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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절약경제’로 전환한 中소비자, 당혹감에 빠진 中정부 - 지갑 닫은 中 소비자, “정부엔 걱정스러운 신호” - 둔화되는 소비자 지출, 기업들도 충격 - 내수 확대가 중국 경제 활성화의 지름길
  • 기사등록 2023-10-12 12: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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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은 中 소비자, “정부엔 걱정스러운 신호”]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중국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근간이 결국 14억 인구를 바탕으로한 내수인데, 중국 내 소비자들이 절약경제 체제로 돌입함에 따라 소비 활성화가 일어나지 않으면서 덩달아 중국 경제도 죽을 쑤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로 인해 성장이 정체된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대신 짠돌이로 변해 정부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오늘날 알뜰한 중국 소비자들을 이해하려면 중국의 거대 커피 전문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가격 전쟁을 살펴보면 된다”면서 “커피 전문점의 가격 경쟁을 통해 중국인들의 근검절약을 가장 체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인기 커피 전문점인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보다 낮은 가격을 앞세워 1만800개의 매장을 내며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피 체인이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루이싱커피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쿠디 커피가 그것인데 이 커피 매장은 루이싱 매장 근처에 오픈하면서 가격을 1위안(약 183원) 적게 책정하는 전략으로, 매장 수를 창업 1년도 안 돼 5천800개 이상으로 확대했다. 쿠디는 루이싱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최소 2년간은 이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이 점이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실제로 쿠디는 라떼 가격을 9.9위안이라는 파격가로 출발했었는데 최근에는 또다시 8.8위안으로 인하했다.


이렇게 커피 가격을 두고 인하 경쟁을 한다는 것은 중국의 경기 침체가 소비자들의 지갑 두께를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절약경제가 중국 지도자들에게는 심각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 정부와 개발업자들을 빚더미에 앉게 만든 인프라 지출과 부동산 투자의 불황 사이클에 대한 대안으로 국내 소비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호주 멜버른 모나쉬 대학교의 경제학 부교수인 허링 쉬는 “중국인들은 실제로 주머니에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사람들의 소비에 의존하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사람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편의 수입이 3분의 2로 줄었다는 후베이성의 한 대학 근무자 천시시(33) 씨는 “스타벅스에서 사는 대신 루이싱과 쿠디 가운데 더 싼 쪽에서 산다”고 말했다.


천씨는 이어 “그동안 비싼 일본 스킨 토너를 사용했지만 90% 저렴한 중국 브랜드로 바꿨다”면서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브래지어와 속옷 쇼핑을 중단하고 개당 3달러인 무명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했다.


천씨는 그러면서 “경제적 모멘텀이 분명히 약화했다”면서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고 싶은지는 모르지만, 돈이 있으면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NYT는 이에 대해 “이런 현상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돈을 쓰기를 바라는 중국 지도자들에게 걱정스러운 신호”라고 지적했다.


[둔화되는 소비자 지출, 기업들도 충격]


중국이 지난해 12월에 ‘제로 코로나’ 제한을 폐지했을 때, 억눌린 수요로 인해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심화되는 부동산 위기와 실망스러운 경제 지표의 흐름으로 인해 자신감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지출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1월부터 5월까지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하지만 6월부터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음식 배달 업체인 메이퇀은 지난 8월 투자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수요 감소로 인해 3분기에 테이크아웃 주문 증가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뿐 아니다. 소비 지출이 팬데믹 최저치에서 회복되기는 했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 성수기인 6월의 올해 드래곤 보트 축제 기간 동안, 국내 여행객은 1인당 평균 49달러를 지출했다. 중국 문화여유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이는 작년보다 8% 높은 수치였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는 14% 낮은 수치였다.


이렇게 경기가 불확실하다보니 중국인들은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 은행 예금은 1조 6,000억 달러 증가하여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저축 증가는 특히 주목할 만한데, 이는 중국 은행들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소비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6월 초에 예금 이자율을 낮췄음에도 그러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절약경제 모드로 돌입하면서 소비를 줄이자 이에 부응하는 산업들이 재미를 보고 있다. 할인 쇼핑 웹사이트인 핀둬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성장률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양대산맥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을 뛰어넘는 수치다.


중국판 포브스 부자 명단인 후룬 글로벌 리치 리스트에 따르면, 핀둬둬와 미국 자매 쇼핑앱 테무를 창업한 콜린 황의 순자산은 작년 190억 달러에서 올해 310억달러(약 41조5천억원)로 급증했다. 이 회사의 미국 상장 주가는 작년에 거의 60% 상승했다.


또 지난달 중국판 X(옛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낮아진 지출' 해시태그가 유행 중 하나였다. 경제적 불확실성에 중국인들은 지출을 줄이는 대신 더 많이 저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대했던 황금연휴마저 소비지출 줄어 당국 실망]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위드 코로나' 전환 후 처음 맞은 중추절·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 기간 소비 지출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 역시 물거품이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8일간의 황금연휴 동안 중국 관광은 눈에 띄게 반등했지만 정작 소비와 주택 판매는 여전히 부진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그러면서 “이러한 수치는 중국 경제의 의미 있는 회복에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의미한다”면서 “태국과 같이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는 주변국들은 검소해진 중국 관광객에 적응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황금연휴 동안 2019년 대비 4.1% 증가한 약 8억 2,600만 명이 중국 전역을 여행했는데, 정작 관광 지출은 1.5% 증가에 그쳤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 때보다 오히려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명품족들마저 지갑을 닫고 있다는 사실이다. 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명품 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3분기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9%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LVMH 그룹은 루이비통·디올·보테가베네타·셀린 등 패션 브랜드부터 불가리·쇼메·티파니앤코·위블로·태그호이어 등 시계와 보석 브랜드, 화장품 편집 숍 세포라 등에 이르기까지 75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럭셔리 제국이다.


LVMH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17%였는데, 3분기에 들어 9%로 내려앉은 가장 큰 이유는 기대했던 중국 매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분기에 일본을 뺀 아시아권 성장률이 34%였으나, 3분기에 11%로 급감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이에 대해 장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WSJ에 “이달 중추절과 국경절이 낀 긴 ‘8일간의 황금연휴’ 기간 중국 매출 성장을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WSJ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중국은 세계 명품시장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점유율이 17∼19%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유는 중국 내 부동산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명품 소비심리도 차갑게 식었기 때문이다.


[내수 확대가 중국 경제 활성화의 지름길]


지난 6일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아주 의미 있는 글을 게재했다. 장쥔(60) 상하이 푸단대 경제학원 원장의 기고문이 그것이다. 그는 “중국이 경제 발전의 '뒷심'을 발휘하기 위해선 그간 성장을 이끈 '수출 촉진'이 아니라 '수입 촉진'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투자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과잉 투자 후유증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가계 지출 점유율이 늘지 못하는 등 수출 촉진 전략과 무역-투자 주도 모델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장 원장은 그러면서 “전략적인 조정을 통해 '수입 촉진'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 경제가 가장 빨리 성장했던 1990∼2000년대는 수출 진흥·주도 전략이 통했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그 당시에는 ▲ 노동집약형 산업 발전 ▲ '두 머리가 바깥에 있는 모델'(兩頭在外·원료 구입처와 제품 판매처가 모두 해외인 가공무역 모델) 실시 ▲ 외국인 직접투자(FDI) 확대와 외자기업 장려 등의 특징을 갖는 수출 촉진 전략을 채택했었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지방 정부들은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력을 흡수하면서 산업화·도시화 속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부동산과 사회기반시설 투자 역시 늘었고, 90년대 말 중국의 자본생산성은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는 것이 장 원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30년가량이 지난 이제는 경제 전략을 바꿀 때”라는 것이다. 장 원장은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을 가능케 했던 인구 구조 변화를 들었다. 실제로 1960∼197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고, 매년 2천만명 이상의 퇴직 추세는 향후 10년은 이어질 전망이다.


또 “수출과 외국인 투자 주도 전략은 안정적 외부 환경 뒷받침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고 핵심 첨단 기술 제재까지 당하는 상황에선 지속이 어렵다”는 것이 장 원장의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시장 확대에 의존하는 수입 촉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노동시장의 지역별 분절, 시대에 뒤떨어진 취업제도를 개선해 경제 전체를 국내 사이클에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렇게 해야만 국내 개혁을 통해 임금 상승률과 명목 GDP 성장률을 맞추고, 국민의 가처분소득 수준과 구매력을 크게 높여 국내 서비스 산업의 질적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산업 개혁과 경제 구조 전환에 천착해온 학자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연구자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이러한 장원장의 훈수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1이라도 있었다면 중국 경제가 지금같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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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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