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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부동산 재벌의 몰락, 경제 장기침체 예고 - 중국 부동산 재벌의 몰락, 140조 부채 ‘폭탄 - 당국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찬물 끼얹은 헝다 - 헝다의 몰락,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예고
  • 기사등록 2023-10-10 12: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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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재벌의 몰락, 140조 부채 ‘폭탄’]


중국에서 부동산 성수기로 알려진 국경절 연휴에도 주택거래가 전년 대비 무려 17%나 하락하면서 중국 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부동산 시장 연구 조사기관인 중즈연구원은 8일, “올해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기간 35개 주요 도시의 하루 평균 주택 거래 면적은 작년 동기 대비 17% 줄었고,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24% 감소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앞서 이 연구원은 지난달 100대 도시의 신규 주택 거래 면적이 전달 대비 10% 이상 증가했지만, 2019년 같은 달보다는 24% 줄었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조사업체 주거(諸葛)연구센터 역시 9월 중국 내 중점도시 20곳의 신축 주택 거래가 7만1천463건으로, 전달보다는 4.5% 늘었으나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1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중국 부동산정보공사(CRIC)는 “중국 상위 100대 부동산 기업의 9월 매출액이 4천42억7천만위안(약 74조6천억원)으로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는 9월과 10월이 부동산 거래가 가장 활발해 이 기간을 '금구은십(金九銀十)'이라고 부르며, 특히 국경절 연휴를 이용해 집 장만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부동산 거래가 이렇게 축소된 것은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중즈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면서 “부동산 시장 지원 정책이 효과를 내고, 주택 교체 수요가 늘면서 4분기에는 4대 일선(一線)도시(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성도(省都)급인 2선 도시와 3선, 4선 중소 도시 부동산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으로 볼 때, 그러한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게 만든다.


주거연구센터도 “새로운 부동산 정책의 동력이 더디게 붙고,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고 짚었고, 광둥성 주택정책연구센터 리위자 수석 연구원도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지 않는 데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 관망세가 짙다”며 “금리가 더 내리고, 추가 부양책이 나올 수 있으니 지금 사면 손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국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찬물 끼얹은 헝다]


그렇다면 중국 당국이 이렇게 부동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갖은 대책을 내세움에도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우선적으로 중국 부동산 전성기의 1위 부자로 군림했던 헝다(恒大)그룹 쉬자인 회장의 몰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쉬자인 회장은 그동안의 회사 위기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미래 비전을 설파하면서 꿋꿋하게 버텨왔다. 아마도 중국 내에서도 통용되는 ’대마불사‘를 굳건하게 믿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중국 권력 상층부와의 깊은 인연도 헝다그룹이 결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였을까? 헝다그룹이 밀려드는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4일 광저우헝다 축구팀 경영 회의에서 ‘내년 리그 우승’이란 목표를 제시할 정도였다. 비록 헝다팀이 중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여섯 번의 우승 전력이 있기는 하지만, 경영 악화로 핵심 선수들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쉬자인 회장이 축구단을 창설한 것도 시진핑 주석의 축구 부흥에 대한 열망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엄청난 투자를 해 가면서 구단을 운영해 왔었다.


그런데 쉬자인 회장이 거창하게 계획을 발표한지 2주 후, 헝다그룹 재무 보고서는 2021년과 2022년 누적 손실액이 8120억 위안(150조원)에 달해 도저히 소생 가능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지난 9월 28일, 순자산 8조 원으로 중국 부자 1위에 올랐던 쉬자인 회장이 결국 불법 범죄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이로써 2019년 매출 5072억 위안, 순이익 314억 위안(5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중국을 흔들었던 부동산의 영웅이 무너져 내렸다.


헝다그룹은 사실 지난 2020년 말부터 이미 기업의 부실화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회사 경영이 원활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일단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건설 중인 아파트들을 헐값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일부에선 허가도 나기 전에 사전 판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술수에도 불구하고 2021년 9월 헝다 부동산 건설에 투자금을 공급해온 ‘헝다재부’가 만기 도래 상품의 원금 지급 연기를 공식화하면서 헝다그룹은 종말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2022년 3월엔 ‘헝다물업(物業ㆍ부동산)’이 예금 담보 134억 위안(2조4700억원)을 은행에 압류당했다. 자금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은행의 선제 조치였다. 이로써 주식은 백지장으로 변했다. 주가는 최고점 대비 95% 급락했고, 홍콩 증시가 곧바로 헝다, 헝다부동산, 헝다자동차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헝다그룹의 누적된 손실액 규모가 총 7745억 위안(약 142조원)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헝다의 부동산 프로젝트 중 731개의 완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완공을 보장한 주택 140만 채 중 지난해 말까지 50여만 채만 준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헝다가 계약한 공사 금액은 총 6039억 위안(111조원)에 이르는데, 주택을 완공해 양도하지 못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와 은행의 몫이다. 현재 헝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33억 위안에 불과하다.


눈여겨볼 것은 헝다그룹 쉬자인 회장의 체포가 주는 충격이다. 쉬자인 회장이 중국 부동산업에 있어서 상징적 존재였는데, 그가 체포되었다는 것은 중국 인민들에게도 심각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이는 당장 부동산 산업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지고,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연쇄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로인해 부동산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불안 심리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헝다의 몰락,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월 30일, “헝다그룹의 불행은 중국경제의 장기침체를 예고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대규모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는 수년은 아니더라도 수개월 동안 성장에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WSJ은 이어 “중국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중국의 거대한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그러면서 “헝다그룹 회장인 쉬자인이 잠재적인 범죄 행위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대출 기관, 계약자 및 공급업체에 수백억 달러의 미지급 청구서를 빚지고 있다”고 전제한 후 “규제 당국은 이 회사의 회생 계획의 일부를 차단하여 파산 위기에 처한 다른 개발업체들에게 불길한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사실 중국경제가 직면한 여러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이며, 헝다의 최근 악재는 그 고통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기록적으로 높은 청년 실업률, 수출 감소, 정부 재정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서방과의 냉랭한 관계는 반도체와 같은 기술에 대한 접근을 압박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 활동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점점 더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리스크 자문 회사인 크롤(Kroll)의 고위 임원과 노무라의 고위 은행가는 중국 출국이 금지되기도 했다.


채무 불이행으로 중국의 주택 거품을 터뜨린 헝다는 최근 몇 달 동안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COuntry Garden)이 부실 조짐을 보이면서 헤드라인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헝다가 다시 세인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장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곧바로 중국 내 기업들의 활동 위축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은 헝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중국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심각한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몇 년은 아니더라도 수개월 동안 성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컨설팅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경제 책임자인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는 “침체기에서 벗어나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잠정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민간 개발업체들이 여전히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헝다그룹이 중국경제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할지 모르지만, 헝다그룹의 사실상의 파산 소식은 소비자 심리를 냉각시키고, 동시에 중국 GDP의 20~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결국 중국경제의 상승세에 재를 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헝다그룹 쉬자인 회장의 체포가 중국경제에 주는 영향이 중국 정부가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중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시진핑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이고, 또한 경제적 어려움을 투명하게 개선해 나가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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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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