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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동전쟁에 숟가락 얹으려다 버림받은 중국 - 평화 중재자 이미지 심으려던 중국의 한계 - 하마스 침공으로 희생된 중국인에 대해 침묵하는 중국 - 딜레마에 빠진 중국, 이스라엘은 중국 중재에 관심도 없어
  • 기사등록 2023-10-13 04: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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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중재자 이미지 심으려던 중국의 한계]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에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국이 또다시 글로벌 피스메이커로서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스텝이 꼬이면서 중국의 한계만 드러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시진핑의 발언은 평화 중재자로서의 한계를 보여준다”면서 “중국은 양측 모두 친구라고 말하면서 정작 하마스의 잔인한 공격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아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고 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한 번도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았던 시진핑 주석은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과 관련해서도 역시 하마스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았다”면서 “중국 외교부 또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수백명이 사망했음에도 하마스의 이러한 만행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 중인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


슈머 의원은 이날 중국 수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솔직히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이스라엘에 대해 어떠한 동정이나 지지를 보이지 않은 중국 외교부의 성명에 실망했다”면서 “나는 당신과 중국 국민들이 이스라엘 국민들과 함께 비겁하고 악랄한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양측의 긴장 고조와 폭력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즉각 휴전하며 민간인을 보호하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입장 난처해진 중국]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의 라파엘로 판투치 선임연구원은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 주석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면서 “중국은 스스로를 글로벌 피스 플레이어로 포장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생각도, 능력도 또한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해 다양한 제스처를 보였지만, 그 효과가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또다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의 관계 정상화 카드로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꿈꾸고 있었으나, 이번 하마스에 의한 전쟁은 이러한 중국의 노력을 또다시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중국이 이렇게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이란과 더 가깝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양국 간 교역액이 약 221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텔아비브 대학교 국가안보연구소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대중국 수출 중 절반 이상이 마이크로칩을 포함한 전자 부품이다. 문제는 미국이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게 중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무역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매우 적극적이다. 8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하는 브릭스(BRICS) 블록의 확장을 주재했다. 그 전 달에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이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하마스에 대해 공격자라는 비난을 하지 않기로 한 중국의 결정은, 이란과 이 지역의 다른 권위주의 정권에 중국이 그들의 지역적 이익을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음 주에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아랍권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참석하는 이 자리에서 과연 중동 평화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하마스의 배후에 있는 이란을 편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유대관계를 강화해야 할 이스라엘의 심기를 거스려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흐로닝언 대학교의 역사 및 국제관계 이론 조교수인 윌리엄 피게로아(William Figueroa)는 “중국이 중재를 시도했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달리, 중국은 사실상 이스라엘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이스라엘 역시 중국이 어떤 종류의 합의를 중개하도록 초대할 관심도 없고 인센티브도 없다”고 일갈했다.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숟가락을 얹으면서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보여 주려 하지만, 우선적으로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중국을 전혀 신뢰하지도 않고 중국의 중재 시도 자체를 아예 기대하지도 않고 있어서, 중국의 평화 행보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하마스 침공으로 희생된 중국인에 대해 침묵하는 중국]


이번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이 난처하다는 것은 하마스의 기습으로 인해 현지의 중국인들이 피해를 봤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읽어 볼 수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11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이스라엘에 있는 중국인들도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이들이 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하마스의 민간인 공습이 초래한 비참한 결과를 애써 무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이미 중국인 2명이 하마스의 기습으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이러한 소식 자체가 중국 내에 퍼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스라엘 혼혈 여성이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사실이 확인되었는데도 중국 당국은 역시 이 뉴스의 중국내 전파를 막고 있다.


이스라엘 중국 상공회의소(ICC)에 따르면, 10일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으로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중국인 최소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총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 중국상공회의소는 발표에서 “베이징 건설 엔지니어링 직원인 왕 씨가 10월 7일 하마스 무장 세력과 마주쳤으나 왕 씨는 자신이 중국인이라고 밝힌 후에도 두 번 총을 맞았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왕 씨는 치료 후 중태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동료 노동자 한 명도 총에 맞았고 아직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이스라엘 혼혈 소녀도 지난 7일 현지 음악 축제에 참석하던 중 하마스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되었고, 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중국 당국에 의해 차단됐다. 납치된 소녀의 부모는 11일 중국 매체 피닉스를 통해 중국인들이 딸을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중국 당국은 입을 다물고 있다.


해외 정치 전문지 베이징스프링의 명예 편집장 후핑은 “하마스에 납치된 중국-이스라엘 소녀 납치 사건에 대한 중국 소셜 미디어의 무관심 뒤에 중국 관리들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중국인의 안전은 전 세계의 관심사이며, 알자지라의 불완전한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으로 최소 22개국의 시민이 사망, 부상 또는 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중국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왕원빈 대변인은 ‘중국 측이 현지에 있는 중국인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관련 정보에 대해 확인중”이라면서 “중국인 피해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상황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후핑은 “중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오랜 외교적 지원으로 인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중국이 어느 한 편을 들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으며,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특정 중국인의 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도 이러한 고려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후핑은 이어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로 인한 중국인 피해와 관련 은폐 또는 축소를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중국 사회에 알려지는 순간 하마스가 저지른 일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차단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세웠다”고 해석했다.


[딜레마에 빠진 중국]


이렇게 중국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대해 매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중국 외교 정책 전문가인 이안 총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말과 행동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면서 “중국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약속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은 중동 상황에 영향을 미칠 의지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안 총은 이어 “이러한 패턴이 계속되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중국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중국의 한계에 대해 VOA는 “중국이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중동 국가들은 중국을 분쟁 지역 갈등을 해결하려는 국가라기보다는 사업가의 나라로 보고 있다”면서 “일부 국가는 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다른 국가는 약간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중국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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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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