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대미관계 복원 급한 중국, 국방부장도 해임했나? - 친강·로켓군 사령관 이어 돌연 자취 감춘 中 국방부장 - 리상푸 부장, 미중대화의 걸림돌로 작용 - 미중대화 진전위해 리상푸 희생양 삼았을 가능성 제기
  • 기사등록 2023-09-13 07:00:09
기사수정



[친강·로켓군 사령관 이어 돌연 자취 감춘 中 국방부장]

친강 전 외교부장과 로켓군 사령관에 이어 리상푸 국방부장이 최근들어 2주 가까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갈수록 의혹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국방부장과 같은 요직의 인물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러한 과정에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 급한 중국이 외교적 제스처로서 리상푸 부장에 대한 낙마 수순으로 들어간 것이 아닌가하는 추정도 나온다.



미국의 소리(VOA) 중국어판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던 리상푸 국방부장이 지난 8월 29일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에서 얼굴을 드러낸 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어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최근 트위터로 알려진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시 주석의 내각 라인업이 애거사 크리스티(영국 소설가)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닮았다”며 "처음에는 친강 외교부장, 그리고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된 뒤 이어 이제 리상푸 국방부장이 2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썼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누가 이번 실업 레이스에서 승리할 것인가"라며 "중국 청년인가, 시진핑의 내각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매뉴얼 대사는 '베이징 빌딩의 미스터리'라는 해시태그까지 붙였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무인도 별장에 초대받은 8명의 남녀와 별장의 하인 부부를 포함한 10명이 폭풍우로 인해 아무도 섬을 떠나지 못하는 가운데 한 명씩 살해당하지만, 누가 범인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시사 평론가 차이선쿤(蔡愼坤) 역시 지난 7일 X에 확인되지 않은 소식임을 전제한 뒤 “리상푸 국방부장이 부패와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차이 평론가는 “만일 사실이라면 신정부 팀 안에서 부국(副國, 부총리) 급인 친강 외교부장의 증발 이후 또 다른 부총리급 중요 고위관리에게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엄혹한 정치 분위기라면 안전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지정학 전문가이자 뉴델리의 국방 전략 분석가인 브라흐마 첼라니(Brahma Chellaney)는 “독재 정권은 갑자기 붕괴되기 전까지는 항상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중국은 현재 여러 위기에 대처하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현대적인 ‘포템킨 국가’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포템킨(Potemkin)’이란 미국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사용한 용어로 겉은 번듯하지만 속은 썩어 있는 경제상황을 뜻한다. 원래 이 말의 근원은 1787년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가 시찰을 나오자 환심을 사기 위해 가짜 마을을 조성했던 그레고리 포템킨 총독의 사례에서 유래됐다.


물론 리상푸 부장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친강 부장과 같이 권력의 전면에서 실각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선임연구원은 “이는 다소 과장됐다”며 “언론 보도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실각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리상푸 부장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은 중국 당국이 리 부장의 실종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고 있어서다. 중국 당국은 리 부장이 처한 상황에 대해 ‘모른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오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매뉴얼 대사의 리상푸 부장 실종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나는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리상푸 부장의 행방에 관심을 갖는 이유?]


이렇게 리상푸 부장의 행방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중요한 이유는 리상푸 부장이 미중간 관계에서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리상푸 부장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2018년 러시아로부터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그럼에도 중국은 올해 3월 그를 국방부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문제는 리상푸 부장의 이러한 전력 때문에 미중간 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당국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리상푸를 국방부장에 임명함으로써 미국의 도전에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장 미중간 국방대화가 리상푸 부장 때문에 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미중충돌의 사전 예방을 위해 국방장관 회담의 필요성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리상푸 부장에 대한 제재 조치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미중간 대화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은 단호하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상푸를 국방부장에 임명했을 때부터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중국당국이 각오했을 것이고, 이런 식으로 미국이 제재 해제를 해 준다면 각종 대 중국 제재에 대한 헤제를 요구하는 중국의 요구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제재 해제의 물꼬를 트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미중대화 진전위해 리상푸 희생양 삼나?]


이런 상황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미중간 대화의 흐름이다. 그 핵심에는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 미중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은 미중정상회담을 의도적으로 기피해 왔다.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불참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혀졌다. 이어 APEC회의 또는 UN총회를 계기로 왕이 외교부장의 방미도 점쳐졌지만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왕이의 미국행이 자칫 시진핑의 방미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인상을 풍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중국 측 대표로 애초 참석하기로 했던 왕 부장이 불참한다”며 “이에 따라 미중간 11월 APEC 계기 정상회담 개최 협의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미 국무부는 이러한 중국측 공식 반응과는 사뭇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됐든 그 이후가 됐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연내에 왕이 부장을 미국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직접 일대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런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늦가을에 시진핑 주석을 만나길 희망하고 있고, 정상 차원의 일대일 대화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으나 우리는 계속해서 이 회담의 가능성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도 11일, “리창 중국 총리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교류했다”면서 "리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도전이 아니라 기회고, 중미 양국이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하기를 바라며, 중국 경제의 발전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미중간 대화의 필요성은 미중 양국 모두 절실히 느끼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미중간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국방대화는 물론이고, 위기의 중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상무적 대화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입장에서도 위기의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국의 대 중국 관세를 낮추는 일부터 시작해서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을 늘리는 일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지금의 중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첩경이 미국과의 무역관계 활성화에 달려있다고 보는 입장에서 아무리 디리스킹을 한더라도 디커플링과의 간격 속에 내재된 무역 확장의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경제의 여력을 넓히겠다는 강한 의지가 중국에게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중국의 현실을 간파하고 있는 미국은 상무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미중간 국방대화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전제조건은 리상푸가 아닌 다른 인물로 대화에 나서기를 주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리상푸에 대한 제재를 결코 해제할 의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리상푸가 미중간 관계 회복을 위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해 리상푸에 대한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중국 최고군사법원장도 임명 8개월만에 전격 해임됐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4일, “인민해방군 군사법원 주석 청둥팡(Cheng Dongfang)이 취임 8개월 만에 직위에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20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