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EU 디리스킹' 움직임에 중국 초긴장 - 美의 中견제 '소극적'이던 EU, 中 공세에 '태세 전환 - 달라진 EU, 대 중국 거리두기 이미 시작됐다! - 중국, 유럽 사회 분열 시도하지만 성공 못할 듯
  • 기사등록 2023-10-06 12:16:30
  • 수정 2023-10-06 12:21:13
기사수정



[美의 中견제 '소극적'이던 EU, 中 공세에 '태세 전환']


유럽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움직임 때문에 중국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미 미국과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디리스킹 수준 이상의 갈등과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이젠 유럽연합(EU)마저도 디리스킹을 준비하고 있어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베라 요우로바 가치·투명성 담당 부위원장이 이날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평가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디리스킹 의지를 피력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가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는 인권·법치·민주주의라는 서방의 가치를 외면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U는 일단 연말까지 ‘4대 첨단기술 무기화’와 관련된 평가를 마치고, 내년부터 기술 수출 통제 등을 염두에 두고 중국을 겨냥한 디리스킹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SCMP는 4일 “EU가 내년 봄 사물인터넷·내비게이션·로봇공학 등 6개 분야로 디리스킹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디리스킹을 당해야 할 중국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EU의 디리스킹 정책 기조가 미국이 강조해온 대(對)중국 디리스킹 이유와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작년 10월, 중국에 첨단반도체 등의 기술 이전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8월 9일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도 규제한 바 있다. 미국이 이렇게 대중국 디리스킹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첨단기술의 무기화를 막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기술은 물론 돈줄까지 틀어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미·중 간의 이같은 갈등에도 중국과 밀착 관계를 유지해 왔던 EU가 확연하게 온도차가 나는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EU는 그동안 중국을 전 산업 분야에서 배제하자는 미국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 주장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여왔었다. 특히 독일은 미국의 이러한 정책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독일 경제 자체가 중국과 너무나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은 유럽 사회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지난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존의 대중국 디커플링 입장을 디리스킹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 사회는 디리스킹마저도 실현 불가능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으나, 최근들어 확연하게 입장이 변화되고 있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중국의 태도나 중국의 강경 일변도의 대 유럽 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만들이 급기야 중국과의 외교적 거리두기에 대한 불가피성이 공감을 얻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을 방문한 바 있는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통상 담당 수석 집행부위원장은 지난 9월 25일 중국 칭화대 방문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유럽과 중국 통상관계의 변수로 거론했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는 중국을 비판하며 “그것 때문에 유럽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비치는 중국의 이미지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토보전은 국제외교에서 항상 중국의 핵심 원칙이고,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은 그런 원칙을 대놓고 위반한 것”이라며 “우리(유럽)는 자신들의 근본 원칙을 해치면서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중국의 태도를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럽 사회는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며 러시아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런 협력관계의 지속은 미국과 EU를 비롯한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에도 러시아가 외교적, 경제적 역량을 유지하는 동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의 발언은 러시아의 철군을 조건으로 한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해 유럽의 경제력을 중국에 대한 지렛대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EU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2022년 기준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며, 중국 제품의 수입, EU 기업의 중국 투자, 기술 이전 등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에 엄청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중국의 경제력을 무기로 유럽 사회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역으로 유럽 사회가 중국에게 경제적 카드로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달라진 EU, 대 중국 거리두기 이미 시작됐다!]


EU의 대중국 정책 변화는 이미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실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에너지 의존도로 말미암아 ‘무기화’에 대한 피해를 절감했던 유럽이 중국에게도 경제적 무기화의 칼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경각심들이 깨어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유럽 사회는 대중국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대대적으로 재검토를 하기 시작했다. 첨단반도체에 이어 전기자동차까지 핵심적인 미래 산업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EU는 앞으로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과감하게 낮추는 사실상의 탈중국 프로그램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대중국 정책에 유럽이 한목소리로 강경한 대응을 해 나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 단계로 EU 회원국들은 지난 4월, 총 430억 유로(약 62조원)를 투입해, EU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한 바 있다. 물론 이 조치가 중국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유럽 사회가 중국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13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예고하면서 중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EU 집행위원회가 중국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EU 당국은 중국산 전기차가 중국 당국의 막대한 지원금을 바탕으로 유럽산 전기차에 비해 20% 정도 싼 가격으로 불공정한 공세를 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를 거쳐 이러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높은 비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EU 집행위원회의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이 발표되자 중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의 경제·무역 사령탑인 허리펑 부총리는 지난 9월 26일, EU의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중국은 전기차의 값싼 가격이 정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산업망이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도 지난 9월 26일 성명을 통해 EU의 반보조금 조사를 불공정이라고 비판하며 무역구제조치를 신중히 사용하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반발은 상당히 정치적이어서 중국의 뜻이 EU의 판단에 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U가 중국 전기자동차와 관련해 상당한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EU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개 분야에 대한 디리스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은 EU가 더 이상 중국의 놀이터가 되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며, 특히 중국에 핵심적인 미래 산업을 뺏기지 않겠다는 경제 안보 전략 차원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사회 분열 시도하는 중국]


사실 EU마저 디리스킹을 본격화한다면 중국 시장이 받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거대 시장을 잃는 것이고, 이를 대체할 시장은 글로벌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우선적으로 EU가 그러한 정책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유럽 사회의 분열 책략에 나섰다. EU 집행위의 디리스킹 정책 발표에 대해, 중국 당국은 이 정책에 대한 불만 표시 외에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SCMP는 EU의 27개 회원국이 중국을 겨냥한 디리스킹 필요성 평가에 동의할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예고에 프랑스가 강력한 지지를 표시한 반면 독일이 반대한 걸 사례로 들면서, 대중국 디리스킹에 EU 회원국 간에 의견이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EU가 미국과 같은 수준의 디리스킹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외관상으로는 그렇다는 의미다.


중국은 실제로 유럽 사회의 분열을 위한 적극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9월 22일,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 보좌관과 전화 통화에서 유럽이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보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왕 부장은 “올해는 중국과 유럽이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고 전제한 뒤 “우리는 중국·유럽 협력의 새로운 전망을 개척하기 위해 유럽과 함께 교류를 계획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시장 원칙을 준수하고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보호주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유럽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프랑스가 관련 반(反)보조금 조사를 적절히 처리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비슷한 내용으로 독일에도 추파를 던졌다. 특히 독일은 중국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제 관계가 얽혀 있어 독일 정부가 EU의 대중국 디리스킹에 찬동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접근은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럽 사회는 이미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으로 대중국 전략의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중국과의 전면적 단절이 아닌 유럽의 안보를 흔들 수 있는 품목들에 대해서만 문을 걸어 잠그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독일도, 프랑스도 모두 적극 찬성하고 있다.


특히 EU의 이번 디리스킹 예고가 반도체법 시행과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 예고에 이어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이전과는 달리 대(對) EU 정책에 갑(甲)이 아닌 을(乙)의 입장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44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