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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한중관계 중요성 강조한 시진핑, 과연 한국 올까? - 부산 엑스포 지지, 방한 가능성 거론한 시진핑 - 한국이 미국과 중국간 대등한 외교해야 한다고 요구 - 한국이 대 중국 공급망 차단해서는 안된다는 시진핑
  • 기사등록 2023-09-25 05: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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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 지지, 방한 가능성 거론한 시진핑]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박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그동안 중국이 보여왔던 태도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한국 달래기에 나섰다. 심지어 부산 엑스포 지지 및 방한 가능성까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시진핑 주석이 한국과 중국의 공급망은 통합해야 한다”면서 “서울 방문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태도에 대해 SCMP는 “중국은 한미일동맹 강화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과의 관계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시진핑 주석의 발언 가운데 가장 주목할 점은 한국 방문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한 것이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4년 이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특히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이번 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으며, 만약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올해 말 4년 만의 3국 정상 회담이 열리게 되는데, 그때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방한 문제는 우리가 거론하기 전에 시 주석이 먼저 언급했다”며 “본인이 방한하실 차례인 걸 아셨다”고 전했다.


부산 엑스포와 관련해서도 한 총리가 부산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중국의 지지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발언 수준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 유치 경쟁국인 사우디와 중국은 최근들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사우디 대신 한국의 손을 들어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왜 갑자기 한국방문 카드를 꺼냈을까?]


사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측에 하고자 했던 핵심은, 한미일 3국 밀착에도 불구하고 한중간 협력 필요성과 함께 미국과 중국간 대등한 관계를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중한 관계는 양국과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하고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중한 관계는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가 빠르게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는 양국이 새로운 30년을 시작하는 해"라면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시대에 맞춰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일본과 함께 경제·안보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에 대한 선린우호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한국이 중한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중시한다”고 말한 뒤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진핑의 발언은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 이른바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하는 문제들에 대해 중국과 결을 달리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삼가 줄 것을 한국측에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중한 경제는 밀접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이 깊이 융합돼 양국이 상호 이익 협력을 심화해야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중국과 한국은 다자주의와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을 수호하고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국제질서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질 높은 발전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14억명 이상의 인구가 현대화에 진입했다”며 “거대한 시장을 더 개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나지만 시 주석은 지금 한국을 향해 그동안 한국이 해 왔던대로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식으로 미중간 중간 지점에서 외교를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한국과 중국의 공급망에 제약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에게 굴욕적인 외교를 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경제력에 얽매이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 역할론이라는 명제에 지나치게 함몰되다보니 외교적 스트레스가 상당했었다.


시진핑의 방한만 해도 그렇다. 원래 정상외교란 균형성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중에 두 번이나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주석은 한국을 오지 않았다. 이는 분명한 외교상의 결례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왜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을까? 물론 국내적 문제,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등의 이유를 대지만 사실 외교적으로 봤을 때 한국방문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한국을 이용해 미국과의 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거나, 한국측에 뭔가 부탁할 거리가 있을 때 적극 검토한다. 한국측이 알아서 슬슬 기게 되면, 중국측은 그럴수록 한국을 우습게 보고 굳이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또다른 측면도 있다. 지난 정권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그렇게도 고대했던 것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다리 놓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의 식량지원 계획이나 통큰 대북지원 계획을 수립해 놓고 시진핑 주석이 측면 지원을 해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진핑 주석의 중재로 한·중,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남북→한·중→한·미로 이어지는 비핵화 협상 모멘텀(추진력)을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한국 정부의 애절한 요구에도 왜 고개를 돌렸을까?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결코 ‘중재자’가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때는 그러한 능력도 있고 스스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북한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여건도, 능력도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몇 번 시도를 했지만 김정은은 시진핑 주석의 요구마저 단호하게 거절하고 제 갈길을 갔다. 대외적으로는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체면이 말도 안되게 깎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측의 요구가 무엇인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선뜻 한국측의 중재 요구를 받아들일 상황이 못되기 때문에 정상회담 자체를 미뤄왔던 것이다.


두 번째는 그야말로 본질적인 것인데, 북중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특별히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북중외교가 아닌 미국을 자극하는 북중외교라면 자칫 시진핑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을 감내해야만 한다.


중국은 북중관계를 지렛대 삼아 미국에 어퍼컷을 날릴 만큼 힘도 없고 여유도 없다. 어찌보면 북중관계보다 미중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던 것은 한국측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 작업에 중국이 사실상 도와줄 방법도 없고, 자칫 어설프게 북한을 건드렸다간 북중간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태도를 바꾼 이유?]


그렇다면 그렇게 방한 자체를 꺼려했던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는 태도를 바꿔 한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중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포위작전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 그리고 대만 문제에 대해 개입하기 시작한다면 우선 중국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이 미국과 손발을 맞추면서 중국과 디리스킹을 하고, 공급망 제한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중국 경제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중국의 경제 침체로 인한 한국 경제의 손실은 이미 바닥을 쳤다. 지금은 중국이 한국을 향한 무역 제재를 하고 싶어도 할 품목도 별로 없을 뿐더러, 이젠 중국이 오히려 바가지를 쓰도록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마저 중국에게 등을 돌리면 안 된다. 여기에 시진핑의 다급함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한국을 방문할 생각도 하게 되었다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중국과 필요없는 갈등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북중러 밀착 구도가 아니라 북러간 밀착을 하더라도 중국은 이들과 일정 부분의 거리를 두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어서다.


역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캠프데이비드 회담으로 통칭되는 한미일 결속에서 ‘극단적인 중국 제재’가 나타나지 않도록 한국을 관리할 필요가 분명 있다. 이런 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방한해 외교적 거리감을 해소하길 원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과의 관계도 그동안 후쿠시마 방출수 문제로 격한 언쟁을 주고 받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외교관계도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유엔 총회에서의 일반토의 연설에 이어 21일 한정 중국 국가 부주석의 연설에서도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맞서겠다는 뜻을 보이긴 했지만,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표 연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는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양국이 이 문제를 두고 외교무대에서 충돌을 거듭해온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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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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