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김정은-푸틴 밀착에 ‘거리두기’하는 중국 - 김정은에 손 내민 푸틴, 북러 밀착 가속화 - 적극적인 러시아, 대북제재 전격 해제 가능성 - 중국은 북중러-한미일 구도 결코 원하지 않는다
  • 기사등록 2023-09-09 00:26:42
  • 수정 2023-09-09 01:50:20
기사수정



[김정은에 손 내민 푸틴, 북러 밀착 가속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급격하게 밀착하고 있는 가운데 반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일정 부분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이는 북중러 정상회담 등의 3국 밀착을 향한 급가속 패달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푸틴이 김정은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18개월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무기 확보가 시급한 탓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들어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통해 여러 전선에서 조금씩 전진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어 푸틴으로선 더욱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전선의 요충지인 자포리자주 로보티네에서 후퇴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이는 그동안 러시아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보름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시인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의 후퇴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로보티네에 이어 인근 베르보베, 토크마크를 되찾고 남쪽 아조우해 해안까지 진격함으로써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를 차단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대공세를 막을 방법이 러시아에게는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우선적으로 포탄과 무기가 태부족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푸틴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북한이 보유한 다량의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제 무기에 관심을 갖게 했을 것이라고 서방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USA 투데이는 “이전 수십년간 러시아와 북한은 결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는 복잡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운 동맹을 구축 중이란 징후가 있다”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도움이 필요하고, 북한은 역내에 영향력 있는 동맹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이에 일부 이유가 됐다”고 해석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앞서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경고했듯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협상이 활발히 진전되고 있다”면서 “결국 쇼이구 장관의 7월 방북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러시아, 대북제재 전격 해제 가능성]


이렇게 북한에 대해 매우 적극적 접근을 하고 있는 러시아는 김정은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 북러정상회담을 갖게 된다면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인터넷 매체 '프라브다.루'에 따르면 친크렘린계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세르게이 마카로프는 지난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면 러시아가 대북 제재 해제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 탄약의 대량 공급,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식량 공급과 일련의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과의 무기 및 군사기술 거래는 러시아도 승인한 바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의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대북 제재 해제를 선언하면 북러 간 무기 거래도 가능하다는 것이 마카로프의 분석이다.


마카로프는 이어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러시아군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의용군을 파견하는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돼 온 일이다.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는 북한 의용군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급격 밀착하는 북러, 한 발 거리두는 중국]


주목할 것은 이러한 북한과 러시아의 급격한 밀착이 오히려 중국의 발걸음을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거리두기 징후는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다음 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제8차 동방경제포럼(EEF) 행사에 중국은 부총리를 파견할 예정으로 있다. 일각에서는 전격적인 북중러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하기도 했지만 중국이 부총리급을 블라디보스토크에 보낸다는 것은 중요한 함의가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북한 정권 수립(9·9절) 75주년 행사에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보낸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 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당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단장을 맡은 대표단이 방북한 바 있다. 이때와 비교하면 방북단의 격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동방포럼이나 북한의 9.9절 행사에 그렇게 의미있는 인사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 나름대로 중요한 정치적 암시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선적으로 서방진영에서 흔히 판단하듯 북중러 대 한미일의 냉전적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그렇게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것이고, 동시에 중국이 북한과 지나치게 밀착하는 모습도 썩 좋은 그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러시아 무기판매, 중국은 찬성할까?]


이번 김정은과 푸틴간 만남의 핵심 주제는 북한의 무기를 러시아에 판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핵미사일과 관련된 기술의 제공도 논의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에 대해 가디언은 지난 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의 라이문드 안제이착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북한은 중국과의 합의 없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북한이 그러한 무기 거래 제안을 할 만큼 강력하거나 자유롭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우리의 결단력, 관심, 정치적 의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지도부보다 중국이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긴밀한 정치·경제·군사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동의 없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안제이착 총참모장의 전망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시진핑의 요청까지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질주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북한이 식량난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고 전 세계와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손길을 중국이 반대한다고 해서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부정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물론 이 경우 중국과의 소원한 관계 형성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9.9절 75주년 행사에 부총리급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최근 행태에 대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무기 판매는 단순하게 북한과 러시아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에 중국을 더한 북중러 결속 구도가 중국 뜻과는 무관하게 형성되면서 한미일을 포함한 글로벌 국가들과의 대립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 중국은 환영할까?]


중국이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이유는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완전히 고립된 나라이고,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중국은 그런 나라들과 한통속이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물론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과 깊은 유대 관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러시아와 운명을 같이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은 결코 원치 않는다. 특히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가게 되면 당장 냉전적 구도의 맨 선두에 중국이 서게 된다. 즉, 한미일과 서방진영의 모든 공격들에 오롯이 중국이 홀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당연히 그럴 힘도 없고 러시아 역시 이미 세계 제2위의 군사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상실했기 떄문이다.


지금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경제적 차원의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다. 중국이 입는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 경제의 급격한 경착륙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세계 경제에 주는 충격이 워낙 엄중해서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북중러의 결속은 당연히 아시아판 나토의 출범을 재촉하게 된다. 이는 사실 중국이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충돌의 상황에서도 미중간에는 어느 정도 상호 협력을 통한 무역 증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만든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 일정 부분 거리두기를 하는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도 중국을 향해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16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