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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대굴욕, 결국 흑해함대 철수 - WSJ "잠수함·호위함 등 다수 군함, 다른 항구로 이동" - 난타당하는 푸틴의 심장 ‘크름반도’ - 새로 투입되는 우크라 잠수드론도 주목 대상
  • 기사등록 2023-10-06 06: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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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잠수함·호위함 등 다수 군함, 다른 항구로 이동"]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성지'로 불리는 크름반도와 흑해함대사령부 등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흑해함대를 철수시키는 대굴욕 사건이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서방 관리, 해군 전문가들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공격 잠수함 3척과 호위함 2척을 포함한 군함들을 흑해함대 주둔지인 세바스토폴에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의 수석 군사전문가 미하일 바라바노프는 이달 1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후 “세바스토폴에 정박하던 군함 중 작전용 킬로급 공격 잠수함 3척, 유도 미사일을 갖춘 호위함 2척, 초계함 1척 등이 흑해의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옮겨졌다”면서 “대형 상륙함 1척과 신형 소해정(기뢰 제거 함정) 1척, 다수의 소형 선박들도 세바스토폴에서 크름반도 동부 페오도시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군 전문가 요룩 이식은 “위성 이미지에서 페오도시야 조선소 입구에 그물과 바지선이 놓여 있는 모습은 우크라이나의 추가 공격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보여준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곳(페오도시야)에서 성공적인 해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안보상 우려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이러한 도피적 이동에 대해 WSJ은 “우크라이나의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로 보이는데, 이는 그만큼 우크라이나군의 위협이 높아졌으며, 크름반도를 점령한 러시아의 전략적 차질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부장관도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세바스토폴에 정박하던 군함들의 분산 배치는 흑해함대의 기능적 패배”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이 전했다.


[난타당하는 푸틴의 심장 ‘크름반도’]


푸틴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을 자신의 중요한 업적으로 내세워 왔으며, 크름반도를 러시아의 '거룩한 땅', '성지' 등으로 표현할 정도로 애착을 보여왔다. 그러한 크름반도를 향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수주간 미사일과 드론(무인기) 등으로 크름반도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13일 크름반도 흑해함대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단행하면서 세바스토폴 세브모르자보드 조선소에 폭발을 일으켜 잠수함 로스토프나도누호와 대형 상륙함 민스크호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어 그다음 날인 14일에는 크름반도 서부 예브파토리아 인근에 설치된 러시아군 최신 방공체계인 S-400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무력화했다.


지난달 20일에도 흑해함대 사령부를 공격한데 이어, 21일에는 크름반도 서부의 사키 공군기지에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그리고 22일에도 흑해함대 사령부를 미사일로 공격해 러시아군 장교 34명이 사망하고, 군인 105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측은 흑해함대 사령관 빅토르 소콜로프 제독이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주장도 내놨으나, 러시아 측은 소콜로프가 회의에 참석한 영상을 배포하며 이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러시아 지휘관 회의 중에 발생했으며,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함대 본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면서 이날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흑해함대 공습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이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크름반도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올해 6월부터 진행 중인 이른바 '대반격'이 동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강력한 방어선에 고전하는 만큼 전세를 바꾸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크름반도야말로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강조해 온 우크라이나군은 크게 두 가지 전략 목표를 가지고 이러한 공세를 수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첫째는 올해 6월부터 진행 중인 이른바 '대반격 작전'의 성공을 위해 크름반도를 통한 러시아군 보급선을 끊고 항공 지원을 어렵게 하기 위함이다.


사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에 빼앗긴 흑해 연안 도시들을 탈환해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를 끊으려 하지만, 겹겹이 구축된 러시아군 방어선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크름반도 내의 러시아군 항공전력과 철도, 병참시설 등을 파괴한다면 러시아의 방어역량을 확실히 깎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두 번째는 러시아 해군의 흑해 봉쇄를 뚫고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해상 수출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경제는 오데사를 드나드는 새 해상회랑을 성공시키는데 달려 있다”면서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함을 파괴하고 멀리 몰아내 항구와 도시, 새 해상회랑을 공격하는 걸 가능한 한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단 한 척의 군함도 없는 상황에서도 해상전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금까지 최소 19척의 러시아 군함을 침몰 혹은 파손시켰고, 개전 초만 해도 해안에 바짝 붙어 미사일을 쏘아대던 러시아 해군 함정들은 이제 흑해 북서부 해역 접근을 꺼릴 정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영국 국방무관으로 근무했던 존 포어먼은 “우크라이나는 (해상드론과 미사일, 포격 등으로 상대방 전력을 깎아내는) '모기함대' 전법에 적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영국과 프랑스에서 스톰섀도 혹은 스칼프(SCALP)로 불리는 지대공 순항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동시에 옛 소련 시절 개발됐으나 예산 문제로 양산되지 못했던 장거리 무기 개발을 재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름반도에 대한 공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조만간 집속탄을 탑재한 사정거리 300㎞의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우크라이나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는 이렇게 가파르게 변화되고 있다.


[새로 투입되는 우크라 잠수드론도 주목 대상]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새로 투입할 예정인 수중 드론 ‘마리치카’가 또다른 게임체인저로서 주목받고 있다. 자폭기능이 탑재된 이 수중 드론은 해상 드론과 달리 바닷속에서 잠수를 통해 목표물에 은밀히 접근하며, 러시아 흑해함대를 주요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엔지니어 자원봉사그룹(AMMO)은 26일(현지시각) 자폭 잠수드론 ‘마리치카’(Marichka)의 시험기동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영상에는 마리치카를 바다로 옮기고, 바다에 입수한 ‘마리치카’가 자체 동력으로 특수부대원들을 태워 이동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AMMO측은 “마리치카는 일시적으로 점령된 크름반도를 해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최초의 수중 드론이 될 것”이라며 “상륙함, 보트, 잠수함, 미사일 운반선은 물론 해안 요새와 교량 지지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21세기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현대적인 무기와 장비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리치카는 이런 무기의 한 예”라며 “러시아 미사일 운반선은 여전히 흑해에 주둔하고 있으며, 매일 수많은 점령군이 이 함선을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 흑해 함대가 우리의 주요 목표”라고 했다.


마리치카는 앞으로 러시아 흑해 함대 자산뿐만 아니라 러시아 주요 인프라 및 시설을 목표로 한 작전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서는 이를 막기 위해 그물, 돌고래, 전파방해 장비 등 막대한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


[다급해진 푸틴, 바그너 잔병(殘兵)들 전쟁투입 논의]


사실 러시아는 지금 북한에 무기 조달을 요청하는 처지로 전락할 정도로 싸울 무기도 없고, 전쟁을 치러야 할 장병들조차 태부족인 상태다. 한마디로 국방력 세계 2위였던 러시아가 이젠 조롱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를 인용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고위층과 만나 바그너 용병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다시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28일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국방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바그너그룹 창립멤버인 안드레이 트로셰프와 면담했다고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에 의해 바그너그룹의 새로운 수장으로 지목된 바 있는 트로셰프는 일명 ‘회색 머리카락’으로 불린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바그너그룹 용병으로 이뤄진 지원병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동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이렇게 러시아는 날이 갈수록 조급하고 또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다가오는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전쟁 장기화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 일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 지원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변수가 휴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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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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