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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뜨거워지는 남중국해, 당혹감에 빠진 중국 - 달라진 필리핀, 중국 향해 거침없는 행보 - 갈수록 위기 고조되는 남중국해 분쟁 - 남중국해 분쟁에 적극 개입 의지 피력한 미국
  • 기사등록 2023-10-03 23:46:28
  • 수정 2023-10-04 00: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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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필리핀, 중국 향해 거침없는 행보]


중국을 향한 필리핀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 9월 22일 중국이 필리핀의 영해인 스카보러 암초 인근에 부유물을 설치하면서 필리핀 어선의 조업을 방해하고 나서자, 사흘후 과감하게 철거작업을 한데 이어 10월 2일부터는 미국, 일본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하면서 중국의 침략적 행동에 대한 대응의지를 다지고 있어서다.



CNN은 3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필리핀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군이 미국 및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일본, 영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사마 사마(Sama Sama) 2023 해상 훈련’을 오는 13일까지 2주간의 일정으로 시작했다”면서 “필리핀 해안에서 실시되는 이번 훈련에는 잠수함 대응, 공중방어 및 수색·구출 작전뿐만 아니라 지상 단계 훈련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마 사마는 필리핀 현지어인 타갈로그어로 '함께 한다'는 의미다.


미 해군 함정 2척을 비롯해 영국과 캐나다, 일본의 함정이 1척씩 참가했다. 참여 병력은 1천800명이며 호주와 프랑스, 인도네시아, 뉴질랜드는 참관인과 전문가를 파견했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실시되는 이번 훈련과 관련해, 필리핀 해군 소장인 토리비오 아다시는 “이번 훈련은 아태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십과 책임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위기 고조되는 남중국해 분쟁]


확실히 필리핀이 달라졌다. 과거 친중적이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는 달리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대 중국 행보는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결단력도 있고 그야말로 강단있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필리핀의 행동에 중국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한 중국의 곤혹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 중국이 설치한 해상 부유물을 필리핀이 과감하게 제거하자 나온 중국의 반응이다.


지난 9월 22일에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중국이 스카보러 암초 주변 바다에 설치한 '부유식 장애물'을 발견하자 25일 전격 철거했다. 그것도 하루 전에 중국에 철거할 것임을 예고하고 거침없이 행동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장애물을 성공적으로 철거했다'는 필리핀 해안경비대 발표에 대해 “필리핀 측의 성명은 완전히 혼자서 하는 이야기”라면서 “황옌다오(黃岩島, 스카버러 암초)의 주권과 해양 권익을 지키겠다는 중국의 결심은 흔들림이 없으며, 우리는 필리핀이 도발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권한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외교부의 발표와는 달리 중국 해경의 간위 대변인은 전날 밤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필리핀이 소위 중국의 차단망을 철거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사실을 날조한 것”이면서 “중국이 필리핀 선박을 차단하기 위해 장벽을 설치한 뒤 스스로 철거했다”고 반박했다.


간 대변인은 “중국 해경은 황옌다오의 석호(潟湖·퇴적지형 등이 만의 입구를 막아 바다와 분리돼 생긴 호수)를 침범한 필리핀 선박을 겨냥해 임시 차단망을 설치했다”며 “이후 차단시설을 적극적으로 회수했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필리핀 해경은 스카보러 암초 부근에 중국해경이 설치한 부유장애물을 철거하는 작전의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한 바 있는데, 중국 해경은 오히려 자신들이 철거한 것이라 주장한 것이고, 이와는 결이 다르게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 당국의 그러한 조치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중국 해경의 이러한 발표는 한마디로 중국의 당혹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필리핀 당국이 중국이 설치한 해상 부유물의 강제 철거를 경고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 해경은 이러한 경고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필리핀 해경이 전격 철거를 해버렸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필리핀 당국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설치한 해상부유물의 철거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부의 조치가 두려운 나머지 황당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그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사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필리핀의 이러한 조치가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전파될 가능성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2012년에 영유권을 주장하며 스카보러 암초를 강제로 점거했고, 필리핀은 국제상설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했다.


스카보러 암초는 필리핀 본섬인 루손섬에서 서쪽으로 240㎞, 중국 하이난에서 900㎞가량 떨어져 있다. 이에 PCA는 스카보러 암초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지난 2016년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같은 입장을 고수해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 주변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들도 앞으로 중국과의 마찰이 생기면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정면 대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필리핀이 바로 그러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중국해 분쟁에 적극 개입 의지 피력한 미국]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 필리핀간 갈등에 대한 미국의 태도다. 블룸버그는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린지 포드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미 하원 외교소위의 온라인 청문회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선박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조약에 따라 동남아 국가를 보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고, 이러한 약속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필리핀 당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 주변에 중국이 설치한 '해상 장벽'을 철거한 것은 ‘대담한 조치(bold step)’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렇게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관여하는 것은 필리핀이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기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중국해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해운 경로 중 하나로 한국 및 일본 등의 해상 운송로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중국해는 풍부한 어류 공급과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으로 인해 필리핀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마닐라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도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정치외교적 정당성 및 에너지 자원, 그리고 전략적 중요성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고, 동시에 중국 방어의 핵심 부분이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국방전략연구소의 콜린 고(Collin Koh) 선임연구원은 “남중국해는 또한 중국의 해양 기반 핵 억지력의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부분의 핵 탄 미사일 잠수함을 하이난 섬에 기지로 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인도 같은 잠재적 적국에 대해 소위 2차 공격 능력을 계획할 수 있는 근거지가 바로 남중국해”라고 밝혔다.


콜린 고는 이어 “남중국해는 광범위한 방어상의 이유로 베이징에 중요하다”면서 “대만과 충돌할 경우 남중국해는 중국이 확보해야 할 남쪽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은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포함하여 일반적인 9단선이 아닌 10단선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지도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10년동안 남중국해의 완전한 장악을 위해, 인공섬을 건설하고 강화해 남중국해에서 입지를 확대해 왔다. 미국에 따르면 이들 섬에는 대함·대공미사일 시스템, 레이저·재밍 장비, 전투기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남중국해의 해상군사화를 정면 부인하고 있다.


[유령함대까지 배치한 미국]


상황이 이러니 미국이 남중국해 방어전략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해군은 중국 해군에 맞서 무인 군함을 동중국해·남중국해가 속한 서태평양 해역에 처음 배치, 미군의 인공지능(AI) 전력이 중국군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 해군의 무인수상정(USV) '레인저'와 '마리너'가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제7함대 본부가 있는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이날 도착,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USV는 약 58m 길이로 현재는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았지만, 미사일 모듈을 탑재하면 미사일 공격도 가능하다. 레인저는 2021년 상대방의 미사일 등을 요격하거나 상대 군함을 타격할 수 있는 SM-6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유령함대(Ghost Fleet)’라는 이름의 드론 함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금까지 6척의 시제함을 제작했는데, 이번에 미중 양국이 대치 중인 서태평양 지역에 처음 배치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미국 연안에서 주로 시험 운항과 훈련만 해왔다.


이날 미 해군 무인수상함 지휘관인 제러마이어 데일리 미 해군 중령은 “자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USV가 이보다 덩치가 큰 구축함 여러 대를 대체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서 구축함 1척과 USV 2척이 구축함 3척을 대체할 수 있다. 이는 전력 승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데일리 중령은 또한 “3척의 구축함으로 구성된 한 개 수상함 전대에 LUSV 몇 척을 추가하면 3개 수상함 전대를 투입해야 하는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특히 미국이 유령함대를 이곳에 배치한 것은 우선적으로 대만 유사시 이를 활용하겠다는 것이고, 동시에 남중국해 방어를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유령함대의 남중국해 투입에 대해 중국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CCTV 군사평론가인 쑹쭝핑은 “드론 함정은 크기가 작아 방어망 돌파 능력이 강하고, 수상함을 대신해 근접 정찰은 물론 공격도 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드론 함정이 중국 항구나 군사기지를 공격한다면 큰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남중국해 도서 지역에 투입되는 미 해병대의 원정 작전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영국 기술이 적용된 무인기와 무인함정으로 러시아의 주요 군사목표를 타격하면서 강력한 공격 능력을 보여줬다”고도 했다.


바야흐로 남중국해는 이렇게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대응도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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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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