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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부동산 딜레마, “빈집, 14억 인구로도 채울 수 없다!” - ‘中 부동산 위기 상징’ 헝다 회생 계획 무산 - 중국의 빈집, 14억 인구로도 채울 수 없다 - 중국정부, 부동산 위기 살릴 방법이 없다!
  • 기사등록 2023-09-26 12: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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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위기 상징’ 헝다 회생 계획 무산]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력산업인 부동산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중국당국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공사를 끝냈거나 아직 미완공인 채로 공사가 중단된 빈집들의 수가 14억 인구가 다 들어가도 남을 정도라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시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처럼 된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회생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건설주가 일제히 급락했으며, 이는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헝다의 회생은 이미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당국은 끝까지 회생할 수 있다고 보고 2년 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헝다그룹의 부동산 매출도 완전히 꺾였고, 그렇다고 재고 부동산이 많아 엄청난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그저 금융권의 부채 연기조치만으로 근근히 생명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젠 그러한 조치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도 헝다그룹의 파산을 선언하지 않은 것은 헝다그룹 파산을 선언하는 순간부터 당장 중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헝다그룹에 선수금을 낸 주택 소비자들로부터 시작해서 제1-2금융권까지 경제의 축이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헝다의 파산이 다른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디폴트로도 이어진다면, 중국 당국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는 곧바로 시진핑 책임론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적 문제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헝다의 파문이 중국내 시위로 이어지는 촉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은 이미 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헝다그룹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헝다는 지난 22일, 예상보다 악화된 부동산 판매 실적 때문에 이날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던 주요 해외 채권자 회의를 취소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고 공시했다. 헝다는 그러면서 “회사의 객관적 상황과 채권단의 요구를 반영한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으로 꼽히는 헝다는 지난 3월 기존 부채를 새로운 채권 및 주식 연계 상품으로 맞바꾸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었다. 문제는 그러한 부채 대체 작업도 회사의 소생 가능성이 있을 때 빛이 보이는 것인데 아무리 돌아봐도 헝다의 부활은 불가능하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도저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거기에다 헝다의 부채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난 6월 말 기준, 헝다의 총부채는 2조3천900억 위안(약 436조 원)에 달했다. 헝다의 회생을 위해 그동안 해외 채권단이 빌려준 금액만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해외 채권단이 또다른 특별한 조치를 취해 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헝다는 회사 청산 작업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휘청거리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일단 헝다는 또 24일 별도의 공시를 통해 역내 자회사인 헝다부동산그룹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새 채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헝다는 또한 지난 8월 정보 공개 의무 위반과 관련한 혐의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헝다그룹 회생절차가 사실상 벽에 부닥쳤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헝다 파산 이후의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의 여부다. 실제로 중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위기 불똥이 세계 경제로까지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1천500억 달러 이상의 빚을 진 채 올해 상반기 489억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한 중국 거대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도 최근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아슬아슬 피해 가고 있지만, 헝다의 파산이 확실시 되면 비구이위안에도 당장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구이위안까지 파산한다면 헝다그룹 파산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파가 몰려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홍콩증시에서 헝다의 주가는 이날 장중 25% 하락해 0.35홍콩달러(약 60.12원)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개발업체 주가 지수는 25일에 6.9%나 하락하여 올해 평가손실이 55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오그룹과 광저우R&F부동산 등 다른 부동산주들도 장중 일제히 6~7%의 급락세를 나타냈으며, 중국 아오위안 그룹은 18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된 후 76% 급락하며 지수를 가장 크게 끌어내렸다.


[중국의 빈집, 14억 인구로도 채울 수 없다]


그런데 중국 부동산 경기가 도저히 살아날 가망조차 없다고 말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지나치게 과잉 건축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부동산 개발 체제가 국가로부터 땅을 값싸게 사서 집을 짓기만 하면 돈을 버는 체제였다. 부동산 가격도 해마다 올라갔고, 집을 짓기만 하면 일단 이익을 보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공동부유 정책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체제를 완전히 뭉개버렸다. 그러면서 당장 부동산을 사려는 소비자들도 사라져버렸고, 그러면서 부동산 경기가 식어가자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CNN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의 전직 관리가 중국의 14억 인구도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빈 아파트를 모두 채우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 위기에 처한 부동산 시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CNN은 “한때 경제의 기둥이었던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부동산 대기업인 헝다그룹의 신규 차입에 대한 단속에 따라 채무 불이행을 한 2021년 이후 침체되었다”면서 “비구이위안과 같은 유명 개발업체도 현재까지도 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해 있어 주택 구매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통계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미분양 주택의 총 연면적은 6억 4,800만 제곱미터(약 1억 9602만평)에 달한다. 이는 평균 주택 크기인 90제곱미터(27평)를 기준으로 720만 가구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들 말한다. 이미 판매되었지만 현금 흐름 문제로 인해 아직 완공되지 않은 수많은 주거 프로젝트나 2016년 마지막 시장 호황기에 투기꾼들이 구입한 여러 채의 주택도 공실로 남아 있다. 이러한 미사용 공간의 대부분은 국가통계국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전문가들마다 빈집 예상 수치를 다르게 추정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뉴스서비스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전 국가통계국 부국장을 지냈던 허 켕(81세)은 중국 남부 도시 둥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현재 빈집 수를 추정해 볼 때, 최대치는 30억 명이 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추산은 다소 과한 것일 수 있지만 최소한 14억 명의 인구가 집을 다 채울 수 없을 정도로 빈집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 켕 전 부국장의 주장은 “중국 경제가 회복력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하는 공식적 견해와는 완전히 대조를 이룬다.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기자 회견에서 “중국 경제의 붕괴를 예측하는 온갖 종류의 발언이 때때로 계속 나오고 있지만, 붕괴된 것은 중국 경제가 아니라 그러한 수사학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 켕 부국장의 발언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면, 중국 경제 회생은 아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가 완전히 추락한 상황에서 저렇게도 엄청난 부동산 재고를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디폴트는 당장 중국내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을 불러오면서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한 투자신탁회사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투자자들의 패닉을 초래했고, 부동산 위기로 수면 위에 떠오른 부채 문제를 중국 정부가 어떻게 다룰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중즈(中植) 금융그룹의 계열사인 자산운용사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지난주 성명을 내고, 여러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다수 투자상품에서 일정에 따른 지급이 이행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환매 계획에 대해선 추가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중룽국제신탁은 작년 말 기준 총운용자산액이 1천80억달러(145조원)에 달하는 중국 10대 자산운용사다. 중국 내 부동산 개발업계 1위인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와 맞물려 지난 7월 말부터 중룽국제신탁이 운용하는 투자상품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NYT는 이와 관련해 “중룽신탁이 향후 환매 일정을 밝히지 않으면서 중국의 그림자 금융에 대한 새로운 공포를 촉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내 투자업계는 오랜 기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조달원 역할을 해왔다. 은행에서 직접 돈을 빌리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출을 제공하지만, 금융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오랜 기간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물론 중룽신탁의 환매 중단 사태가 중국 당국의 통제 가능 범위에 있기는 하겠지만, 문제는 중룽신탁이 판매한 투자상품 구제가 기존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와 모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쉽게 나서지 못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이후 그림자 금융 축소 정책을 펼쳐왔다. 또한 2020년부터 부동산 개발업체를 상대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왔다. 중국의 부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정책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사실상 헝다나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도 중국 당국의 이러한 조치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와 관련해 로디움 그룹의 로건 라이트 중국시장 연구 책임자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채무 불이행을 구제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부채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꿨다"며 "정부가 구제해주는 전략은 이제 종료가 임박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 부동산과 함께 이에 연계된 그림자금융이 막다른 길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중국 경제가 살아날 리가 없다. 참으로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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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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