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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국채 투매하는 中, 14년만에 최소치 - 중국의 美국채 보유량 지속적으로 감소 - '달러 무기화'에 대한 중국의 위기감 증폭이 원인 - 중국의 달러 투매는 사실상 불가능
  • 기사등록 2023-09-22 04:56:05
  • 수정 2023-09-22 0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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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美국채 보유량 지속적으로 감소]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보유량이 계속 줄어들면서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한때 미 국채 세계 최대 보유국이었으나, 꾸준히 보유 규모를 줄여온 결과 2019년 6월 이후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올해 7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6월보다 136억달러(약 18조원)가량 줄어든 8천218억달러(약 1천92조원)를 기록했다”면서 “이로써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09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 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00년부터 차츰 늘어 2014년 정점을 찍은 뒤 작년 4월 1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장기적 추세를 보면, 2022년 7월 3억2천만달러, 올해 3월 203억달러를 늘린 것 빼고는 감소세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4월 8천689억달러(약 1천155조원)에서 5월 8천467억달러(약 1천126조원), 6월 8천354억달러(약 1천110조원)로 7월까지 4개월 내리 감소하면서 중국이 작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매각한 미 국채 총액은 1천914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한다.


반면 2019년부터 중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미 국채 보유국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본은 작년 3월 이후 1천165억달러(약 155조원)의 보유량을 줄인 상태지만, 올해 초부터는 국채 보유량을 다시 늘리고 있다.


[중국은 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였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미국의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미중 관계 악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꼽힌다. 이에 대해 SCMP는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3천억달러 상당의 러시아 해외 자산을 동결하자 '달러 무기화'에 대한 중국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위융딩은 지난달 발표한 글에서 “중국 보유 자산의 안보가 갈수록 지정학적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 미중 갈등 상황이 미국의 국채를 줄이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중국 중신증권(CITI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밍밍도 “미국은 적으로 간주되는 국가에 재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오히려 중국이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중국의 대만 공격 등의 비상상황시 미국의 대 중국 제재 가능성을 의식해 사전에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 외에 중국의 심각한 경제상황이 미국 국채를 투매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국내 경제 회복 둔화와 위안화 약세 때문에 중국 당국이 미 국채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국채를 판 돈으로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확보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은 정상적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투매하는 이유를 알려면 역으로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마구 사들였을 때의 이유를 살펴보면 역으로 추정하기 쉬워진다.


① 미 국채가 최고의 안전자산이기 때문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사들인 첫 번째 이유는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다. 물론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외환 당국 입장에서는 언제든 시장에서 팔아 현금화를 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이라는 장점 때문에 미 국채를 사들였던 것이다.


② 미국에서 중국 제품 구매 증진 위한 투자 성격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 제품을 사줘야 중국 경제가 잘 굴러간다. 다시말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임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베스토피디아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는 것은 사실상 미국이 중국 제품을 계속 구매하도록 대출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렇게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게 되면 중국의 제품 수출도 늘어나게 된다. 이런 역학 관계 때문에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③ 막대한 대중무역 적자의 방패막이 역할


세 번째, 중국은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불만도 바로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다.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매달 250억~350억 달러에 이른다. 과거 트럼프 정부 당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것도 바로 엄청난 대중 무역 적자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미국에 우호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래서 통상 미중관계가 좋을 때는 미 국채 보유가 늘고, 관계가 악화되면 줄었다.


④ 대미 압박 수단으로 생각했던 미국 국채


네 번째, 사실 중국은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를 보유함으로써 미국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 미국의 국채를 대량으로 내다팔면 달러 가치가 추락하면서 미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지난 2020년 12월, 미국이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SMIC를 포함한 중국 기업 80여 곳을 거래 제재할 계획을 밝히며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자, 중국이 대미 보복을 다짐하면서 중국이 보유한 국채매각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선 바 있다.


실제로 시쥔양 상하이 재경대학 교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중국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미 국채 보유를 점진적으로 8000억 달러(약 951조원) 수준으로 낮출 것이다. 군사적 충돌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는 전량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미국 국채를 투매하다시피 내다 팔아 미국 경제 자체를 완전히 흔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중국식 협박’을 한 것이다.


중국내의 이러한 논의에 대해 미국은 한마디로 코웃음을 쳤다. 당시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외환보유고에서 크라운 주얼(가장 가치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잃을 것이다. 마치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중국 정부를 파산시킬 것”이라고 했다.


노스캐롤라니아대 경제학 교수를 지낸 칼 W. 스미스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오히려 미국이 이익을 볼 것”이라면서 “오히려 중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베스토피디아도 이와 관련해 “중국이 단기간에 많은 양의 미 채권을 팔아도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최악엔 달러를 찍어내 대금을 상환할 수 있다”며 “오히려 중국이 손에 쥘 자산 가치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볼 때,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대미 보복 수단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중국도 미 국채 투매를 통한 미국 보복 방안을 접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채권을 팔아치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깊은 연관이 있다. 중국은 해외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2조 달러 정도 된다. 미 국채 보유액수가 1조 달러 가량 되니 순자산의 절반을 미국 국채로 보유하는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미국 국채의 보유 비율이 너무 높다보니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진영의 제재 효과를 분명히 목도했다. 만약 중국이 서방진영으로부터 그러한 제재를 받았다면 중국은 러시아가 받는 피해 몇 수십배 이상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 규모도 다르고,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비율도 완전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내에서는 미국이 금융을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계속 경고해 왔다. 유명 경제학자인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도 지난해 5월 칭화대 주최 포럼에서 “미중 간에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의 해외자산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외환 보유액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만약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게 된다면 당장 국제사회가 대중 제재에 나서게 될 것이고, 그때 제재의 가장 우선순위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의 동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급격하게 줄이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교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한한 최소로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면서 그 여윳돈으로 러시아 원유 확보와 해외 광산 매입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중국의 도발을 억지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으로 자칫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중국 경제 전체가 몰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고민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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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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