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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김정은 밀착에 고민 깊은 시진핑 - 북러와 동행이냐, 거리두기냐 갈림길에 선 중국 - 신중한 중국, 일단은 북러와 거리두기 - 결국 중국은 북러 편에 깊이 서지는 못할 것
  • 기사등록 2023-09-18 12: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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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정상회담, 고민 깊어지는 중국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과 북한 김정은의 정상회담과 밀착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깊은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박수를 쳐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리를 둘 수도 없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양국 관계를 급격히 진전시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긴밀한 관계는 양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서방과의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자신의 최대 라이벌인 미국의 힘에 도전하기 위해 러시아와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선언하고, 동시에 북한에 대해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반서방 국가 두 곳과 손을 잡아 왔었다. 그러나 “푸틴과 김정은간의 싹트는 '브로맨스'(남녀 연애를 방불케 하는 남자들의 우정)는 시 주석이 환영할 전개가 아니라 무서운 일”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이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둘 다 중국에 덜 의존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북한의 핵 프로그램 억제에 대한 글로벌 협상에서 중국이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학)는 “중국 국경 건너편에서 펼쳐지고 있는 김정은과 푸틴의 야합에 시 주석이 크게 기뻐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러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삼각관계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강국인 중국을 벗어나 더 많은 자율성과 영향력을 모색할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를 얻을 수 있고, 반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원조나 기술 지원을 받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다. 델러리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 모든 활동은 중국의 문앞에서 이루어지지만 중국의 통제나 영향력 밖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와 동행이냐, 거리두기냐 갈림길에 선 중국]


중국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상의 글로벌 왕따 국가인 러시아와 북한과 중국이 함께 손을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체 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데 전략적으로 공을 들여 왔다. 러시아의 우방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러시아에 무기 지원 같은 적극적 협력을 피하면서 오히려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만들려는 시도까지 해 왔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한 당사국 평화회담을 열고, 각국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등 12개 조항으로 이뤄진 평화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사우디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주도로 열린 우크라이나전 종식 국제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이 그러한 평화적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포기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어 '가재는 게편'이라는 싸늘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 관련해서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북한 핵 및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우기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서방은 중국이 대북제재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또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어 역시 서방측의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외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제3세계 국가들에 우호적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중남미 베네수엘라에 이어 아프리카 잠비아,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등 각국 정상들을 잇달아 초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도 중시하고 있다. 비록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통제에 반발하면서도 미국과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제 속에서 중국의 이익을 확보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이에 걸맞는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고, 또 글로벌 국가들에게 평화를 중시하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소프트파워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왕따'인 북한, 새로 그 길을 가는 러시아와 한패로 묶이는 게 달갑지 않은 셈이다. 사실 북러정상회담 직후 모스크바에서 열리게 되는 중러외교장관 회담에서 분명히 러시아의 대 북한 군사협력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을 앞세워 미국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알 기술의 전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지원으로 핵과 미사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한반도에서의 안보 지형은 급변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바로 중국의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도 중국과 북한을 두고 분명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물론 러시아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중국이 반대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해 첨단기술 이전을 결정하게 된다면, 중국과 러시아간의 브로맨스도 깨질 수 있어서다. 그렇게,되면 러시아의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러시아는 중국이 양해하는 수준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에게 있어서 북한보다 더 중요한 파트너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의 샤오 빈 연구원은 “북러간 정치·경제 협력이 중국에 과도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군사협력에 핵무기나 핵무기 운송 수단이 포함된다면, 동북아 불확실성을 높이고 중국의 주변 안정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신중한 중국, 일단은 북러와 거리두기]


일단 중국은 북러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按排)”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우호적인 이웃으로 현재 양국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 양국은 최고지도자들이 달성한 공동 인식을 이행하며 영역별로 교류·협력을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직 중국이 러시아와의 의견 조율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9월 셋째주 중에 진행될 중러외교장관 회담이 주목받는 것은, 바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이 어느 수준에서 이행될지 결정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중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북한에 대한 기술지원을 결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러시아는 중국에 대해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엔진 기술 지원을 끝내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전투기 판매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이 엔진을 카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랬던 러시아가 핵과 미사일 관련 첨단 기술을 북한에 지원해 준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북한이 중국을 능가하는 기술을 획득하는 것 자체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기술 이전의 한계를 분명히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러시아 역시 중국에 뭔가의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첨단 기술 이전 카드는 중국과 모종의 거래를 딜하려는 러시아의 카드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북러 편에 깊이 서지는 못할 것]


그렇다면 중국은 한미일 3국 결속에 대응하기 위해 북러와 함께 북중러 3국 결속을 다질 가능성이 있을까? 일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미국, 한국, 일본의 역내 3국 협력에 대응하기 위해 북중러 3국이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낸 폴 헨레(Paul Haenle)는 “중국이 서방에 반대하는 3개국의 축을 공고히 하는 외형적 모습은 중국의 이익만 훼손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블록 정치'에 대한 중국 자체의 비판과 모순되며,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에 대한 더 강력한 제한을 요구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딜레마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중국이 반대하는 인상을 풍기는 것 자체가 중국과 북한간의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서방진영에 대한 중요한 무기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론 카드를 포기한 것이어서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러시아가 지원하는 것도 묵과할 수가 없다. 이는 당장 중국에게도 위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딜레마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브로맨스를 즐긴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에게는 큰 도전이자 위험한 숙제를 안겼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시진핑의 고민은 매우 매우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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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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