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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對中 강경파 방문을 중국이 환영하는 이유? - 반도체 규제 주도한 美 강경파 실세 방중 - 미중정상회담, 경제교류 활성화 계기될 것 - 미국, 중국의 외교적 고립 및 경제적 추락 원치 않아
  • 기사등록 2023-10-09 12: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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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규제 주도한 美 강경파 실세 방중]


미국 상원의 대중국 강경파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했는데, 정작 중국당국은 이들의 방중을 환영하면서 이들과 적극 대화를 추구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초당파 상원의원 6명을 중국이 이렇게 쌍수를 들면서 환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거의 10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그는 미국의 상하원 지도자들에게 양국이 미래 세대에 훨씬 더 나은 관계를 물려주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당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중국의 인권 기록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직접 보러 오라’며 중국으로 초대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SCMP는 이어 “(바로 그러한 시진핑 주석의 초대에 응하기 위해)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끄는 초당적 상원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인권 문제부터 미국 기업에 대한 상호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방문단은 지난 7일, 상하이에서 천지닝 상하이 당 서기와 만난 자리에서 척 슈머 의원은 “미중 관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이며, 건강하고 안정적인 미중 관계는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이익이 된다”면서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시장 지향적이고 법치 지향적이며 국제화된 일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함과 아울러 기업이 더 나은 투자와 번영을 이루고 상생 협력을 통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슈머 의원은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한 뒤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갈등을 일으키려는 게 아니다”라며 “미중 경제 경쟁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의원은 아울러 호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처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번 만남과 관련해 중국신문망은 “천지닝 서기가 슈머 의원에게 미중 관계의 안정을 강조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천 서기는 “중미 관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로, 건전하고 안정된 양국 관계는 양국과 세계에 도움이 된다”면서 “양국 관계 발전에서 지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경제 및 무역 교류를 확대하며 인문 교류를 심화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미국 기업이 중국식 현대화 기회를 포착하고 상하이를 통해 광활한 중국 시장에 깊이 들어오기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대중 강경파 의원단을 중국이 환영하는 이유?]


그렇다면 이렇게 반도체 규제를 주도하기까지 했던 이들 대중국 강경파 의원들의 방중을 중국은 왜 이렇게 환영하면서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을까?


이와 관련해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존 L. 손튼 중국 센터의 라이언 하스 소장은 “이번 방문은 시 주석이 다음 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APEC)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대면 회담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 강경파 상원의원단을 만나 중국의 분위기를 전하고 이들 대표단을 잘 설득할 수 있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 윤 선은 “이번 방문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선은 이어 “의회는 전통적으로 중국에 대해 가장 매파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면서 “이번 방문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들 방중단이 미국 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슈머 의원은 다른 두 명의 민주당 의원과 세 명의 공화당 의원과 함께 중국을 방문 중인데, 공화-민주 양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지금은 중국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면서 이들의 중국 방문을 비판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 초청된 몇몇 상원의원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의회 내에서 이렇게 척 슈머 일행의 중국 방문을 반대하는 이유와 관련해 브루킹스의 하스 연구원은 “중국 관리들은 이번 방중을 통해 시 주석의 방미에 대한 목표와 우려를 설명하고, 상원 지도자들에게 중국에 대한 추가 입법 활동을 자제하도록 로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스 연구원은 이어 “슈머는 바이든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그의 견해는 백악관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슈머의 방중 결과가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더욱 더 슈머 일행의 방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중국의 뜻을 이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사실 중국은 지금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역시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지속적으로 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이후 최근까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켈리 기후변화 특사,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 등을 연속으로 중국에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민주당 실세’ 슈머 원내대표까지 중국을 찾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살펴볼 때, 슈머 원내대표의 중국 방문은 사실상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뜻을 중국에게 전달하면서 미중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고위급들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하자 중국측도 이에 상응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리상푸 국방부장 문제로 완전히 단절된 군사 부문의 대화도 낮은 단계에서 다시 시작됐다.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지난 8월 14일 남태평양 피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군 참모총장 회의에서 쉬치링 중국 중앙군사위 합동참모부 부참모장을 만나 회담했다. 아마도 이 자리에서 군사 핫라인 복원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왕이 외교부장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고,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도 미국 방문을 논의 중이다. 왕이 부장의 미국 방문은 시진핑의 APEC 참석을 염두에 둔 준비를 위함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허리펑의 경우, 시진핑 주석의 가장 믿는 측근 인물이라는 점에서 미중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핵심적 사전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정상회담, 경제교류 활성화 계기될 것]


이렇게 미중 간에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양국 간의 경제교류 확대 문제 때문이다. 일단 중국 입장에서 그동안 미국의 최대 무역국이었던 중국이 3위로 뒤처지면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것에 대해 관세율 조정 등을 통한 미국의 수입 확대 등의 방안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도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 입장에서 미중 간 무역 확대 문제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디리스킹까지도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는 미국도 응해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 입장에서는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의 간격을 최대한 넓히는 방안, 다시 말해 디리스킹 범위를 최대한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논의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이미 공표한 대 중국 제재의 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력 확보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내 반간첩법 시행으로 인한 문제라든지, 중국 내 국가 경제 강화로 인한 글로벌 기업들의 상대적 차별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중국 국영 항공사들이 주문해놓고도 찾아가지 않아 재고로 쌓여 있던 140여대의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인도 절차도 곧바로 개시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중국 내 부동산 문제 등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더 이상 몰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중국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오히려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브렛 스티븐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지난 8월30일 ‘쇠퇴하는 중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마주칠 도전 과제는 중국의 굴기가 아니라 쇠퇴”라면서 “쇠퇴하는 대국이 모험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서방의 정책결정권자들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런 경제적인 이유 말고도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상당한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등에서의 갈등 유발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미중간 안정적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북한의 핵문제라든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더 이상 러시아와 군사적 교류를 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 역시 미국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책무이다. 이런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간에 치열한 경쟁은 하되 충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중국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또 추진하는 배경에는, 중국을 더 이상 외교적으로 고립시키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로 칸나 미 하원의원(민주당)도 지난 4월 스탠퍼드대 세미나에서 미중 관계와 관련, ‘건설적인 재균형(Constructive Rebalancing)’ 노선을 제안한 바 있다.


로 칸나 의원은 이어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중 무역적자 감소와 갈등 해소를 위한 경제 재조정, 다양한 차원의 의사소통, 효과적인 군사적 억지, 아시아 동맹국 존중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군사적으로는 대만 침공을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억지력을 유지하되, 경제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추락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결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당장 가장 시급한 것은 중국의 경제적 숨통을 터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이를 위한 중요한 결론들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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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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