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파국적 중동전쟁, 딜레마에 빠진 미국의 안보 -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던진 미국의 안보 딜레마 -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개선 노력, 중단되지는 않을 듯 - 이란 개입 여부 따지기는 하되 확전 가능성 적어
  • 기사등록 2023-10-10 00:05:39
기사수정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던진 미국의 안보 딜레마]


하마스의 충격적인 이스라엘 공격으로 또다시 파국적인 중동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도 심각한 안보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의 폴리티코(POLITICO)는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이 더 큰 장기적 도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동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본격적인 보복에 나서게 되면 전쟁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베이징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은?]


지금 워싱턴의 안보전문가들이 제일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이스라엘-하마스간 전투가 확전되면서 더 큰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강대국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미군 역시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하마스는 일단 이란과 아랍 각국의 직접적 지원을 기대할 것이다. 레바논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 등 다른 군사 그룹들도 병력을 지원하거나 다른 곳을 공격하면서 또다른 폭력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헤즈볼라는 이미 지난 8일 이스라엘군 진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또한 전투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 지구를 넘어 요르단강 서안 지역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이곳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고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갈등이 고조된 지역이기도 하다.


다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부 및 단체들은 끝 모를 전쟁으로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확전을 피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 당국자들은 확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일 “현 상황을 악용하는 이스라엘 적대 세력이 이득을 얻으려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경고했으며 보좌관들은 전화에 매달리면서 어느 쪽이든 영향력이 있는 모든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다른 제3의 세력들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개입하지 말라고 엄히 경고했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투 영역의 확장은 이스라엘의 단호하고 치명적인 행동을 포함하여 특히 가혹한 대응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개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이란이 개입되어 있음이 확실한데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여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밖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 소속 익명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하는 데 이란 안보 당국자들이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지난 7일 이뤄진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면서 “이들 무장 단체 관계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장교들이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협력하며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이스라엘을 급습하는 방안을 고안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 4개 무장단체에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와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포함됐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헤즈볼라를 오랫동안 지원해왔다.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들은 이란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을 사방에서 위협할 수 있는 다중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계획으로 세우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WSJ의 이 같은 보도와 달리 미국 정부와 이란, 하마스는 이란이 이번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하마스의 고위 간부 마무드 미르다위는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WSJ에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며 하마스가 자체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8일 NBC 방송에서 “현재로서는 이란이 직접 공격의 계획이나 수행에 직접 연루됐다는 정보가 전혀 없지만 이란이 오랜 기간 하마스를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번 하마스 공격의 배후에 있음을 공공연하게 지목하고 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둘러싼 다른 테러 군사 조직 리더들과 회의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 지역의 이란의 대리인들은 이란과 최대한 협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하마스에 대한 전반적 지원을 이유로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스라엘 역시 모사드를 내세워 이란을 향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개선 중단될까?]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은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사우디 아리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개선 노력이 무산될 것인가의 여부다. 그동안 양국 간에는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안보 보장 등 혜택을 대가로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도록 추진해 왔었다. 물론 이번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 협상이 위태로워지기는 했지만 무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사우디 등 여러 아랍국들이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즉각적인 반응 때문에 사우디-이스라엘-미국이 추진해온 평화 방안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황태자는 과거 사우디 지도자들과 달리 실용적이다. 그는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을 사우디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 문제에서 협력해왔다.


또한 이스라엘은 이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등과 수교했으며, 경제적 동기 등 다양한 이유에서 사우디와 수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 또한 중동의 안정이 대테러 문제부터 에너지 문제까지 광범위한 정책에 중요하다. 또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막으려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팔레스타인이 미국의 중동 평화 추진에 적극 관여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미 고위 당국자가 지목한 세력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 이들은 이번에 이스라엘을 침공한 하마스와는 라이벌 관계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쟁이 끝나면 그동안 하마스가 지배해 온 가자지구를 누가 장악할지도 주목된다. 이스라엘의 묵시적 협력하에 하마스를 몰아내고,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를 진짜 예견하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이스라엘 당국이 정말로 예견하지 못했을까? 폴리티코는 이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한 하마스 공격을 이스라엘의 막강한 정보 기구들과 미국 정보 기구들이 예측하지 못한 이유는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기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 민주주의방위재단의 조나산 샌저는 “정보 실패 이유를 조사하는 국가 위원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지는 못하는 ‘전술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21년에도 11일 동안 하마스와 전투를 벌여 가자지구의 수많은 표적을 공격했으며, 당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사망자가 각각 260명 이상과 수십 명에 달했다. 당시 전투를 너무 일찍 끝냄으로써 하마스의 능력이 크게 파괴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이 전투를 길게 끌지 못하도록 압박했고, 상당수 표적을 파괴한 이스라엘이 전투 중단에 합의했었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고, 하마스가 다수의 인질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11일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단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함정과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주변에 배치하고 있다. 또한 전투기 숫자도 대폭 늘렸다.


그런데 이번 이스라엘 사태가 미 정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놓고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이스라엘 지원에는 재빨리 호응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중심인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원되는 무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지어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 돔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 역시 이스라엘이 거부했다.


[중국의 역할은?]


그렇다면 이번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실 중국은 그동안 중동 지역에 상당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정을 중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사우디와 이란의 수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첫 반응은 이스라엘에 실망스러웠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함으로써 즉각적이고 적대 행위를 중단해 민간인을 보호하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서 2국가 창설 해법을 강조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이스라엘의 분노를 샀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이 지난 50년 이래 최악인데도 양비론적 시각을 펼쳤기 때문이다.


중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의 고위 당국자인 유발 왁스는 중국 외교부 성명에 대해 “사람들이 거리에서 살해당하는 때에 2국가 해법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실망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일련의 중국 대응은 중동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단기간에 확대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마스의 도발로 시작된 새로운 중동전쟁은 지금 아주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마당이라 중동전쟁은 원치 않는 확전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47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