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사우디의 핵무장 선언, 글로벌 평화체제 출렁 - “이란이 하면 사우디도”…빈 살만 ‘핵무장’ 선언 - 사우디 핵무기 보유 우긴다면 글로벌 정세 엄청난 파장 - 사우디, 美에 기술지원 했지만 거부할 경우 中-러에 요청 가능성
  • 기사등록 2023-10-04 12:44:59
기사수정



[“이란이 하면 사우디도”…빈 살만 ‘핵무장’ 선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이며 차기 국왕인 무함마드 빈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만약 사우디가 진짜로 핵무기 보유를 위해 행동으로 나설 경우, 기술지원 대상국으로 미국과 중국 또는 러시아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핵확산 문제가 글로벌 두통거리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군사전문매체인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는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협정의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만약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게 될 경우, 사우디 역시 핵무기 보유를 거침없이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는 지난 9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진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사우디가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안보상 이유이며 힘의 균형을 위해서다”고 말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다. 사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중동의 안보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이번에 사우디까지 이란의 핵보유를 공식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을 가지게 된다면, 사우디 역시 핵보유를 하겠다는 것이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치열하게 패권 경쟁을 펼치는 사우디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건 중동 지역 안보와 국제 정세를 요동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


그렇다면 사우디는 왜 이렇게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일까? 사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3월 10일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지만, 그동안 앙숙 관계를 유지해 왔다.


가장 근본적 이유는 심각한 종파 갈등 때문이다. 사우디는 수니파이고, 이란은 시아파이다. 이러한 종파 갈등 때문에 사우디가 자국 내 시아파 고위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일부는 사형시키자, 이란에선 강경 시아파 세력이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하면서 지난 2016년 1월, 결국 단교를 단행했다.


이러한 앙숙 관계 사이에 중국이 끼어들면서 화해를 중재했고, 결국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이 베이징에서 일단 손을 맞잡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진정으로 화해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더 이상의 심각한 갈등’을 지양하기 위해 일단 ‘차가운 평화’를 도모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미 40년 이상 냉랭한 관계가 지속되어 왔는데, 중국의 정치적 화해 제의로 그 모든 갈등들이 일거에 해소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사우디가 이란을 가장 언짢게 보는 이유는 정치 체제의 차이 때문이다. 사우디가 국왕이 중심이 되는 왕정 체제인데 반해, 이란은 시아파 최고지도자(알라의 증거라는 의미를 지닌 아야톨라로 호칭)와 대통령이 중심이 되는 독특한 형식의 신정공화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란도 원래 왕정체제였으나 1979년 시아파 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가 중심이 돼 친미, 세속주의를 지향했던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린 이른바 ‘이란 이슬람 혁명’을 일으켰고, 그로부터 이란은 신정 공화정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결국 사우디 입장에서는 왕정을 무너뜨린 세력인 이란이 이웃 국가라는 게 불편하다. 이란의 혁명 경험이 자국에게 전파될 수도 있어서다.


사우디는 또한 그동안 이란 견제에 앞장서 왔다. 지난 1981년 5월, 같은 문화(아랍), 정치(왕정), 경제(석유와 천연가스 중심), 종파(수니파) 체제를 지닌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종파상으로는 이바디파)과 정치‧경제 연합체인 걸프협력회의(GCC)를 구성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이들 GCC국가들 역시 이란의 정치 체제가 자신들의 왕정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경계한다.


사우디는 특히 이란의 영향력 확장 전략과도 충돌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에너지 기업인 아람코의 본사와 각종 생산시설, 연구개발 단지가 자리 잡고 있는 다란과 담맘은 사우디의 대표적인 시아파 거주 지역이어서,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란이 사우디의 시아파들을 충동질하여 내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후티 반군(사우디는 예멘 정부군 지원)은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2019년 9월 아람코의 아브까이끄의 원유 탈황·정제 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러니 언제든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사우디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우디가 돌연 핵무기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


이런 가운데 사우디가 돌연 핵무기 개발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그동안 사우디가 무기 개발에 관한한 이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우디는 지금까지 거의 전적으로 ‘미국산 무기 수입’에 의존해 왔다. 사실상 안보 자체를 미국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자체적으로 중요한 무기를 개발한 경험도 없다. 이러한 뒤떨어진 국방력을 핵무기로 일시에 극복하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이란은 사실상 1979년부터 진행돼 온 각종 크고, 작은 미국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미사일을 대거 개발할 정도로 무기 개발 역량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물론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 등 주요 기술에 대한 노하우는 축적돼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적극 저지해 왔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 수준에서 저지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이스라엘 ‘모사드(정보부)’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과학자들을 여러 명 암살하는 등의 방해 공작을 한 것은 그만큼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이란이 상당 부분 갖췄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란은 핵 프로그램 확장을 가속화하고 핵무기 완성을 위해 필요한 핵분열 물질 생산에 더 근접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착수했다”면서도 “이란은 현재 테스트할 수 있는 핵무기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핵심 활동은 현재 착수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핵무기 개발 능력 있는가?]


그렇다면 사우디는 핵무기를 과연 개발할 능력이 있을까? 한마디로 사우디는 핵무기를 개발할 역량 자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원자력 발전소도 사우디가 자체적으로 개발 및 운용할 수 있는 역량조차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브레이킹 디펜스가 지적한 부문도 바로 이 점이다.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도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면서 강력하게 나설 경우, 미국 입장이 아주 곤혹스러워질 수 있어서다. 빈살만 왕세자가 핵무기 제조 기술 이전을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및 러시아에게 요구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본부를 둔 군비통제협회의 전무이사 대릴 킴볼은 최근 기고문에서 “사우디의 뻔뻔스러운 핵무기 헤징은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주도해온 글로벌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사우디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킹 사우드 대학의 정치사회학 조교수인 칼리드 알 다킬은 “사우디가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면 사우디도 핵무기를 획득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심각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 것이다.


특히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 또는 러시아의 핵무기 제조 지원 가능성을 꺼내 들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경우다. 미국이 핵확산 방지조약을 이유로 핵무기 제조 기술 이전을 거부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에 의존하게 된다면, 이스라엘의 입장도 강경해질 것이고, 당연히 중동 평화도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이뿐 아니다. 사우디가 중국 또는 러시아의 지원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당장 다른 국가들로의 핵무기 확산을 막을 방법도 없어지고, 동시에 글로벌 평화 체제 역시 엄청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의 핵무기 보유 선언은 국제 정세의 핵으로 떠올랐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41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