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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국뽕’ 거부하는 中 MZ세대, 시진핑은 그들이 두렵다! - 中 ‘아이폰 금지령’에도 완판된 아이폰15 - 애국소비 열풍도 먹히지 않는 중국 청년들 - MZ세대가 두려운 시진핑, 그들은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다!
  • 기사등록 2023-09-23 0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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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이폰 금지령’에도 완판된 아이폰15]


중국 당국이 애플의 보안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실상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예약판매 시작 1분만에 아이폰15가 매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화웨이의 7nm칩 탑재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애국 소비 열풍을 조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일, “화웨이 부활을 외치는 중국 당국의 선동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폰15가 주문 판매 호조로 중국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의 출시와 당국의 아이폰 사용금지 조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일거에 불식시켰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애플이 아이폰15 선주문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애플의 중국 본토 공식 웹사이트는 높은 수요로 인해 다운될 정도였다. 알리바바의 티몰과 JD닷컴과 같은 이커머스 사이트의 애플 스토어에서도 사전 주문이 폭주했다.


7,999위안에서 13,999위안 사이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프로 및 프로 맥스 모델에는 ‘업계 최초의 3나노미터 칩’이라고 불리는 A17 Pro가 탑재되어 있으며, 티타늄 케이스를 도입하여 무게를 줄이고 보다 범용적인 C타입 충전 코드로 전환했다.


이에 비해 7나노 기술을 사용하는 중국산 칩으로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진 화웨이가 출시한 메이트60 프로의 가격은 6,999위안이다. 가격대만 보면 화웨이가 훨씬 경쟁력이 있음에도 중국의 젊은이들이 아이폰을 더 찾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폰 열풍, 애국 소비 열풍 점재웠다!]


중국에서 부는 아이폰 열풍은 중국 공산당에게도 엄청난 의미를 던져준다.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화웨이 7nm칩 스마트폰의 출시를 아이폰15보다 2주 가까이 더 빨리 출시했으며, 여기에 중국 반도체 굴기 성공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까지 입혀서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아이폰15가 화웨이의 열풍을 가볍게 누르면서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충격이다.


판매량도 상상외로 많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은 “아이폰15 사전 주문량이 전작인 아이폰14보다 10~12% 더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9%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아이폰의 중국 매출은 4000억 위안, 판매 대수는 5432만대에 달해 2019년(2855억위안, 3280만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런데 아이폰 15 출시 이후의 점유율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중국 당국의 아이폰 판매 방해공작도 실패했고, 또한 소위 ‘국뽕’을 활용한 애국소비 열풍도 예상만큼 불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던져준다.


눈여겨볼 것은,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5에 대한 중국 젊은이들의 관심도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자신문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베이징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전 1시 시작된 아이폰15 공개를 뜬눈으로 기다리며 열의(eagerness)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 기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애플 신제품 발표회'라는 해시태그(#)는 6억5천만회, '아이폰15 시리즈 가격'은 3억2천만회의 조회수를 각각 기록하면서 검색어 최상위권에 올랐다. '신제품 발표회' 조회수는 시간당 수천만회씩 올라가고 있었다.


다만 글로벌타임스는 "신제품 발표회 전체를 모두 시청하고 두 시간만 잔 뒤 출근할 예정"이라며 관심을 보인 한 네티즌의 언급 등을 소개하면서도 중국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세와 지난달 말 발표된 '국산' 화웨이 스마트폰 때문에 애플의 새 아이폰 시리즈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사실 중국 당국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환구시보는 아예 노골적으로 아이폰15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 대신 화웨이의 신제품 '메이트60 프로'와 아이폰15의 대결 구도를 강조하는 데 한층 주력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지난 10년 동안 애플의 혁신 역량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며 아이폰이 그간 미국 정부의 비(非)시장적 보호주의와 화웨이 신제품의 부재 속에 미국과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여온 것이라는 팡싱둥 중국 저장대학 교수의 기고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환구시보의 이러한 선동은 결국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애국소비 열풍도 먹히지 않는 중국 청년들]


그렇다면 아이폰15의 열풍이 중국 공산당에게는 어떤 의미를 던져주었을까? 가장 먼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통용되던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이 중국의 MZ세대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심지어 국가안보를 내세워 화웨이 사용을 권장했음에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이다.


사실 중국 공산당을 유지하는 가장 큰 무기 중의 하나가 선전선동이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언론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고 심지어 SNS를 비롯한 모든 매체들까지도 철저하게 감시하면서 당국이 원하는 내용들만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청년세대, 곧 MZ세대가 중국 공산당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핵심 지지층이었으며, 중국 공산당의 중추를 이루었던 청년세대가 시진핑과 공산당으로부터 환멸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국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개인이다. 특히 지난 ‘제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중국의 젊은이들은 국가가 더 이상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특히 그렇게 신뢰했던 중국 공산당마저도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해줄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절실히 인식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닥친 가장 큰 현실적 문제는 먹고사는 일이다. 중국 청년들은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공산주의 사상을 학습하면서 살아왔고, 또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정치와 경제 모든 면에서 세계 제1의 국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교육받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영국의 BBC는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중국의 젊은 세대가 사회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과거에는 학위가 매우 중요했지만, 지금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청년들의 절망감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제일 먼저 현실의 벽을 느끼는 것이 일자리다. 중국 당국의 발표로는 공식적으로 20% 초반대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일주일에 한 시간 일하는 이들을 실업자에 포함한다면 무려 45% 이상의 젊은이들이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더욱 이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은 그들이 처절한 대학입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했고, 그렇게 공부했기에 사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젠 그러한 꿈 자체를 완전히 포기해야 할 상황이어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시진핑 주석은 청년들의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했다. 직업이 없는 청년들은 농촌으로 내려가서 일을 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취업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대졸자들에게 시진핑은 문혁 당시 유행한 산으로 올라가고 시골로 내려가는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을 권한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의 이러한 권면은 마오쩌둥의 상산하향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968년 당시 마오쩌둥은 문혁의 광풍으로 경제가 망가져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10년간 1700만 지식청년을 농촌으로 보낸 바 있었다. 그때 마오쩌둥은 “지식청년은 농촌으로 내려가 빈농에게 배우라”고 했었다.


그러한 상산하향 운동이 50여년이 훌쩍 지난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청년들의 하방(下放)운동, 곧 상산하향을 선동했다. 1076만 명의 대학 졸업생을 제때 취직시킬 수 없게 되자 나온 묘안이었다.


[MZ세대가 두려운 시진핑]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서 하방운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최대 지지층이었던 청년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중국 사회에서 매우 낯선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젊은 계층, 곧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시진핑과 공산당의 핵심 지지층이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20대 초반 연령대로 ‘링링허우(零零後)’로 불리는 이들 세대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로 철저히 무장돼 있는 이른바 국뽕 세대다. 지난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중국 공산당은 철저한 국가주의 교육을 실시해 왔으며, 이로인해 강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로 응집된 열혈 공산당 지지층을 만들어냈다. 이들과 함께 1990년대 이후 태어난 30대 ‘주링허우(九零後)’까지 학창 시절 경제 성장 혜택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공산당 전사가 되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무장된 이들에게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 성장까지 이루면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환상까지 심어주자 이들의 국뽕은 철저한 시진핑 숭배자들로 변모해 갔다. 이들에게 시진핑은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중국몽(中國夢)’ 같은 말을 심어주면서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닥친 학교밖 현실은 그동안 꿈꿔왔던 세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잘나가던 중국 경제가 고꾸라지면서 자신들의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는 나라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이들 젊은 세대들은 차가운 현실에 눈을 뜨면서 시진핑과 공산당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사실 청년세대들이 시진핑과 공산당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은, 중국 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문제는 이들을 다시 중국 공산당 편으로 끌어들일 묘안이 없다는 데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일단 경제를 활성화시켜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도 슬슬 이들 MZ세대의 움직임이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공산당식 세뇌공작으로는 이들을 장악할 수가 없어서다. 오히려 시진핑 정권에 대해 불만과 분노만 이들에게서 쌓여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러한 청년들의 좌절이 어떻게 폭발할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만 중앙통신사는 홍콩 힌리치재단 앨릭스 카프리의 견해를 인용해 “지난해 11월 백지 시위의 의미는 중국 도시에서 분출된 분노”라며 “잘 교육받은 청년층이 들고 일어난다면 공산당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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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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