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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영국-중국간 대충돌, 英의회에 中스파이 잠입 확인 - 중국 스파이 체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국 - 영국 의회, 중국을 ‘안보위협국’으로 지정 주장도 나와 - 리창 中 총리에게 공식 항의한 英 수낵 총리
  • 기사등록 2023-09-13 12:08:19
  • 수정 2023-09-13 12: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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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내 중국 스파이 암약 확인]


중국과 영국이 대충돌했다. 영국 의회내에 중국의 스파이가 암약한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가 인도 G20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리창 총리에게 공식적으로 항의까지 하면서 외교적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영국의 대테러 경찰은 지난 3월, 20대 후반의 한 연구원과 30대 다른 남성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면서 “이 연구원은 의회 내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 집권 보수당(토리당) 고위 의원들과 접촉했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포함한 국제 정책에 관해 의원들과 수년간 함께 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심각한 것은 이 연구원이 접촉한 이들 중엔 토머스 투건하트 안보부 부장관, 얼리셔 컨스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보안 당국은 과거 중국에서 거주하며 일한 적 있는 이 연구원이 현지에서 포섭돼 중국 정권에 비판적인 정치 네트워크에 침투할 의도로 영국에 보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단 체포된 이들에겐 공무상 비밀법 1조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 조항은 국가의 안전이나 이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정보 전달이나 적에게 직간접적으로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통신을 금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10월 초까지 보석이 허용돼 현재 풀려나 있다.


[중국 스파이 체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국]


이번 영국 의회내 중국 스파이 사건은 영국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이 웨스트민스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영국인을 요원으로 채용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중국의 영국에 대한 정보 수집이 크게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면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한때 지적 재산의 해킹과 도용에 집중되었지만, 최근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위장 요원을 활용하는 인적 첩보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의하면, 2020년에는 중국인 요원으로 추정되는 3명이 영국당국에 의해 조용히 추방된 바 있는데, 이들은 영국 언론사 중 한 곳의 기자로 위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명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에 잠입해 정보를 획득하려는 노력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보기관 중 하나인 MI5는 2022년 1월, 변호사인 크리스틴 리가 중국 공산당을 대신해 영국 의원들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의원들에게 이례적으로 '간섭 경고'를 발령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 중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20대 영국인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 공무상 비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될 당시 의회 출입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몇 년 동안 보수당 의원들을 위해 중국을 포함한 국제 정책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의회 의원들은 경악하면서 중국에 대한 분노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특히 이 스파이가 지난 6개월 전에 체포되었음에도 그동안 비공개로 처리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회 의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정부에 대한 공식 항의는 물론이고, 의회 출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신분 확인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그동안 친중 행보를 보이던 의원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타임스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 스파이로 알려진 이들이 하원 외무위원회 위원장인 보수당 의원 앨리샤 컨스와 안보부 장관 톰 투겐닷을 만난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의회내에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이 지난달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 고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난 후라서 후폭풍은 상당히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보다 회의적인 접근을 거듭 촉구해 온 전 보수당 지도자 이언 던컨 스미스는 더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이 그동안 중국에 대해 양면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보니 중국 스파이들이 영국 사회에 깊이 침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의회같이 보안이 철저한 곳에도 이렇게 스파이들이 들락거리는데 보안 수준이 덜 엄격한 다른 기관에는 얼마나 많은 중국 스파이들이 침투해 있겠는가?”라면서 “중국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의회, 중국을 ‘안보위협국’으로 지정 주장도 나와]


영국내 중국 스파이 논란이 확산되면서 중국을 안보 위협국으로 지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대표적 대중 강경파인 이언 던컨 스미스 의원 등은 중국을 '위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었는데, 스파이 의혹 인물 체포가 알려진 후 이런 목소리가 더욱 늘어났다.


사실 영국과 중국 관계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시절엔 돈독했으나, 보리스 존슨 때는 관계가 급속 냉각했으며,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중국을 '위협국'으로 지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취임한 수낵 총리는 대중국 전략을 수정해서 표현을 완화하고 실리를 추구했다.


그런데 수낵 총리 내각 내에서도 중국에 대해 강경 대 온건의 양론이 존재한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 등은 새로 통과된 국가 안보법에 따라 중국을 영국의 안전과 이익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나 중국 정부와 관련된 기업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영국 정부에 등록하고 활동을 공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징역 5년 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무부, 외무부, 산업부 등은 무역 영향 등에 관한 우려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케미 베디너크 영국 산업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중국을 위협이라고 부르면 긴장이 고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이 시대의 도전'이라는 영국의 입장은 다른 동맹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리창 中 총리에게 공식 항의한 英 수낵 총리]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영국의 수낵 총리는 인도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리창 총리를 만나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고 더타임스의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리창 총리에게 영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우려를 제기했으며, 특히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간섭에 대해 매우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 볼 것은, 수낵 총리와 중국의 리창 총리간 회동이 예정에 없었음에도 중국 스파이사건이 확인되자 10일 긴급하게 회동을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리창 총리는 수낵 총리의 주장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중국]


영국에서의 중국 스파이 논란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터무니없는 주장', '자작극' 등의 표현을 동원해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스파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영국에 대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영국 측이 허위 정보 유포, 반중 정치적 농간, 악의적 비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기자와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이른바 중국의 '영국 정보 절취' 혐의 주장은 완전히 터무니없고 악의적인 비방으로 우리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스파이, 이미 전 세계에 뻗어 있어]


영국내 중국 스파이 활동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 스파이들이 이미 세계 도처에서 암약했음이 드러난 터라 중국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3월 8일에는 뉴욕타임스(NYT)가 미 연방수사국(FBI)이 중국의 산업스파이들을 어떻게 잡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Why Times도 “FBI의 은밀한 작전, 중국 스파이를 체포하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1966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뿐 아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중국 스파이 관련 소식은 수시로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특히 사회 지도자급들까지도 중국에 정보를 넘겨주는 일들까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NYT도 지적했지만 흥미로운 것은 중국에 가서 환대를 받고 나면, 해당 학자나 엔지니어는 처음엔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내에서 친중적 행태를 보인 지도급 인사들이 많았던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국에서 일어나는 스파이 소동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도 주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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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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