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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경제 ‘산 넘어 산’,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 지방정부들을 뒤흔든 비구이위안, 위기의 차원이 다르다! - 비구이위안 디폴트 당하면 지방정부들 우수수 무너질 것
  • 기사등록 2023-09-20 0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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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중국 경제의 현실을 가리켜 지적한 말이다. 그동안 중국 당국이 무너진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려 무진 노력을 해 왔지만,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에 주는 충격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이날 “중국의 거대한 주택 산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면서 “2년 전, 부채에 시달리던 개발업체 헝다그룹(Ever Grande Group)이 파산하면서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개발업체의 채무 불이행과 사업 손실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는데, 이 업계의 문제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Country Garden)까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만한 경영으로 몰락한 헝다와는 달리, 비구이위안의 문제는 투자자와 주택 구매자들이 부동산 업계에서 이탈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회사의 재정난은 2021년 헝다의 채무 불이행보다 경제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비구이위안은 호황기에는 중국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시골 도시와 산업 단지에 막대한 사업 영향을 집중했다. 이러한 지역은 현재 정부 재정 압박과 주민 이탈 가속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형 개발업체의 실패로 인한 여파를 흡수할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올해 초 코로나 사태 이후 단기적인 반등 이후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주택 산업의 문제가 소비자 신뢰에 또 다른 큰 타격을 주고 이미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더 길어지게 만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및 관련 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는 “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특히 중소도시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수년간의 과잉 건설로 인해 주택 공급 과잉이 발생했으며 부동산 시장에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재산이 붕괴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인구가 패닉 모드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로고프의 지적대로 6월 30일 현재 비구이위안은 수백만 채의 주택을 아우르는 3,000개 이상의 부동산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 판매했지만 인도하지 않은 주택, 공급 업체에 빚진 돈, 은행 부채 및 채권을 포함하여 1,860억 달러(약 247조원)에 해당하는 부채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부채의 대부분은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비구이위안은 올 상반기에만 일부 부동산 개발 및 기타 자산의 가치를 상각한 후 70억 달러(약 9조 2960억원)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비구이위안은 밀려오는 채권 상환때마다 근근히 만기 연장의 방식으로 고비를 넘기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4억9천200만 위안(약 895억 원) 규모 위안화 채권에 대한 만기를 3년 연장받았다. 채권단이 만기연장 투표를 세 차례나 하면서 겨우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로써 비구이위안이 상환기간 연장을 요청한 총 108억 위안(약 2조원) 규모 채권 8종이 모두 연장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이렇게 채권 연장 승인을 통해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비구이위안의 회생 가능성일 것이다. 이를 알아보는 첩경은 현재의 영업 상황이다.


비구이위안의 8월 신규 주택 판매 계약액은 전년 동월 대비 70% 감소한 11억 달러에 그쳤다. 분석가들은 매출이 반등하지 않으면, 비구이위안이 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매출이 반등할 기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달러채권 가격이다. 6월까지만 해도 비구이위안의 일부 달러채권 가격은 80센트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10센트 아래로 급락했다. 또한 비구이위안 주가는 올해 들어 60%가량 하락했을 정도로 투자자들은 비구이위안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방정부들을 뒤흔든 비구이위안]


비구이위안은 2000년대 중반까지 전국에 걸쳐 타운하우스, 아파트, 주상복합 개발 등 주거용 프로젝트를 건설했다. 또한 호텔을 소유하고 운영하기도 했다.


비구이위안은 주로 소도시들을 중심으로 수년에 걸쳐 확장해 왔다. 비구이위안은 중국의 600여 개 도시를 국내총생산, 인구 규모 및 밀도, 기타 요인에 따라 계층으로 분류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과 같이 가장 부유한 도시가 첫 번째 계층에 속하고, 다섯 번째 계층에 속하는 도시는 가장 가난한 도시로 간주된다.


그런데 비구이위안은 2015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하위 계층 도시 재개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 주민들에게 새 집이나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더 크고 비싼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시골 지역의 아파트를 마케팅하고 판매했다.


이를 통해 2016년에 비구이위안의 계약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5년뒤인 2021년까지 5,000억 위안(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690억 달러 이상, 91조 563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비구이위안은 지난 10년 동안 주택을 짓기 위해 3,000개 이상의 토지를 매입했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Wind에서 이 개발업체의 토지 판매 기록을 분석한 결과, 중국 3선 도시의 모든 구획, 4선 도시의 86%, 5선 도시의 44%가 여기에 포함되었다. 이에 비해 헝다는 중국 4선 도시의 약 3분의 1, 5선 도시의 12%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비구이위안의 규모를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비구이위안은 투자자들에게 하위 계층 도시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부유한 도시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높은 투자 수익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 34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중국 남부 광둥성의 4차 산업 도시인 샤오관에서는 지난해 전국 100대 프로젝트에 포함된 4개의 대형 주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장 큰 프로젝트는 수천 세대의 아파트, 호텔, 유치원, 병원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대규모로, 그것도 중국의 사실상 거의 대부분 지역에 부동산 개발을 했던 비구이위안이 흔들리자 당장 토지판매로 상당한 수익을 얻었던 지방정부들이 거래 급감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일부 취약한 지방과 도시는 과중한 부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가난한 도시에서 사람들의 소득은 더 낮고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비구이위안이 제공하는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유지해 왔는데 이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특히 주택 판매와 가격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부유한 도시보다 지방의 취약한 지역에서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던져준다.


이와 관련해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들은 9월에 발표한 메모에서 “비구이위안은 중국의 대중 주택 및 도시화 스토리의 대명사였다”며 “헝다그룹만큼 부채가 많지 않았고 주택 경기 침체에서도 살아남을 것으로 널리 기대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견실하고 탄탄한 회사였는데 비구이위안마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시장에 남아 있던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소시에테 제네랄의 중국 경제학자 미셸 램은 “중국 가계는 더 이상 주택을 안전한 투자처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구이위안마저 무너져버린 현실에서 더 이상 믿을 것이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2022년 헝다그룹의 채무 불이행은 주택 시장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3대 민영 개발업체 중 하나인 수낙 차이나를 포함한 수십 개의 다른 개발업체를 무너뜨렸다. 부동산 시장에 신뢰의 위기가 그때부터 퍼지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비구이위안만큼은 미국 달러 채권을 판매할 수 있는 소수의 부동산 회사 중 하나였기 때문에 재무 상태가 튼튼하다고 말하며 경기 침체를 얼마든지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중국 정부도 비구이위안과 몇몇 민간 개발업체가 자금을 확보하고 국내 채권 판매를 중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힘을 실어주었다. 그랬음에도 결국 중국 경제가 추락하면서 비구이위안마저도 심각한 부실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위기의 차원이 다른 비구이위안]


현재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비구이위안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디폴트의 단계로 들어섰을 때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받게 될 충격이다. 헝다그룹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인 비구이위안이 그동안 지방정부들의 재정을 상당부분 지탱해주는 원천이었기에 더욱 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비구이위안의 디폴트는 단순하게 부동산 회사의 디폴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들의 대혼돈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중국 경제를 뒤흔드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어쩌면 중국 정부도 비구이위안이 디폴트를 맞지 않도록 채권단에게 압력을 넣어 계속 연장에 또 연장을 하도록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다행히 그러한 연장에 또 연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다시 활성화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비구이위안도 다시 살아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그러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데 중국 경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래서 진짜 위기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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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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