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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06 06: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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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장애인연맹 제8차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해 대표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1. 들어가면서  


요즈음 우리 주변의 국제정세는 미국과 중국 간에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경제가 급속히 침체하고 있다는 데 초점이 모이고 있다. 동승서강(東昇西降)이라는 시진핑(習近平)주석의 예견은 희망론으로 바뀌고 중국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 비유되기도 한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던 미국의 대기업들의 예단도 빗나가고 있다. 


최근 두 가지의 중국뉴스가 나의 관심을 끈다. 하나는 중국이 청년실업율을 21.3%라고 발표했다가 이 추세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아예 발표를 중지해 버린 것이다. 매년 1200만명 가량의 대학졸업자들에게 좋은 일자리 제공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미분양 아파트가 1억4000만 채로 프랑스 전체인구를 모두 받아들여도 남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Epoch Times는 지난 9월 23일 허껑(賀鏗·81) 전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의 말을 인용, “중국 인구 14억 명으로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빈집 채우기가 어렵다”면서 부동산 위기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중국몽을 외치며 야심 차게 출발했던 시진핑 정권의 앞날은 내외적 암초에 걸려 갈수록 불투명해진다. 부동산 위기로 격발된 경제 불황은 이제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골칫거리가 되었으며 급증하는 청년 실업 문제는 정권의 위기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정답은 없다.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일시적 현상설과 공산당이 겪어야 할 필연적 운명설이 맞선다. 나는 이 글에서 이론과 실제의 양면을 살피면서 우리나라 중국정책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덩샤오핑(鄧小平)의 덫 시진핑의 과욕


가. 덩샤오핑의 덫


철저한 공산주의자인 덩샤오핑은 서방 자본주의 진영의 경계심을 유발 하지않으면서도 중국공산당이 국력을 키울 방책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속에서 발가락을 보이지 말고 힘을 기르자)를 국가방침으로 세웠다. 그는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모택동의 주장을 전쟁가피론(戰爭可避論)으로 대체하면서 그가 바라는 중국의 꿈은 14억 인구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굶지 않고 자녀를 잘 키우고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샤오캉 사회(小康社會)건설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사회주의 초기 단계인 만큼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경제요소를 대폭 도입,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다면서 서방 선진국들의 직접투자(FDI)를 호소했다. 


특히 그는 “미국과 관계가 좋은 나라치고 못사는 나라는 없다더라”면서 대미관계를 개선했다. 서방 기업들은 큰 시장과 저임금에 눈독을 들이면서 등소평의 호소에 끌려 자본과 기술을 중국에 쏟아부었다. 이 결과 중국은 획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룩, 마침내 세계의 공장이 될 만큼 경제력을 키웠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중국도 잘살게 되면 공산 독재도 완화되어 민주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허용하고 최혜국대우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공산당은 투자기업들에게 미국에서와 같은 경제활동의 자유를 허용할 수없다. 공산당의 지배통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결코 자유를 기대할 수 없는 체제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중국당국은 서방기업들이 투자를 마치고 공장건립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온갖 편익을 약속하지만 투자가 끝나고 공장이 가동단계에 들어가면 곧바로 태도를 표변, 이것저것 약점을 들추면서 투자기업들에게 지적 재산권을 포함한 고가의 기술을 내놓도록 강박했다. 


빼내지 못한 기술은 훔치거나 해킹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술을 강탈하고 환경과 인권을 짓밟으면서 경제발전에 몰두했다. 이 결과 2010년에는 총량 GDP에서 일본을 추월, G2의 반열에 올라섰다. 2022년에는 미국 GDP의 75%까지 따라왔다. Google의 전 CEO는 미중 간의 기술격차에 언급, “양자컴퓨터, AI, Biology에서 미국은 중국에 약간 앞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방측은 결과적으로 도광양회의 덫에 빠진 것이다.  


나. 시진핑의 과욕   


시진핑은 2012년 집권과 동시에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는 이미 시효가 끝났다고 평가하고 중국경제가 G2에 도달한 이상 G2에 상응하는 힘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중국은 세계정치에서 미국과 대등한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면서 미국에 중국을 신흥대국으로 대접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시진핑은 중국에 대한 시장의존도나 자원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 대해서는 거래중단, 공급중단 등 디커플링(Decoupling)을 수단으로 하여 중국의 요구에 순응할 것을 요구했다. 디커플링을 맨처음 무기화한 것은 중국이었다.


또 시진핑 주석은 대내적으로는 공산당 지배체제의 강화를 위해 방화벽을 설치, 일체의 디지털(SNS) 정보의 유입을 통제하고 전체 인민의 안면인식과 가두 대화까지를 엿듣는 이른바 디지털 독재(Digital Dictatorship)를 확립했다. 또 국내의 불평등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으로 공동부유(共同富有)를 주창하면서 알리바바 등 자국 대기업에 세금과징(過徵)과 규제를 강화하고 사교육에 철퇴를 가하면서 민영기업보다 국유기업 중시정책을 폈다. 


나아가 대만(臺灣)통일을 완수, 덩샤오핑보다 더 큰 업적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피력했다. 특히 코로나 판데믹 때는 Zero Corona라는 독선적 조치를 강행, 대도시들을 장기간 폐쇄하여 경제를 망치고 민생을 도탄에 빠트렸다. 시진핑의 이러한 정책은 한마디로 모택동 시대로의 역진(逆進)을 강하게 연상시켰다. 덩샤오핑이 그렇게 염려했던 1인 독재자에게로의 권력집중, 집권의 장기화, 단속과 감시를 강화하자 여성들과 청년층이 반발, 2022년 10월 중국 7개 도시에서 동시에 백지(白紙)시위가 터졌다.    


3. 침체와 좌절은 필연적인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이 국가자본주의 방식을 이용, 한시적으로 경제의 고속성장은 이룰 수 있지만, 전체주의적 통제경제는  그 자체의 내부모순 때문에 침체와 붕괴가 필연적이라고 한다. 올해 들어  수많은 투자기업들이 중국에서 자본을 해외로 빼내는 탈중국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 추세는 지속될 조짐이다. 이렇게 된 데는 시진핑 주석이 모택동체제를 닮아가는 체제 변용에 큰 원인이 있고 나아가 WTO가 요구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존중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원인은 시진핑 정권이 급속히 커진 경제력만 믿고 미국이 이끄는 규칙기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뒤바꾸겠다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중국을 제일의 경쟁국으로 규정하고 서방국들과 더불어 중국의 디커플링 정책에 대처하기 위해 자원(희토류 등)이나 물자, 시장, 공급망 등에서 중국의존도를 대폭 낮추기로 뜻을 모았다. 이른바 대중국 De-Risking(위험분산)에 나선 것이다. Jack Sullivan 미대통령 안보보좌관이 말하는 “낮은 마당, 높은 장벽”론은 미·중 거래에서 생필품 등 일반 상품이 아닌 첨단기술이나 장비, 부품의 중국 이전을 강도 높게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를 무시하고 미국패권에 도전한 대가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초기엔 중국 젊은 층들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성장의 정점에서 급속히 쇠락하면서 태도들이 달라졌다. 중국인들이 자유와 인권을 포기하고 공산당에 그들의 운명을 내맡겼던 바로 그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실패가 몰고 온 심각한 경제 침체, 사상 최대의 청년실업으로 시진핑 정권은 큰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친 덩샤오핑 세력들이 내부저항세력으로 뭉치는 조짐마저 보인다. 


물론 Paul Krugman 등 미국학계는 중국경제가 위기를 맞고는 있지만 중국인들의 저축수준은 아직도 높고, 또 상당한 수준의 제조업과 AI, ICT, 로봇 기술, 시장의 방대성 때문에 지금이라도 공산당이 정책조정만 잘하면 중국경제는 일본과는 달리 회생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시진핑이 고집을 세우고 앞으로도 계속 공동부유에 집착하면서 남중국해 등에 대한 불법적 주권행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경제가 국제사회의 견제를 뚫고 다시금 활력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대만에 대해 군사적 현상변경을 시도한다면 여건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4. 한국의 대중전략


그간 중국은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외교의 편의를 위해 만든 표현이며 실질적으로는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전통적 시각을 밑에 깔고 한국을 대해왔다. 물론 한중 수교이후 양국 간의 경제교류는 활발했으며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도 20%를 상회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그러나 지금 안보는 미국이지만 경제는 중국이 아니다. 한중간의 경제 관계가 상호보완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바뀌었다. 


중국이 쌍순환을 내세우면서 내수(內需)에 치중하기 때문에 시장으로서의 효용성은 크게 줄었다. 중국의 시안(西安)과 우시(無錫)에는 한국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이 있다. 그밖에 한국의 투자기업이 많지만 대부분 경영이 어렵다. 앞으로도 거래는 지속되겠지만 중국은 더 이상 가장 매력 있는 시장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미일의 안보, 경협을 뒷받침할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회담의 주요 당사자가 되면서 일약 글로벌 중추국의 반열에 올랐다. 시진핑도 최근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구체화 되면서 중국의 지정학적 고립을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이 한국을 글로벌 중추국으로 인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지난 9월 23일 항저우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회담에서 시진핑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면 그것을 정책과 행동으로 표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곱씹을 말이다. 과거 덩샤오핑은 천안문 대학살로 중국이 고립되었을 때 한중수교를 탈 고립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지금의 시진핑은 유엔안보리가 그 이행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북한 제재를 외면하고 양측이 서로 자중해야 한다는 양비(兩非)론을 펴면서 북한을 감싼다. 이 시기에 과연 시진핑의 방한(訪韓)을 우리가 서둘러 논의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이 최근 급속히 가까워지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에 가세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만은 분명히 천명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세계랭킹 10위를 넘나드는 국력 수준에 알맞게, 동맹을 등에 업고 외교의 자율성을 넓혀가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주권국가답게, 원칙에 입각해서 처리하는 자세를 보일 때다. 이점에서 Camp David 합의는 주변국을 상대로 하는 한국외교의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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