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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인도-캐나다 갈등 점입가경, 곤혹스러운 美 - 시민 살해에 대사 추방까지... 파국 치닫는 인도-캐나다 - 인도-캐나다 갈등, 대중 포위전선에 영향 줄수도 - 미국-영국에 섭섭한 캐나다, 국력차이 실감하는 캐나다
  • 기사등록 2023-09-26 00:47:44
  • 수정 2023-09-26 0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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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살해에 대사 추방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같은 영(英)연방 국가인 인도와 캐나다가 최악의 갈등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국제뉴스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을 비롯한 파이브아이스 국가들은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져 있다. 이 외교 분쟁의 시작은 한 사람의 사망에서 시작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지난 6월 18일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캐나다 국적자이자 시크교 활동가인 하딥 싱 니자르가 시크교 사원 주차장에서 복면 괴한 2명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면서 “이 살해 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캐나다의 주장으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래 캐나다와 인도는 영국 식민 지배를 겪은 영연방 국가로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 1947년 이후 인도에 가장 많이 원조한 나라가 캐나다일 정도다. 2021년 인도는 코로나 백신이 부족했던 캐나다에 백신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번에 사망한 인도계 캐나다인인 니자르는 시크교도 근거지인 인도 북부 펀자브주(州) 일대에 ‘칼리스탄’이라는 독립국가를 세우자고 주장해온 급진적 시크교도 가운데 한 명으로, 인도 정부는 니자르를 ‘테러 분자’로 규정한 바 있다.


시크교는 힌두교·이슬람교를 융합해 15세기 탄생한 종교로, 계급을 나누는 인도 카스트 제도를 반대한다. 시크교는 인도의 독립운동 당시 영국 측 용병으로 참전하는 등 영국 편에 섰는데, 이는 인도가 독립할 경우 종교 탄압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후 인도가 결국 독립하자 시크교도 상당수가 캐나다 등 해외로 떠났다. 전 세계 시크교도는 약 3000만명이며, 이 가운데 약 80만명은 캐나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인도 정부는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 단체의 활동을 막아달라는 자신들의 요구에 캐나다 정부가 불응해 왔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시크교도인 니자르가 사망하자 처음에는 단순 강도 살인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시크교 쪽에서는 암살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캐나다 정보기관인 안보정보청 등이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도 정부의 암살'로 결론 내려졌다.


캐나다 시민이 타국 정부에 의해 암살됐다는 보고를 받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마침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 뉴델리를 찾아 호스트 입장에서 각국 정상을 맞는 모디 총리와 악수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그를 노려봤다.


모디 인도 총리는 니자르 살인 사건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트뤼도 총리에게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 단체(SFJ)의 활동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회의 첫날인 9일에도 캐나다 내 SFJ 시위가 열리자 인도 총리실은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내 극단주의 세력을 용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도는 트뤼도 총리가 인도계 캐나다인들 ‘표심’을 의식, 시크교도 편을 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표현·양심·평화로운 시위의 자유를 지킬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후 캐나다 외교부는 주(駐)캐나다 인도 외교 공관 정보 담당 직원 1명을 추방했다. 이에 인도 외무부도 19일 주인도 캐나다 정보기관의 수장에게 닷새 안에 떠나라고 했다고 밝히는 등 맞불을 놨다. 인도 정부는 살인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니자르의 죽음과 인도 정부 사이에 신뢰할 만한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인도 정부를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땅에서 캐나다 국민 살해에 외국 정부가 개입한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앞서 16일에는 인도와 캐나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캐나다가 암살배후로 인도를 지목한 이유?]


그렇다면 캐나다는 니자르 암살 배후로 왜 인도를 지목했을까? 사실 인도내에서의 시크교는 14억 인구 중 약 2%에 불과하다. 시크교의 본산은 인도의 펀자브주로 이곳의 시크교도들은 과거부터 인도 중앙정치와 상관없이 시크교도들이 지역의 주요 자리를 차지해 왔고, 그들만의 광범위한 자치권을 보장받길 원했다. 일부 급진주의자들은 분리독립까지 외치며 인도 정부를 자극했다.


반면 캐나다에는 인도에서 이주해 온 시크교도가 많다. 140만명 이상의 인도계 시민이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80여만명이 시크교를 믿으며 캐나다 사회에 정착했다. 특히 2015년에 출범한 트뤼도 내각에서 무려 장관 4명이 시크교도 출신일 정도로 영향력도 막강하다.


그런데 인도는 강한 힌두주의를 표방하면서 시크교를 비롯한 인도 내 소수 종교를 사실상 박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시크교의 분리주의 독립운동이 해외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단체가 미국에서 창설된 '정의를 위한 시크'인데 이번에 암살된 니자르는 이 단체의 캐나다 지부장 격으로 상당한 활동을 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결국 인도 내 종교갈등이 이국 땅 캐나다에서 캐나다 시민의 암살로 표출됐다는 게 트뤼도 정부의 주장이다.


[파국 치닫는 인도-캐나다]


캐나다와 인도간 갈등은 이제 비난전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실질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모디 인도 총리는 캐나다를 "테러리스트들의 피난처(safe haven for terrorists)"라고 맹비난했다.


일단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물적 증거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물적 증거는 대화 녹취 자료로, 인도 정부 관계자끼리의 대화이며 캐나다 주재 인도 대사관 소속 외교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료들은 캐나다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입수한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린담 바그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캐나다의 이같은 인도 정부 책임 주장에 "캐나다의 국제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며 "평판 문제와 평판 손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를 살펴볼 나라가 있다면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 조직범죄의 피난처로 명성을 얻고 있는 캐나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양국의 관계는 쉽게 복원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곤혹스러운 미국]


이러한 양국의 갈등 고조 속,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이 이달 개최된 G20 회의에서 모디 총리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갈등 고조 속 미국 백악관은 인도에 면죄부를 주는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암살 배후에 인도 정부요원이 있다는 캐나다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캐나다와 인도 간의 외교 마찰을 불러온 시크교도 암살 사건에 대해 국가를 초월한 탄압이라며 인도에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우리는 책임소재를 확인하고 싶다"며 "수사가 (순리대로) 진행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인도 친구들이 그 조사에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도-캐나다 갈등, 대중 포위전선에 영향?]


이런 상황에서 인도와 캐나다의 갈등이 인도와 미국의 갈등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캐나다가 사망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데 미 정보기관이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NYT는 “이러한 정보제공이 사실로 드러나면 인도가 반발할 것이며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가 꼭 필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단 미국은 트뤼도 총리의 발언 후, 인도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도 모디 총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줄타기 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미 정보기관의 개입 사실이 사실로 드러나면, 인도가 미국의 중국 견제 전선에 소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영국에 섭섭한 캐나다]


BB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세계 무대에서 고립된 한 주를 보내며 냉엄한 현실에 직면한 트뤼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4일 하원 연설에서 인도 정부의 자국민 암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이 시큰둥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BBC는 “트뤼도 총리의 발표 내용은 대단한 폭발력을 지닌 것임에도 동맹국들의 반응은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며 “적어도 캐나다가 기대한 완전한 지지에 크게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캐나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만 했다. 인도 정부를 비난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거나 하진 않았다. 호주 정부 역시 우려를 표명하는 선에 머물렀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영국 등 서구 선진국이 전적으로 캐나다의 편을 들지 않는 것에 대해 트뤼도 정권이 상당한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고 BBC가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BBC는 이와 관련해 “인도 인구가 캐나다의 35배에 달한다는 점, 인도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 중인 점” 등을 언급하며 “적어도 대중의 눈에는 캐나다가 인도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제정치에서 캐나다가 처한 환경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 캐나다 연구소의 사비에르 델가도는 BBC에 “미국, 영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인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을 세워왔다”며 “이제 와서 갑자기 이 전략을 내던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캐나다는 ‘힘’이 우선하는 국제 정세의 냉혹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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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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