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로 이사를 한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제법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산책을 다녀오면 아파트 정문 앞에 있는 마트에 들어가 간단한 음료수를 마시곤 하는 데 그 마트 사장이 상냥하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넨다. 좀 색다른 인사말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뿐만 아니라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는 안면이 있는 지인은 나를 만나면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는데 나는 고작 “ 안녕하십니까” 하고 응답한다. 그의 인사말이 내 귀에는 친숙하게 들리지 않는다.
인사말은 그 시대 그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변화해 왔다. 나는 해방 직전에 태어나 6.25를 겪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그 시대 환경에 맞게 인사를 나눴다. “밤새 별 일 없으셨어요?”라는 인사말부터 배워서 썼다. 밤 사이에도 죽고 사는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으니, 으레 인사말도 밤새 죽지 않고 살아계셨냐는 안부가 당시 가장 절실한 인사말이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먹고 살기가 힘들었을 때의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한 끼를 배불리 먹었는지에 대한 안부였다. 그래서 그 시절의 인사말은 “진지 잡수셨어요?” 좀 현대식으로 “식사하셨습니까?”라는 말이었다. 이 인사말은 한 동안 사용되어서 내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까지 쓰였다.
그러나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을 쓰기 시작했다. 죽고 사는 문제나 식사 끼니를 때우는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이제는 몸 성하게 잘 지내고 있느냐 하는 안부가 인사말이 된 것이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게 되고 영어식 인사법인 “good morning?” 이라는 말을 배웠다. 우리는 “진지 잡수셨습니까?”라는 말과 “안녕하십니까?”라는 말 중에서 어떤 인사말이 제대로 된 번역인지 혼란스러웠지만 선생님은 곧 우리 학생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로 번역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이 인사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여 사회에 진출하고도 한참 동안 오래 쓰였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어떤 대중 가수가 노래를 할 때마다 “부자 되세요”라고 외치며 노래를 불렀지만 그 말은 그렇게 크게 일반화되지는 못했다. 돈을 모으고 재산을 불려 부자로 살려는 염원과 희망이 깔려 있는 인사말인데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
그런 후 최근 들어 요즘은 “좋은 아침입니다”라거나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제법 사용하는 인사말이 세련되어 상당히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정말로 영어의 “good morning?” 과 똑 같은 의미의 인사말이다. 나는 외국어를 잘 모르지만 독일어나 중국어는 “좋은 아침”이라는 표현을 쓰고, 일본어는 “오늘은 어떠세요?”라고 상대방의 건강과 행복을 안부하는 인사말을 쓴다. 이제부터 나도 이런 “좋은 아침입니다”라든지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말에 빨리 익숙해져야겠다.
그리고 또 세월이 더 흐르면 다시 어떤 인사말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혹시 종교인들끼리는 “천당에 가세요”라든가 “극락세계에 가세요”라는 인사말을 쓸지 모르고, 일반 시민들은 “달나라 여행 가세요”라든가 “죽지 말고 영원하세요”라는 인사말을 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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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492고려대학교 대학원 심리학 박사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전)
전남대학교 명예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