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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왕이 부장 실종설까지, 요동치는 중국 - 왕이 中외교부장, 신상이상설 확산 - 관건은 모스크바에서 열릴 중러외교장관 회담 - 중국의 외교적 혼선은 불가피할 듯
  • 기사등록 2023-09-16 04: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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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中외교부장, 신상이상설 확산]


중국 권부가 요동치고 있다.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 리위차오(李玉超) 전 로켓군 사령관, 리샹푸(李尚福) 현 국방부장의 연이은 실종과 낙마설에 이어, 오랫동안 중국의 외교를 사실상 책임져 온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마저도 돌연 실종설이 나돌면서 자취를 감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대만의 나우뉴스는 14일(현지시간) “왕이 외교부장은 G20 정상회의에 리창 중국 총리와 동행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불참했고, 현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한정 중국 부총리가 대신 참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그가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의 왕이 부장의 역할론은 회의 시작전부터 시진핑 주석은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인도의 모디 총리 등에 의해 저지되면서 분노의 표시로 첫날 포럼에 돌연 불참한 바 있는데, 그러면서 체면을 구긴 일이 있었다,


또한 회의의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8월 23일 비공개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통역으로 추정되는 수행원이 현지 보안요원에 의해 제지받아 행사장을 출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진핑 홀로 덩그라니 입장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는 등의 수치스러운 사태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왕이 실종설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미 상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전직 중국 외교관이자 민주화운동가 한롄차오(韓連潮)가 13일 X(옛 트위터)에 ‘왕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오랜 친구로부터 왕 부장이 자택에서 자숙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면서 “최근 G20 정상회의 등에서 리창(李强) 총리를 수행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9일부터 열리는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 불참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한롄차오는 또한 몇 년 전 은퇴한 리자오싱(李肇星) 전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복귀한 사실을 언급하며 “외교부 내에서 시 주석의 신임을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트위터로 불렸던 X에는 2007년 정계에서 물러난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이 7일 열린 중국-호주 고위급회담을 이끌며 등장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친강 외교부장의 돌연 실종을 메꾸기 위해 왕이 부장이 컴백하더니, 이젠 왕이 부장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 과거 인사들이 재등판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만의 나우뉴스는 이와 관련해 “왕이 부장의 실종과 관련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중국 공산당이 워낙 투명하지 않은 정치를 하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알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의 의전 실패가 왕이의 재퇴진을 가져온 이유라고 추정할 수는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왕이가 정치적 명예까지 실추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의 공식 사이트에서는 지난 7일 왕이 부장과 호주 고위급 대표단과의 회담 관련 소식 이후 후속 동정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관건은 모스크바에서 열릴 중러외교장관 회담]


왕이 외교부장이 실제로 실종되어 숙청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일단 이런 설이 대두된다는 것 자체로서 왕이 부장의 명예와 권위는 상당히 실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왕이의 현 상황을 확인하는 관건은 푸틴과 김정은간의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모스크바에서 열기로 한 중러 외교장관회담에 왕이 부장이 나타나는지가 왕이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러 외교장관회담이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중국의 포지셔닝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회담이라는 점에서, 만약 왕이 부장이 모스크바로 가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왕이 부장의 실종은 확실하게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것이다.


[리상푸 국방부장도 실종 확인]


왕이 외교부장의 실종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 포럼에서 공식 인사말을 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종적을 감춘 리상푸(李尚福) 국방부장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베이징 모처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달 12일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고위 간부들은 형식주의나 관료주의를 배격하고 겸손하고 신중한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중국군에서 입찰 비리 등이 여러 건 적발돼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 중인데 리 부장도 조사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리 부장은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중국이 철회를 주장하며 미중 간 마찰까지 빚게 했던 인물이지만 내부 칼날이 더 무서운 셈이다.


앞서 친강 전 외교부장도 장기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후 경질됐었으며, 리 전 사령관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올 7월 각각 면직, 교체됐다. 상당 기간 명확한 이유 없이 잠적한 중국 고위직은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전긍긍하는 중국의 고위층들]


그동안 사실상 철저하게 직위를 보장받았던 부장(장관)급 이상의 중국 당정 최고위층들마저도 연이어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국 고위관료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중국의 관료사회 자체가 부패로 점철되어 있는 집단이다보니 어느 누구라도 걸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었던 친강 전 외교부장마저 돌연 실각되는 것을 보면서, 중국 고위층들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7월 말까지 낙마한 부패 호랑이(당정의 부장급)만 30명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벌써 지난해 자리에서 물러난 32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인민해방군 군사법원 주석 청둥팡(Cheng Dongfang)이 취임 8개월 만에 직위에서 해임됐다. 또한 지난 달 24일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이자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인 마샤오웨이가 북경연합의과대학병원 고위병동에서 이송됐다는 소식이 돌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개년 역동적 제로청산 정책 집행자인 마샤오웨이는 올해 3월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외부에서는 시진핑이 최근 의료 시스템에 대해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믿고 있다. 부패 청산의 불이 그에게 번진 것이다. 이 상태라면 올해 낙마하는 호랑이는 50명을 가볍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왕이 부장까지 실종 후 낙마로 이어진다면 중국 사회가 받는 충격은 실로 엄중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고위급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관료 사회 자체를 얼어붙게 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체육계와 의료계, 연예계 등 그동안 사정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던 분야의 인사들까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베이징의 천구이룽(陳貴龍) 변호사가 "썩은 곳은 확실하게 도려내야 한다. 이제는 그 어디에도 안전지대가 없다"면서 향후 사정 태풍이 더욱 거세게 전방위적으로 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는데, 이를 보면 중국 최고위층들이 벌벌 떠는 것 역시 당연한 듯하다.


[중국의 외교적 혼선은 불가피할 듯]


친강 외교부장에 이어 왕이 부장까지 실종된 것이 사실이라면, 진짜 문제는 중국 외교에 엄청난 혼돈과 함께 외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북러정상회의 이후 중국이 러시아와 외교적 조율을 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특히 푸틴과 김정은간에 북한의 무기 제공과 아울러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과 핵잠수함 등의 미국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기밀들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이 과연 러시아에 대해 어떠한 외교적 스탠스를 보일 것인가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사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아무리 군사기밀이나 첨단 기술을 제공해 주고 싶어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푸틴이 주고 싶어도 쉽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당장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국방부장도 공석이고, 동시에 외교적 컨트롤을 해야할 외교부장까지 살종 상태로 이어진다면 엄청난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중국 입장에서는 외교부장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돌려막기 차원에서 리자오싱을 다시 불러 외교부장직을 맡길 수 있지만 우선 나이도 1940년생으로 고령인데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외교부장을 맡은 바 있기에 지금 당장의 중국 외교 현안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왕이 부장이야 물러난지 불과 반년만에 컴백하는 것이라 공백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리자오싱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을 지금 발탁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시진핑 3기 내각에 오점을 찍는다는 문제도 있고, 자신이 임명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교체하고 숙청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체면 손상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 외교는 당장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중국은 외교가 전체 업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 그 외교가 흔들린다면 중국 전체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런 점에서 왕이 부장을 심하게 견책한 다음 다시 외교부장직을 수행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왕이를 대체할 인물이 별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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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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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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