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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EU의 경고, “중국은 EU를 우습게 보지 말라!” - 방중 앞둔 EU수장, 중국에 점잖게 충고 - 중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 가감없이 드러낼 듯 - EU의 디리스킹 본격화, 화웨이 추방 결정
  • 기사등록 2023-10-13 12: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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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 앞둔 EU수장, 중국에 점잖게 충고]


중국 방문을 앞둔 유럽연합(EU)의 수장이 “이제 중국이 유럽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라면서 점잖게 충고하고 나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이 그동안 EU국가들을 상대로 해왔던 외교적 행동들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라는 렌즈를 통해 EU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내 (방중) 첫째 목표는 유럽이 중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중국의 부상을 방해하려는 숨겨진 의제가 없음을 중국 측에 재확인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인터뷰는 12일 게재됐다.


보렐 대표는 이어 “우리의 (중국에 대한) 평가와 행동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이익에 따른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를 경제 파워에서 지정학적 파워의 입장으로 변화시켰고, 전략적 책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보렐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EU의 대중 정책이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EU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종종 비판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보렐 대표는 상하이를 통해 입국해 상하이국제연구소 학자들과 현지 기업가들을 만나고 베이징으로 이동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하게 된다. 보렐 대표는 중국의 외교 일정에서 중요한 행사인 일대일로 정상회의 전날에 도착했으며, 이 정상회의에는 EU 지도자 중 한 명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 가감없이 드러낼 듯]


보렐 대표의 이번 방중에서 눈길이 쏠리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서 이와 관련해 논의도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EU 소식통은 SCMP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보렐 대표 방중의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의심할 여지 없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렐 대표도 “최근 중동 위기를 포함해 우리가 협력을 시도할 지역 이슈들도 있다”면서 “EU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의 중립 주장을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 한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이어 “솔직히 유럽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한다”며 “침입자와 침공을 당한 나라 사이에서 어떻게 중립적일 수 있나. 이런 경우 중립이라는 것은 여우가 닭장에 들어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보렐 대표는 또한 “중국이 러시아 편이 아니라는 것을 우크라이나에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중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보렐 대표는 아울러 “EU와 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막대한 대중 무역 적자는 단순히 EU와 중국 간 경쟁적 불리함의 산물이 아니며 중국에서 EU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겪는 시장 접근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꼬집었다.


보렐 대표는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갈수록 매력을 잃는 것”이라며 “유럽 기업들은 더 이상 중국에 많은 외국인을 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또한 자동차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고려해 여론의 반응에 신경 써야 한다”며 “유럽 같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유권자의 생각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렐 대표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한다”면서도 “해당 정책안에서 유럽은 대만과의 양자 관계를 육성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대만을 독립 국가로 정치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렐 대표의 방중과 관련해 SCMP는 “이번 방문은 중국 지도부에 EU가 현재 관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의도가 없기는 하지만, 좁은 형태의 탈 위험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중국 지도부와 협의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갈수록 강해지는 EU의 대 중국 압박]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EU가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이어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불공정 보조금 혜택'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면서 “EU는 오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EU-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같은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반보조금 조사는 EU로 수입되는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중국 당국의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받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다. EU 집행위원회의 직권 조사 결과, 중국산 철강이 받은 보조금 규모가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하는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그에 따른 상계관세가 부과된다. 통상 반보조금 조사에는 총 13개월이 소요된다.


EU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산 저가 철강과 경쟁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대중 압박 전선에 EU도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여서 더욱 주목을 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연례 정책연설에서 “중국 정부 보조금을 받은 저가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반보조금 조사 방침을 전격 발표했고, EU는 이달 4일부터 공식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EU의 디리스킹 본격화, 화웨이 추방 결정]


EU의 대중국 압박은 또 있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는 5억 유로(약 7천130억원)가 투입되는 자국의 지역 5G 네트워크 개발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화웨이는 자사의 스페인 지사를 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월 16일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EU 모든 회원국을 향해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브르통 집행위원은 “지난 2020년 집행위가 내놓은 5G 통신망에서 '고위험 공급자' 배제 가이드라인을 이행한 국가가 27개 회원국 중 10개국에 그친다”면서 “속도가 너무 느리고 이는 중대 안보 위험을 제기한다”는 말로 화웨이·ZTE 사용 금지의 이유를 댔다.


그는 그러면서 “통신서비스 관련 역내 공공입찰 시 화웨이와 ZTE 참여를 금지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으며, 스페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 지침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EU가 지난달 13일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예고를 한 데 이어, 지난 3일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 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스페인 정부의 이번 조치가 디리스킹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U-중국 관계, 변수로 떠오른 리투아니어]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리투아니아 변수까지 불거질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빅토리아 치밀리테 리투아니아 국회의장이 오는 21∼29일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대만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치밀리테 의장은 대만 방문 기간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리투아니아 고위급 인사 대만 방문은 2021년 11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주(駐) 리투아니아 대만대표처'가 설치된 이후 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주대만 대표처는 2022년 11월 7일 정식 개관했다.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중국 영토로 여기고, 대만과 외교 관계 수립에 반대하는 중국에 정면으로 맞선 조처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국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소환하고, 양국 관계를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는가 하면 리투아니아 수출품의 통관을 막는 등 경제 보복을 벌였다.


그런데 이번에 리투아니아 고위급 인사가 또다시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 당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리투아니아는 중국을 겨냥해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고, 중국의 신장 위구르 정책을 학살로 규정하고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중국 역시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중국의 긴장 고조가 EU와의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EU와의 관계 개선이 급선무인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모른 체 하자니 이러한 일이 EU의 다른 국가들로도 전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래저래 중국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던 EU 시장이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외교적 문제들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라 이러한 상황에 중국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 모두가 중국 당국이 자초한 일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대응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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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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