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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두 개의 전쟁 현실화, 미군은 중동전쟁 참전할까? - ‘두 개의 전쟁’ 계획 폐기한 미국, ‘두 개의 전쟁’ 현실화 - 美 전략적 과부하?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 이스라엘 전쟁은 다극화 제제의 상징적 사건인가?
  • 기사등록 2023-10-11 23: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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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려했던 ‘두 개의 전쟁’ 현실화]


미국이 가장 우려했던 두 개의 전쟁이 결국 현실화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것도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유럽지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결부된 전쟁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중국어판은 10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후 미국은 USS 포드 항공모함 타격단을 지중해 동부로 보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치열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해 미군이 전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전략적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 지구적 차원에서 두 개의 주요 전쟁이 동시에 터지는 것을 우려해 왔다.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미국이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두 개의 전쟁’ 계획 폐기한 미국]


사실 미국은 지난 2012년 이래로 두 개의 전쟁 수행 군사계획을 폐지하면서 미군의 슬림화를 추진해 왔다. 미국의 국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예방하는 차원의 외교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2015년부터 미군의 전략을 평가하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2023 미국 군사력 지수는 “미군이 더 이상 한 번에 두 개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보고서는 “2023년 지수가 미국의 군사력이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거의 동시에 발생하는 두 개의 주요 지역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시아로의 회귀'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략적 무게 중심을 아시아로 옮기는 것은 냉전 이후 미군이 글로벌 전략 자원을 재배치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한때 16만 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킨 바 있지만, 올해 6월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중동 국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총 3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안정화되는 추세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방부는 중동과 서남아시아에 배치했던 B-1, B-52 장거리 폭격기와 '글로벌 호크' 드론 등 무기를 태평양 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지금의 미군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대중국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美 전략적 과부하?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VOA는 이스라엘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개의 전쟁’으로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큰 이유는 두 전쟁 모두 미군이 직접 개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야말로 미국이 나토 등의 동맹국들과 함께 무기 등을 지원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미군이 직접 참전하지는 않고 있다.


중동분쟁 역시 미군은 아직까지 직접 개입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미 해군의 최신 항공모함인 USS 포드 항모 강습단이 지중해 동부로 출항하여 10일 오후 이스라엘 부근에 도착해 이스라엘에 장비와 군수품 공급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여기에 또 한 척의 핵항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를 파견하는 방안을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이날 WSJ 등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이 중동 지역에 파견되기로 몇 달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며 “예정에 따라 앞으로 2주쯤이면 중동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이 도착하는 2주 후에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을 철수시킬지, 아니면 두 항모전단 모두 이스라엘 인근에 머무르게 할지 공식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인질 구출 전문가와 특수작전 부대를 파견했다. 미국은 이미 “미군 지상군을 투입할 의도는 없다”고 한 만큼, 이들은 전문적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이 무기 등의 군사적 지원은 하되, 직접적으로 전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이스라엘군만으로도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의 군사력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해병대 사령부 참모대학 국제관계학 교수인 더글러스 스트루 샌드는 “하마스가 기습 공격에 성공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도 대량의 로켓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에서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VOA에 말했다.


세계정치연구소의 아론 데니스 교수도 “현재 상황은 미군이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상대할 필요는 없으며, 이스라엘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현재 상황에서 중동 분쟁이 미군이 직접 개입하는 대규모 중동 전쟁으로 변할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세력과 한 달 이상 싸웠던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 미국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했지만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관심의 초점은 이란의 태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간) “하마스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또 다른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고위 관계자들이 이란 보안 당국자들과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특이하게도 이란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만약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확인하면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면, 이번 사태가 제2의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아론 데니스 교수는 VOA에 “이란이 하마스, 이슬람혁명수비대, 헤즈볼라 같은 대리 세력을 통해 공격을 감행한 것은 치열한 전투에 직접 개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교수는 그러면서 “포드 항모강습단이 중동 지역으로 파견되었다고 해서 다른 지역의 대응능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실 또 다른 항모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의 중동 지역 파견 역시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정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에 따라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이 이스라엘 인근에 도착하게 되면 포드 전단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만큼 미국 입장에서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베트남: 떠오르는 용' 등의 저서를 쓴 빌 헤이튼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 미군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분쟁에 개입할 이유가 없으며, 파견되는 미 군함은 인도 태평양 함대가 아닌 지중해 함대 소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당분간 중동에 더 집중할 수 있지만 미군은 아시아에서 임무를 차질 없이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도 “앞으로 몇 달 안에 역내 미군 주둔이 약간 늘어날 수 있으며, 수상함과 전투기가 더 많이 이 지역에 순환 배치될 수 있지만, 이는 모두 미국의 기존 공약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이것이 미군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미군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두 개의 전쟁’으로 인한 ‘전략적 과부하’는 전혀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전쟁은 다극화 제제의 상징적 사건인가?]


그렇다면 이번 하마스에 의한 이스라엘 전쟁이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영향력 약화와 다극화 체제 전환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글로벌 맥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마스의 공격은 세계가 새로운 혼란의 시대에 빠졌을 수 있다는 신호”라면서 “일부 국가와 정치 집단은 결과가 너무 끔찍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뒤로한 채 큰 위험을 감수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그 배경으로 '다극화 체제'라는 새로운 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더는 과거와 같은 지배적 강대국이 아닌 데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대체할 만한 국가가 등장하지도 않았다는 논리에서다.


미국의 유명 블로거이자 시사 평론가인 노아 스미스도 자신의 서브스택(콘탠츠 구독 플랫폼)에 “완전한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고, 사람들은 다극화에는 상당한 혼란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고 풀이했다.


NYT는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공격적 행동의 이점이 비용보다 더 크다고 믿고 있다”며, “이런 지도자들은 미국보다 자신들의 역내 영향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마디로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이러한 돌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정적으로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철학을 거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위신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다만 미국은 동맹과 평화를 구축할 능력을 갖춘,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국가”라고 평가하며 “하마스는 미국 정부가 (관계) 진전에 도움을 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 협정의 약화를 위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덧붙였다.


우리 신문도 이러한 견해에 동조한다. 사실 이번 하마스의 도발은 전적으로 이란의 판단, 곧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평화체제를 셋업하게 된다면, 사실 이란이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이러한 판을 뒤집으려는 이란 측의 판단이 하마스의 도발로 이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하마스는 이란이 내세운 장기판의 ‘졸(卒)과 같은 존재이고, 향후 하마스가 입게 될 타격 여부와 관계없이 이란의 의도는 전쟁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사실상 뜻을 이루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 말은 이번 이스라엘 전쟁이 지금 우려하는 것처럼 또다른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미군의 중동 전쟁 직접 참전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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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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