전 명단'에 올리면서 영공 진입을 금지시켰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EC)는 “이번 결정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아니며, 단지 기술과 안전을 근거로 내려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안전과 정치를 혼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 이후 러시아 항공사를 상대로 하늘길을 차단하는 제재를 내렸다. 앞서 EC는 역내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이착륙과 비행을 금지할 것이라고 2월 29일 밝힌 데 이어 미국도 3월 1일 모든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을 금지했다.


[아예 압류당하기도 하는 러시아 항공기}


심지어 러시아의 항공기가 서방진영 국가에 아예 압류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10일, “캐나다 정부는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착륙한 거대한 러시아 화물기를 압수했으며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보상으로 우크라이나에 항공기를 제공할 계획”이라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이에 대해 캐나다 외무부 장관인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는 성명을 통해 “오늘 캐나다는 크렘린의 침략 전쟁을 지원하고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러시아 정권에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 수송기 중 하나인 안토노프 An-124 화물기는 캐나다 정부가 2022년 2월 러시아 소유 항공기에 대한 영공을 폐쇄한 이후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갇혀 있었다. 이 비행기는 그 이후로 공항 활주로에 대기하면서 33만 달러 이상의 공항사용료를 쌓아두고 있었다.


이 화물기는 전 세계에 있는 26대의 항공기 중 하나로, 인공위성, 기관차 엔진, 풍력 터빈을 운반할 수 있을 만큼 큰 크기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정부는 “러시아의 경제 자원을 압박하고 전쟁에 연료를 공급하는 자원을 제한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전쟁을 중단하도록 러시아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이 비행기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이번 압류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전날 우크라이나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약 3억 7,500만 달러의 새로운 군사 원조를 약속한 시점에 맞춰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캐나다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번 압류가 불법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한 이 비행기를 소유한 러시아 항공사 볼가-드네프르 그룹은 지난 4월 캐나다의 공식 제재 목록에 추가된 바 있는데, 이 회사는 이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렇게 러시아는 날이 갈수록 외국과의 교류마저도 차단될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영토가 넓은 러시아에서 국내 항공마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서방의 제재는 의외의 곳에서 러시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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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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