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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미치광이’ 전략, 전세계 상대로 협박했다! - 러시아, ‘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 준비 시작 - 핵무기 과시하며 전 세계 위협한 푸틴 - 푸틴의 핵실험 재개의지, 시진핑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
  • 기사등록 2023-10-11 00:11:12
  • 수정 2023-10-11 02: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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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 준비 시작]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두 가지의 협박을 하고 나섰다. 그 하나는 핵순항미사일 발사 성공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33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면서 푸틴은 “제정신이라면 러시아에 도전 못 한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그리고 러시아 의회는 푸틴이 언급했던 핵실험 재개를 위해 금지조약의 비준 철회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두마가 성명을 통해 하원 국제문제위원회가 핵실험 금지조약 비준 철회에 대한 연구를 시행해 오는 18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뱌체슬라프 볼로딘 두마 의장은 의회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비준 철회는 국익과 관련된 것’이라며 빠른 검토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러시아 국가두마의 성명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일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 1990년 이후 33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에 따른 조치다.


러시아는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CTBT에 서명하고 비준했지만, 미국은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는 않았는데, 이를 지적하며 자신들도 CTBT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핵실험 재개를 위한 준비과정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크렘린궁은 러시아의 핵실험 재개가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고려해 “비준 철회가 핵실험 재개 의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 해명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한 적 있는 만큼 러시아가 언제든지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푸틴이 언제 핵실험을 재개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위성 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가 최근 북극해 노바야제믈랴 핵실험장에서 부레베스트닉 발사 실험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핵무기 과시하며 전 세계 위협한 푸틴]


눈여겨볼 것은 최근 들어 푸틴의 핵위협 발언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푸틴은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 참석해 30분가량 기조연설을 한 후, 3시간 넘게 참석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론적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가 30여년 동안 중지했던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바 있다.


푸틴은 또한 “‘부레베스트닉’ 미사일의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면서 차세대 핵무기들을 완성했다고도 했다. 러시아 주장이 맞는다면, 미국과 동맹국의 기존 방공시스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게임 체인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레베스트닉 미사일은 소형원자로를 탑재한 핵추진 미사일이기 때문에, 수개월간 수십만㎞를 날아다니다가 방공망의 사각지대·사각시간대를 노려 기습 공격할 수 있다. 바닷속을 수개월 돌아다니다 적 항공모함이나 작전 항구 기지를 공격하는 러시아의 핵추진 무인잠수정인 ‘포세이돈’의 ‘하늘 버전’인 셈이다. 사정거리가 사실상 무제한이고, 수십만㎞의 거리를 아음속(亞音速·음속보다 조금 느린 속도)으로 날아갈 수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달리 경로 예측이 어려워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격추가 어렵다.


러시아 기준 정식 명칭은 ‘9M730 부레베스트닉(바닷새)’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 미사일을 ‘SSC-X-9 스카이폴(Skyfall·호우)’이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미국을 포함해 핵 추진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또한 러시아의 새 ICBM ‘사르마트’도 완성 단계라고 말했다. 사르마트에는 최대 15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데, 사정거리가 전 세계 ICBM 가운데 가장 긴 1만8000km다.


푸틴은 그러면서 “이로써 러시아가 첨단 핵무기 분야에서 또 하나의 업적을 세웠다”며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러시아에 감히 도전 못 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핵 추진 어뢰 ‘포세이돈’, 핵 추진 순항 미사일 ‘부레베스트닉’ 등 3종을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보장할 신무기”라고 자랑해 왔다.


이러한 배경하에 러시아 강경파는 ‘핵실험 재개를 통한 대(對)서방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사 전문가 알렉세이 레온코프는 뉴스.RU에 “부레베스트닉은 두려워해야 할 보복 무기”라면서 “전쟁에서 양측이 이미 핵 공격을 주고받은 이후 남아 있는 적의 지휘센터 벙커 등에 마무리 공격을 하는 데 부레베스트닉이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온코프는 이어 “부레베스트닉이 핵 어뢰인 '포세이돈'과 짝을 이룰 수 있다”면서 “첫 번째 탄두(부레베스트닉)가 육지의 표적을 향하고, 두 번째 탄두(포세이돈)는 해안선을 따라 표적을 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왜 또다시 핵무기 위협을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푸틴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핵무기의 위용을 자랑하면서 핵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것일까? 사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위기 국면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나토 국가 등의 서방 진영을 위협해 왔다.


러시아의 핵확산 공갈은 처음이 아니다. 푸틴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불량국가 벨라루스에 러시아 핵무기를 옮겨놓겠다고 선언했고, 6월 이후 실제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국면 전환용 엄포로 치부하면서 핵 위협을 일축해 왔었다. 그런데 지금 시점도 최근 포탄과 무기 부족으로 우크라이나 대반격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북한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나토는 “최빈국 북한에까지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고 비아냥거린 바 있다.


이는 푸틴에게는 상당히 치욕적이다. 북한에게까지 무기를 지원받는 처지라는 궁색한 상황에서 또다시 푸틴 자신의 체면을 되살리기 위해 사실상 과잉 과시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한없이 약해 보이는 러시아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거대한 몸짓의 그림자로 포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푸틴의 핵실험 재개 및 핵무기 사용 가능성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푸틴의 ‘미치광이(Madman)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 푸틴은 광기에 휩싸여 정상 대화가 어렵다. 내가 바라는 걸 쥐여줘야 한다”고 떼쓰는 격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푸틴은 이런 광기 어린 발언과 이성적 발언을 뒤섞으면서 진짜 속마음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주에도 “핵무기란 국가 존립을 위협당할 때 방어적으로만 쓴다”는 핵 독트린을 바꿀 뜻이 없다고 했다. 그래놓고도 또다시 핵무기를 말하고 핵실험 가능성을 설파한다. 이게 바로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 세계는 푸틴의 위험천만한 발언을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실제 핵실험을 재개할까?]


그렇다면 러시아는 진짜 핵실험을 할까? 사실 1990년 이후 러시아 땅에서 핵실험이 실시된 적은 없다. 미국도 뒤따라 1992년에 핵실험을 중단했다. 핵실험이 더는 필요 없을 정도로 핵탄두를 쌓아놓았던 두 나라는 이때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맺으면서 핵실험을 중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의 으름장이 현실화된다면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핵실험이 진행되는 격이다. 만약 러시아가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다면 북한 핵실험을 규탄할 근거도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연이은 푸틴의 핵 관련 발언은 단순히 ‘블러핑(bluffing·허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만든다. 우선적으로 핵무기의 직접적 사용은 곧바로 러시아제국의 멸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서 푸틴 입장에서는 극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또 핵 실험은 러시아의 과시용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서방 진영이 이에 대해 뾰쪽하게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접어들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핵실험 재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서, 푸틴이 국내 여론의 진정을 위해서라도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에도 영국의 더타임스는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보도국장이자 친정권 선동가인 마가리타 시몬얀이 “러시아가 서방에 최후통첩을 보내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핵무기를 실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 위협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인질로 잡으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지난달, “러시아는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기존 핵 실험장에 새로운 터널을 파거나 저장시설 등을 건설했다”면서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역시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핵 실험시설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푸틴의 핵실험 결정에 결정적인 키를 쥔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푸틴은 아마도 다음 달 즈음에 이뤄질 중러정상회담에서 푸틴의 핵실험 계획에 대해 시진핑 주석에게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는 북한에 대한 핵과 미사일 기술 이전 가능성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의 핵실험을 용인한다면 푸틴은 당당하게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다. 그 경우 1996년 마지막 핵실험을 한 중국 역시 핵실험 재개를 검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핵실험을 용인해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핵 관련 발언은 또 한 번의 블러핑으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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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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