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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과 원로 대충돌, 흔들리는 중국 - 中원로, 현재 위기 타파 관련 조언에 시진핑 극한 분노 - 현재의 중국 위기에 시진핑 책임론 제기하며 정책 수정 요구 - 당 원로 충고 거부한 시진핑, 본인 책임 전면 거부
  • 기사등록 2023-09-06 11:58:34
  • 수정 2023-09-06 1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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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원로 사라진 베이다이허 회의]


중국이 심상치않다. 중국 공산당 원로들과 시진핑 주석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으며, 원로들의 조언에 대해 시 주석이 극한의 분노를 폭발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닛케이)은 5일, 나카자와 가쓰지(中澤克二)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이 '시(習)정권 워치'라는 기명 온라인 연재물에서 “수수께끼였던 올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의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공산당 지도부 출신 원로 그룹의 호된 조언을 받은 뒤 측근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나카자와 위원은 이 글에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여름 허베이성의 유명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 공산당 수뇌부 출신의 초거물급 원로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면서 “시 주석 취임 후 지난 10년(2012년~2022년)과 올해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곳에 ‘여름 궁전(夏宮)’이라 불리는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시 베이다이허(北戴河)구에서 매년 7월 말이나 8월 초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2주간 여름휴가 겸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열고 국가의 향방을 정한다.


이 회의에서는 현역 지도자뿐 아니라 정치 원로들이 대거 참여해 함께 토론하는 것이 관례지만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처음으로 당내 유력 원로들이 회의에서 사라지면서 “유례없는 형식의 회의”라고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지난 8월 10일, 40년 동안 중국 지도부를 가까이서 관찰한 중국 인사를 인용해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는 당내 유력 원로들이 전부 불참했다.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이 정점에 있는 지금의 통치 체제가 확립된 여파”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RFI도 “(2012년 말 집권한) 시진핑은 11년 집권기 이래 처음으로 (전임 지도자들의)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됐다”면서 “이제 중국의 중대 정책이나 기조를 수정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진핑 스스로 반성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 스스로 당원로들을 전혀 예우해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후진타오(81) 전 주석은 지난해 10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당 대회 폐막식 도중 수행원에게 끌려나가다시피 퇴장했는데, 이후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후진타오는 베이징을 떠나 아예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주룽지(95)·원자바오(81) 등 두 전 총리는 고령인 데다 건강 이상설도 제기되면서 역시 원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직전 총리였던 리커창의 경우도 시진핑과는 파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된 예우를 받지 못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베이다이허 회의의 전통은 사라져 버렸고, 이젠 시진핑 혼자 즐기는 회의로 변화된 것이다.


[中원로 조언에 시진핑 극한 분노]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에게 직격탄을 날릴 당 원로들이 사라졌음에도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분노를 할만한 일이 있었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닛케이의 나카자와 위원은 “원래 실력 있는 원로가 베이다이허 회의에 오지 않는 상황은 시 주석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보다 더 복잡한 일이 올여름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이래 미증유의 후퇴 국면에 있다”면서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인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황과 청년 실업률 악화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국군에서 지난 7월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 사령관을 교체하고, 전랑외교를 주도해온 외교부 수장 친강(秦剛)을 해임하는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진핑과 대척점에 서 있던 당 원로들이 없었음에도 시진핑 계파를 포함한 그리 비중이 높지 않은 당내의 원로들이 나서서 시 주석에게 조언을 했는데, 이 내용들이 시진핑의 분노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중국내의 사회경제적 위기감이 극도로 심해지자, 원로들이 지난달 베이다이허 회의에 앞서 독자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현 지도부에 전달해야 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닛케이의 나카자와 위원은 “원로들의 '총의'를 모아 대표자 몇 명만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들이 시 주석을 앞에 두고 '더 이상의 혼란은 곤란하다'고 다그치며 기존에 없던 강한 어조로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조언에 앞장선 원로는 전 국가부주석이자 장쩌민의 최측근이었던 쩡칭훙(曾慶紅·84)이라고 한다.


나카자와 위원은 이와 관련해 “예상 밖의 호된 조언을 들은 시 주석은 다른 자리에서 측근들에게 분노를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내게) 덮어 씌워졌다”면서 “(집권 후)10년이나 노력했는데 문제 해결이 안 됐다. 이게 내 탓이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다.


이에 대해 나카자와 위원은 “중국 공산당을 지탱해온 원로 집단이 이런 현재 상황을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면서 “일반 민중의 마음이 당을 떠나면 통치 자체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당의 원로들이 위기의 공산당을 염려하면서 조언을 했음에도 시진핑 주석은 지금의 중국 위기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이나 집권을 하면서 잘 나가던 중국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이 모든 결과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강변을 했다는 것이다.


[당 원로 충고 거부한 시진핑]


결국 시진핑 주석은 당 원로들의 충심어린 충고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지금 중국 경제가 이대로 간다면 중국의 위기가 대사변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자칫 공산당의 존재 자체까지 부인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사실상 시진핑 노선에 대한 포기를 요구하면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지만, 이는 시진핑의 존재감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시진핑의 분노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당 원로들과 시진핑의 충돌은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적으로 중국 공산당내에서 시진핑의 노선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불만들이 함께 통일된 견해로 정리될 수 있을만큼 그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기 떄문에 시진핑도 이러한 충고를 하는 원로들을 향해 정면에서 직접적으로 타박을 주지 못하고, 돌아서서 측근들에게 분노를 표출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만약 당 원로들 앞에서 정면으로 거부감을 표시했다면, 이는 당내의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들까지 반 시진핑파로 돌려질 수 있어서 였을 것이다.


결국 지금 중국 공산당 내 분위기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중국 공산당의 존재 이유까지 파기당하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정책에 대한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잘못된 정책들을 시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고집스럽게 밀고 나갈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10년간 펼쳐왔던 시진핑 노선을 포기한다는 것도 문제다. 그렇게 되면 시진핑 노선에 대한 문책과 함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가 있다.


[브릭스에서의 시진핑 회의 불참 이유도 밝혀져]


나카자와 위원은 베이다이허 회의 비화 외에도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던 브릭스(BRICS)정상회의의 비즈니스포럼에서 예정된 연설을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이 대독하도록 한 것은 “회의장에서 좋지 않은 중국 경제에 대해 시 주석에게 직접 질문이 오면 체면을 구길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었다”고 했다.


지금 중국의 지도부가 중국 경제의 위기를 애써 회피하면서 “중국 경제는 제대로 살아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외부의 위기 제기에 대해 마땅한 해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임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와 함께 오는 7일~10일 인도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불참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경제의 실무 책임자인 리창(李强) 총리가 대신 가는 게 좋다는 측근들의 제안을 시 주석이 받아들였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이러한 글을 쓴 나카자와 위원은 1987년 닛케이에 입사해 1998년부터 3년간 베이징 주재 특파원을 지냈고, 2012년부터 중국 총국장으로 베이징에서 근무했던 중국 전문가라는 점에서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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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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