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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통제불가능 美공화당, 의회 역사상 234년만에 초유의 사태 - 하원의장 날려버린 공화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 민주당, 매카시의 의회운영 방식에 불만. 축출에 동의 - 프리덤 코커스에 한국도 당할 수 있다
  • 기사등록 2023-10-05 12: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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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의장 날려버린 공화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미국의회 역사상 234년만에 처음으로 해임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그 배경에는 같은 공화당 소속의 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가 있다. 이들은 며칠 전에도 예산안 처리를 가로막으면서 미국을 셧다운 위기까지 몰고가기도 했다. 이로인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통제불능이 되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캐빈 매카시(Kevin McCarthy) 하원의장이 전례없는 투표로 해임되었다”면서 “공화당은 예측 불허의 마비 상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해임안 표결에는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되었는데,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프리덤 코커스가 중심이 된 8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통과되었다.


캐빈 매카시 의장의 해임투표까지 가게 된 배경에는 민주당과 타협하면서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려 했던 것에 대한 공화당 내의 프리덤 코커스의 반발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매카시 전 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 처리를 부결시키더니, 매카시 전 의장이 정부지출 삭감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뺀 '땜질' 예산안을 다시 제안해 처리하자, 이에 반발해 해임결의안을 제출해 성사시킨 것이다.


사실 프리덤 코커스는 워싱턴DC 의회정치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꼽히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웹사이트도, 공식 명단도 없다. 당연히 이들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계획을 가졌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이번 매카시 해임투표와 관련해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이 제출한 해임결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으로는 켄 벅, 앤디 빅스, 팀 버쳇, 엘리 크레인, 밥 굿, 낸시 메이스, 맷 로젠데일 의원이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들이 모두 프리덤 코커스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이 모두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 할지라도, 이들은 해임결의안을 통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만 그 얼굴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월 전체 공화당 하원의원(당시 222명) 중 5분의 1가량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보도한 바 있지만, 미 언론마다 추정치는 다르다.


프리덤 코커스의 기원은 2015년 1월 펜실베이니아주 허시에서 열린 비밀회의다.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세력 '티파티' 출신 의원 9명이 모여 극우 보수의 가치를 내걸었다. 이들은 재정 감축, 불법 이민 강경 대응 등 기존 보수 입장에 선명성을 더해 공화당의 '우(右)클릭'을 추구해왔다.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회의에 참석했던 맷 새먼(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최근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지도자들에게 재정 건전성과 헌법 원칙을 되찾도록 압력을 가하겠다는 목적에서 모였다”면서 우파들의 집단적 영향력을 활용할 모임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 다른 회원 바이런 도널즈(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가지를 위해 뭉쳤다”면서 “정부 지출은 줄이고, 정부가 해야 하는 일에 돈을 내는 것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들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매카시 전 의장뿐만 아니라 존 베이너, 폴 라이언 등 이전 하원의장 등의 공화당 내 주류들과는 관계가 별로 좋지 않다. 그러면서 연방 예산안 처리 무산의 주역이 됐고, 그 후로도 의회 내에서 벼랑끝 전술을 펴면서 공화당 주류는 물론이고,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까지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 중 핵심 인물은 게이츠(Gaetz) 의원으로 지난 주말 매카시 전 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지난 1일 결국 행동에 옮겼다. 게이츠의 반 매카시 행보는 올 1월 의장 선출 당시에도 그대로 노출됐다. 매카시의 의장 선출을 방해하면서 소수파의 권한 확대를 요구했고, 결국 15차례나 재투표를 거듭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때 매카시는 어쩔 수 없이 이들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하원 운영규칙을 개정한 바 있었는데 이 규칙이 결국 매카시의 사임을 가져오는 단초가 되었다. 당시 매카시는 이들 강경파의 요구대로 의원 1인에게 하원의장 불신임안을 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는데, 결국 이 조항 때문에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고 볼 수 있다.


게이츠 의원은 그동안 변경된 하원 운영규칙을 근거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연방정부 지출 대폭 삭감 등을 주장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게이츠 의원은 이번에 영향력을 확인하긴 했지만, 정작 본인은 성추행 등의 혐의로 윤리 문제에 둘러싸여 있다.


NYT는 게이츠 의원과 관련해 “2021년부터 성추행, 불법 약물 사용, 주(州) 신분증 남용, 선거자금 유용, 의회에서 부적절한 사진·영상 공유 등의 문제로 하원 윤리위원회 등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매카시 전 의장은 게이츠 의원이 자신을 의장직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성추행과 자금유용 혐의 조사를 막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보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왜 매카시 축출에 동의했을까?]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공화당의 프리덤 코커스와 손을 맞잡았을까? WP는 이와 관련해 “공화당 내 프리덤 코커스 강경파들은 자신들의 의지만으로 매카시 축출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민주당은 그동안 매카시 의장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매카시가 10여년 전 초당파적 움직임을 보였던 모습은 사라지고, 권력에 집착하면서 원칙 없는 리더로 변모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이번 투표로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매카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의회 조사를 방해하고, 트럼프의 지지를 얻기 위해 플로리다의 마라라고까지 내려가 추파를 던지는 모습에 민주당 의원들은 큰 실망을 하게 되었다”면서 “지나치게 공화당의 MAGA 강경파들에게 휘둘리는 매카시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고 WP는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매카시 축출 투표에 민주당 의원 208명 전원이 찬성을 했고, 여기에 프리덤 코커스 소속 8명이 찬성하면서 해임안이 통과된 것이다. 공화당은 이들 8명을 제외한 210명이 반대했다.


[미 하원 앞으로 어떻게 되나?]


매카시의 해임으로 인해 미 하원은 일단 매카시의 측근이기도 한 패트릭 맥헨리(47·공화·노스캐롤라이나) 금융위원장이 임시 하원의장이 됐다. 지난 2004년 29세의 젊은 나이로 당선돼 처음 하원에 입성한 중진인 맥헨리는 유사시 빈자리를 메울 사람들의 명단을 비공개로 제출하도록 돼 있는 하원 규정에 의해 매카시 전 의장이 지난 1월 취임하면서 제출한 명단 최상단에 지목되면서 이번에 임시 의장을 맡게 됐다.


맥헨리는 임시 하원의장을 넘어 매카시의 뒤를 이어 차기 하원의장 물망에도 오르고 있다. 다만, NYT는 “그가 임시로 맡은 의장직이 영구적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지난해 의장직에 출마하지 않고 금융위를 이끄는 쪽을 택했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임시 의장으로서 맥헨리의 역할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켈리 암스트롱(공화·노스다코타) 하원의원은 기자들에게 맥헨리의 주 임무는 “우리에게 새 의장을 구해주는 것”이라며 “이를 넘어선다면 맥헨리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매카시의 후임 의장으로 명백하게 부상하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기 의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후보 명단에서 가장 상단에 올라 있는 인물은 스티브 스컬리스(57·루이지애나)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하원 내 공화당 서열 2위이며, 매카시 의장의 임기가 끝나고 하원 공화당을 이끌 인물로 오랫동안 선호돼 왔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매카시의 의장직 축출을 주도했던 맷 게이츠 의원도 차기 의장으로 스컬리스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차기 의장이 언제 선출될 것인지의 여부다. 현재로서는 차기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역사상 하원의장 해임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해임안을 내는 당내 '반란'이 일어난 만큼 선출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분열된 모습으로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단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차기 의장 선출 때도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하원의장이 신속히 선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나라에 닥친 시급한 문제들을 미룰 수 없기에 대통령은 하원이 신속하게 의장을 선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리덤 코커스에 한국도 당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프리덤 코커스가 이미 공화당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파워는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221석과 212석으로 하원 의석을 양분하면서 보다 강력해졌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프리덤 코커스 멤버 4명만 반대하면 의결정족수인 218표를 확보할 수 없다.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런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들 프리덤 코커스의 목표가 재정 지출 축소에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예산 편성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의 논리는 전쟁 지원이 미국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진행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이 대부분 군수업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설득시킨다면 그리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어쨌든 이들을 향한 실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미 외교에 만반의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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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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