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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올인하는 이유? - 시진핑, APEC정상회의에 참석 시사한 중국 - 중국, 미국과의 관계회복 통해 무역 활성화가 최대 목표 - 美, 중국이 북-러 밀착에 거리두기 요구, 미중간 평화 해치지 않도록 요구
  • 기사등록 2023-09-29 0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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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APEC정상회의에 참석 시사한 중국]


중국이 최근들어 미국과의 관계 회복 및 대화 창구의 폭과 깊이를 늘리는데 올인하고 있다. 심지어 시진핑 주석이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뜻을 내비치면서 미중간 대화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미중관계가 불안정한 가운데 중국은 APEC정상회의 참석을 전제로 미국과 협상채널을 통해 요구사항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중국은 최근들어 부쩍 미국과의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채널도 다양하다. 지난 9월 16~17일 몰타에서 열린 미국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간의 회담에 이어, 중국 외교의 최고위 인사들이 전직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미중 관계 개선을 당부할 정도로 전방위적이다.


사실상 소원한 관계였던 미중간 대화가 갑자기 뜨거워진 것은 제이크 설리반 보좌관과 왕이 외교부장간의 몰타회담이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다양한 대화가 봇물터지듯 재개되었다. 일단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대화가 깊어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 대화 내용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듯 보인다.


우선 몰타에서의 설리반-왕이 회동에 대해 백악관은 “미·중 양측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나눴다”며 “이번 회동은 소통 라인을 유지하고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만남에서 양국 관계의 주요 현안, 글로벌 및 지역 안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안 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미·중 양국은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달 동안 주요 분야에서 추가적인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도 “중·미 관계의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며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국제·지역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리창 총리도 지난 1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도전이 아니라 기회고, 중미 양국이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중국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하기를 바라며 중국 경제의 발전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덕담을 나누면서도 뼈 있는 대화를 한 것이다.


이와함께 UN총회차 뉴욕을 방문한 한정 부총리도 지난 18일(현지사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북한의 도발 행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해협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회담 모두 발언에서 블링컨 장관은 “우리 두 나라가 고위급 접촉을 바탕으로 개방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양국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화통신에 따르면, 한정 부주석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이롭다”며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기회이지 도전이 아니고, 이익이지 리스크가 아니므로 양국이 상호 성취를 거두고 공동번영하는 것은 완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중간에는 또한 경제·금융 분야 협력을 위한 워킹그룹을 발족시켰다. 미국에서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에서는 허리펑 부총리가 책임자다. 미 재무부는 "두 워킹그룹을 통해 경제·금융 문제에서 실질적이고 진솔한 논의의 창구가 마련됐다"며 "정보 교환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23일 미중 워킹그룹 발족 소식을 전하며 “양국 관계 악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중요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허웨이원 중국세계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워킹그룹은 여러 차례 중미 대화에 이어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중국은 모든 유형의 양국 간 소통 채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대화에 얼마나 목이 말라 있는지는 지난 26일 중국을 찾은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을 최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26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한정 국가 부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폴슨 전 장관을 만나 "중미 관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며 "양국은 각각 최대 개발도상국과 최대 선진국으로서 각 분야 호혜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으로 세계 경제 회복을 추진해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 부주석은 이어 "우리는 경제 구조를 더욱 최적화하고 개혁·개방을 심화하며 질 높은 발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왜 미국과의 대화에 열을 올리는가?]


중국이 이렇게 미국과의 대화의 창을 활짝 열어놓고 사실상 통사정하듯 구구절절하게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실상 미국과의 경제활동 정상화가 중국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이 제약을 받더라도 EU와의 깊은 관계를 통해 사라지는 미국시장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사실상 EU가 중국에 종속되다시피 해 있는 상황이라서 EU와의 무역강화가 계획대로 진전된다면 대미 강경 자세를 유지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최근들어 EU와 중국간에 한겨울 냉기만큼 서슬퍼런 대화들이 오고가고 있다. 우선 유럽연합(EU)의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23일 “중국과 디커플링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중국과 EU와의 무역에서 공정성이 깨진다면 EU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강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중국과 EU 간 무역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4천억 유로(약 569조원)에 달했다는 게 돔브로우스키스 부집행위원장의 설명이다.


EU는 본격적으로 대 중국 리스크 경감을 위한 조치들을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중국산 저가 전기차 대량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보조금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만약 EU의 뜻대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제재가 시행된다면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시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25일에는 돔브로우스키스 부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유럽과 중국 통상관계의 변수로 거론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는 중국을 비판하며 "그것 때문에 유럽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비치는 중국의 이미지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유럽은 이미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탈중국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상당한 이익을 누려왔던 유럽 시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다시 미국 시장을 붙드는게 최우선순위로 부상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미국에게 있어 최대 무역시장이 더 이상 중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이 미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에서 3위로 밀려났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선 지 15년 만의 일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14일, 미국 상무부의 무역 통계를 인용해 “올해 1∼5월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규모가 1천690억 달러(약 214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면서 “이 기간 미국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3% 포인트 하락한 13.4%를 기록하며 1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고, 수출이 줄어든 중국 경제는 그야말로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미국기업들의 탈중국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고, 동시에 중국이 다시 미국의 제1수출국으로 원상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명제가 되어버렸다.


지금 중국이 대화에 열을 올리는 것도 결국 미중간 통상정책의 복원을 통해 중국의 수출시장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요구가 어느 정도라도 미국이 받아준다면 APEC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왜 중국과 대화의 장을 유지하려 하는가?]


그렇다면 미국은 왜 중국과의 대화 폭을 넓히려 할까? 가장 큰 이유는 북한-러시아의 밀착에 중국마저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시말해 북-중-러의 3각 구도가 강화된다면 미국으로서는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도 그렇고, 동아시아 전략도 대응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이 진짜 경제위기가 닥치고, 시진핑 주석의 자리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험악하게 된다면 중국은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점이 북한-러시아와의 연대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를 어느 정도 숨통을 트여 주면서 북한-러시아와 중국이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중국이 러시아를 제어하는 역할도 감당해 주기를 미국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만 문제의 안정도 꾀하자는데 중요한 목표가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 폭을 넓히려 하고,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요한 합의들을 타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간에 다양한 채널로 대화들이 이어지고 급기야 정상간 대화까지 열자고 하는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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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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