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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 한국 내정 간섭하며 훈수든 중국 - 한국에 “선의를 양보로 받아들이지 말라” 훈수든 중국 - 한중관계, 미국 영향 벗어나라는 중국 왕이 - 홍범도 사안에도 훈수둔 중국,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
  • 기사등록 2023-09-04 12: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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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선의를 양보로 받아들이지 말라” 훈수든 중국]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의 한국에 대한 도를 넘는 내정간섭이 또다시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외교적 대응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내정간섭식의 훈수는 중국 외교부는 물론이고 관영언론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중국이 한국 다스리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일 왕이 외교부장과 박진 외교부장관의 지난달 31일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중국은 한국에 대해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왕이 부장의 선의(善意)를 양보로 여기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러한 중국 선전매체의 보도는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을 향해 '전략적 자주'를 강조하며 한미일 협력 강화에 견제구를 던진 데 이은 것이어서 중국이 최근들어 한국을 향해 또다시 길들이기성 외교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낳게 했다.


중국 당국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망언 이후 박진 장관이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이라는 군자의 도(道)를 추구하자”고 먼저 제안하면서 ‘상호 존중’ 외교 구현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중국도 한국의 관계발전 희망을 중시한다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돌연 태도를 돌변한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자국 전문가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이번 한중외교장관 전화 통화는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한중 관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한반도연구센터 잔더빈 주임도 왕 부장이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을 지지한다고 말한 점을 언급한 뒤 “한중일 메커니즘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의 선의를 보여준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양보의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민감한 주제에 대해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잔더빈 주임은 또한 “박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 안정화에 대한 한국의 기대를 전달했지만, 중한 관계의 현상 유지에 대해 도발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고 도전한 것은 한국 정부”라면서 “한중 관계는 중국의 핵심이익인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한국이 이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며 훈수를 뒀다. 그러면서 “이젠 한국이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라고 주장한 것이다.


[한중관계, 미국 영향 벗어나라는 중국 왕이]


사실 글로벌타임스 같은 관영 선전매체가 이렇게 한국을 직격하며 선동에 나섰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중요한 방향전환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에서도 묻어난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31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양국 관계 발전에는 내생적 동력과 필연적 논리가 있으며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이 전략적 자주를 강화하고 각종 역(逆)세계화 조작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저지하며 양국 각 분야 호혜협력을 심화해 양국 인민을 더 행복하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비록 특정 국가를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대중국 견제의 수위를 높이는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한국에 궤도 수정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 부장은 그러면서 “외부 요인의 간섭을 방지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선을 긋지 않으며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가도록 추진해 지속 가능하고 강력하며 긴밀하게 협력하는 30년을 열어야 한다”면서 독자적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왕이는 양국의 경제 무역 협력을 양국 관계의 '밸러스트 스톤'(배의 무게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싣는 돌)으로 비유하며 “한중 협력 확대가 한국의 지속 가능한 번영과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진 외교부장관은 “한중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동반자로, 올해는 한중 관계의 두 번째 30년을 시작하는 해”라고 운을 뗀 뒤 “산업망과 공급망에서 특정 국가를 겨냥한 디커플링을 할 의사가 없으며 '탈중국화'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대 중국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홍범도 사안에도 훈수둔 중국]


중국은 최근 한국내에서 일고 있는 홍범도 논란에 대해서도 주제넘게 훈수를 뒀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30일, ‘항일 독립투사를 홀대하는 나라는 대체 어디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은 육군사관학교 내 항일 장군 홍범도의 흉상은 이전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시기 만주군 출신 친일 백선엽 장군으로 대체한다”면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실명 언급하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없이 내비쳤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박 장관이 지난달 초 중국의 뤼순 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의사 전시실 및 조선족자치주 내 윤동주 시인 생가 폐쇄 결정을 두고 “(중국은) 소인배나 갈 법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언급하며 반박하기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한국은) 정상적인 보수공사 활동을 두고 악의적으로 항일 독립투사를 홀대했다고 했다”면서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의 본거지였던 중국 동북 지역에서 우리 민족의 항일 투쟁 산실들의 폐쇄조치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한 항일 흔적지들의 일시 폐쇄는 공사로 인한 것이지 다른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 언론들의 취재 내용은 중국측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임이 드러난다. 중국 주장대로 보수 공사 등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유독 항일운동 근거지들이 모두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국방부의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은 국내 각계각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며 그 근거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지난달 27일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육사 교정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했던 바 있다.


이러한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에 대해 실명 거론된 박민식 보훈부장관은 3일, “대한민국 보훈 업무에 대한 중국의 훈수를 사양한다”며 “중국 언론의 행태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며, 중국 언론들이 날조와 비방, 허위사실을 동원해 대한민국을 비난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홍범도는 어떻게 대우하고 백선엽은 어떻게 대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보훈부가 하는 일을 마치 자신들의 정부가 하는 일인 양 훈수를 두고 있는데, 이를 사양한다”고 직격했다.


박 장관은 이어 “대한민국이 중국의 내정 간섭을 받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며 “부디 타국에 대한 도 넘은 참견, 외교 관례상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에 유의해 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표현을 돌려 드린다”고 했다. ‘불용치훼’는 상대방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으로, 중국 외교 당국이 상대방을 강한 어조로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한다.


실제로 지난 4월, 중국 외교부 대변인 왕원빈은 대만해협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지 말라는 의견을 내비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불용치훼”라고 했던 바 있다. 이번 박 장관의 ‘불용치훼를 돌려 드린다’는 언급은 이를 의식하고 한 말로 해석된다.


[부쩍 늘어난 내정간섭, 불안함의 표현인가?]


원래 중국 외교의 본색은 한국의 외교를 중국의 관리하에 두는 것이다. 이것이 시진핑의 신형대국관계론의 핵심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정부들어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고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이 글로벌 국가들로부터도 고립을 당하게 되자 다시금 한국 챙기기에 나선 것이고, 한국을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아래 두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이러한 중국의 외교적 강공을 통해 한국내 여론이 반미친중(反美親中)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정치권에서 한국 정부의 반중적 태도를 비판하면서 최소한 미중간 중립적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할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들어가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이 이렇게 외교당국과 관영매체들까지 총체적으로 들고 나선다는 것은 중국의 한국 정책에 대한 방향이 정해졌고, 또한 그러한 흐름으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 지금 중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외교정책은 대단한 착각에 기반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이번에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 외교적 압박일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은 한중일 정상회의에 그렇게 목매달고 있지 않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 외교적으로 아쉬운 쪽은 중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그런데 왕이는 5년전쯤의 한중관계를 생각하면서 또다시 구태의연한 훈수를 두면서 한국에 내정간섭을 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고립되는 것은 중국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분명히 강조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리 만만한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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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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