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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EU-中 대충돌, 양측 생존을 건 무역전쟁 위기 - EU,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착수 - 반발하는 중국, EU 노린 보복카드 '만지작' - “중국으로부터 벗어나자!”, EU 핵심원자재법 논의
  • 기사등록 2023-09-17 05: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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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착수]


유럽연합(EU)이 중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전기차에 대해 대대적인 보조금 조사에 착수하면서 EU와 중국간에 무역전쟁 조짐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가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전기차 가격을 낮게 유지함에 따라, 유럽 자동차 제조사가 불공정 경쟁에 직면했다고 항의하면서 터져 나온 조치라 EU와 중국간 생사를 건 대충돌이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이날 유럽의회 정책연설에서 “세계 시장은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로 넘쳐나고 있다”면서 “막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중국 전기차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조정됐고, 이는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조사하는 이유를 밝혔다.


폰 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어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이 유럽 태양광업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잊지 않았다”며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 경영 컨설팅 기업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 정부가 2016∼2022년 신에너지차(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에 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570억 달러(약 75조5500억 원)를 투입했다고 추정했다.


이번 EU의 조사 대상에는 중국산 전기차는 물론 테슬라(미국), 르노(프랑스), BMW(독일) 등 유럽 전기차도 포함됐다. 집행위는 구체적인 조사 방식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재 EU가 역외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 1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율(27.5%)로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 조사가 최소 9~1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이번 EU의 조치가 업계의 불만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니라 EU 집행위 자체의 문제 제기란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이번 일로 인해 비야디(BYD)의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2.75% 떨어졌고, 니오와 샤오펑은 뉴욕 증시에서 2%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조치가 중국 전기차의 빠른 성장세에 대한 유럽 자동차 제조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고 밝혔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EU의 자동차 산업은 1300만여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유럽 경제의 7%를 떠받치는 중요한 산업이다. 이렇게 중요한 산업이 중국산 전기차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번 조사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EU 무역담당 집행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가 3년 만에 유럽 시장 점유율을 8%로 끌어올렸고, 2년 안에 1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유럽 9개국에 전기차 약 35만 대를 수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량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 5년 동안 EU의 중국 자동차 수입은 4배 증가했다.


[반발하는 중국, EU 노린 보복카드 '만지작']


EU가 중국 전기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중국 상무부는 14일, “국가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며 진행하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조사가 경제 및 무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EU가 하려는 조사는 ‘공정 경쟁’을 명목으로 자기 산업을 보호하려는 적나라한 보호주의 행위로, 고도의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한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자동차업계 단체인 전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추이둥수 비서장도 성명을 통해 “중국 신에너지 차량의 강력한 수출은 대규모 국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산업 체인이 고도의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EU는 중국 전기차산업의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일방적인 경제·무역 수단을 쓰기보다 중국 전기차산업의 발전에 객관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의 보복 여부다. 사실 중국이 EU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상응 조치는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국 경제가 그만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EU 제조업체들이 원자재와 1차 부품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독일 완성차업체의 주요 소비 시장이 중국이라는 점도 EU엔 부담이다.


과거 중국은 2013년 EU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자 유럽산 와인과 자동차 부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맞대응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컨설팅업체 플린트글로벌의 샘 로우 파트너는 이번 EU의 반보조금 조사를 두고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며 “중국의 보복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EU 역시 더 이상 중국 전기차의 시장 장악을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전기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에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5년간 EU의 중국 자동차 수입량은 네 배가량 증가했다. EU는 지금의 가격 정책이 유지될 경우 역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작년 8%에서 2025년께 1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마커스 버렛 이사는 “유럽은 미국으로부터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중국 완성차업체의 장애물을 더 크게 만들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며 “이런 압박이 EU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으로부터 벗어나자!”, EU 핵심원자재법 논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EU는 반도체, 배터리용 광물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핵심원자재법(CRMA) 최종안 마련에 착수했다.


유럽의회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CRMA 협상안이 가결돼 EU 입법 절차상 최종 관문인 3자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자 협상은 행정부 격인 집행위와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 의회가 입법안 세부 내용을 조율·확정하게 된다. 3자 협상이 타결되면, 이후 형식적 승인 절차를 거쳐 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EU는 12월까지 3자 협상을 마무리하고 CRMA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CRMA가 갖는 큰 의미는 사실상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법이라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희토류의 경우 EU가 수입하는 물량의 99%가 중국산이다. 이러한 중국 의존 상태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지속적으로 중국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EU가 탈중국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CRMA는 2030년까지 제3국산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원이 풍부한 유사 입장국(like-minded partners)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공급선 다변화도 추진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CRMA에 따라 '특별관리' 대상이 될 전략원자재 목록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전략원자재로 분류되면 역내 생산역량 확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대책을 비롯해 회원국 간 전략적 비축 및 공동구매와 관련한 규정 적용을 받게 된다.


[EU 고위급 인사 9월중 잇달아 방중, 무슨 논의할까?]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 고위급 인사들이 9월중 잇달아 중국을 방문한다. 베라 요우로바 EU 디지털 담당 부집행위원장은 'EU-중국 고위급 디지털 대화'를 계기로 장궈칭 중국 부총리와 회동하기 위해 오는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가 14일 전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통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도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통상·경제 분야 관련 논의를 위해 셋째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방중은 모두 하반기로 예정된 EU-중국 정상회담 사전 준비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EU고위급들의 잇단 방중이 눈길을 끄는 것은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방침을 밝힌 후 어떻게 의견이 조율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한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거나 거칠게 진행된다면 EU고위급들의 잇다른 방중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앞서 7월로 예정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베이징 방문 계획도 중국 측의 일방적 취소 통보로 무산된 바 있다.


[중국이 긴장하는 진짜 이유?]


그런데 전기차와 관련된 EU의 조사 착수를 중국 당국이 불안하게 쳐다보는 이유는 이러한 EU의 제재 조치가 이제 시작이고,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사실 최근들어 우크라전쟁 등의 영향으로 유럽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더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더 이상 중국에 함몰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EU가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전기차에 대한 조사는 이러한 탈중국 흐름의 본격화 예고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초장에 전기차 공세부터 틀어막아 EU의 탈중국 움직임을 견제하겠다는 것이고, 반면 EU는 더 이상 중국 경제에 예속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중국 경제에 지나치게 예속화되어 있던 독일 경제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EU는 각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EU와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미래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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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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