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빈 자리 노리는 중국 - 경제부터 안보까지 '아프리카 끌어안기' 나선 中 - 아프리카에 눈독 들여왔던 中, 안보분야 진출 본격화 - 러시아 뒤통수 노리는 중국, 러시아의 핵심이익 노려
  • 기사등록 2023-08-31 05:39:04
기사수정



[경제부터 안보까지 '아프리카 끌어안기' 나선 中]


그동안 경제적 측면에서 아프리카에 눈길을 두던 중국이 프리고진의 바그너그룹이 사실상 와해될 위기에 처하자 이젠 군사적 지원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바그너그룹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반자국가인 러시아의 존재마저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끌어안기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눈길을 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자 지면을 통해 “중국이 29일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안보포럼을 열고, 리상푸 국방부장(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중국군이 평화 유지 임무뿐만 아니라 연합 훈련과 훈련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리 부장은 이어 “중국과 아프리카의 협력 속에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안보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국제적인 공평과 정의를 견지한 채 세계에 더 많은 확실성과 안정성, 긍정적 에너지를 주입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아프리카 50여 개국과 아프리카 연합의 국방 관리와 군 수뇌부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리 부장은 군사 협력이 세계를 더욱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에 눈독 들여왔던 中, 안보분야 진출 본격화]


사실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의 구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대일로를 내세워 아프리카 각국과 외교관계를 강화해 왔던 중국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으로 바그너그룹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이젠 아프리카에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 안보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뜻을 비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리 부장은 “"우리는 공동의 포괄적이고 협력적이며 지속 가능한 안보의 비전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대결이 아닌 대화, 동맹이 아닌 파트너십, 제로섬이 아닌 윈윈의 새로운 안보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부장은 이어 “중국은 아프리카 국민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함께 이행하고 공동 운명의 안전한 중국-아프리카 공동체를 함께 건설하기 위해 굳건히 설 용의가 있다”면서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기도 했다.


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국가 대표들은 아프리카의 평화·안보와 해상 안전, 테러 대응 상황,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 지역 형세 등 의제에 관해 발언했다.

아프리카 대표들은 또 중국이 아프리카의 평화·안보에 보내준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고 중국 국방부는 전했다.


[바그너그룹 빈 자리 노리는 중국]


흥미로운 것은 이번 회의가 시진핑 국가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와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위해 21일부터 2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 나흘 만에 열렸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중국이 아프리카 공략에 외교적 명운을 걸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인프라 건설과 무역 등 경제 영역부터 '글로벌 다자주의 확대' 같은 정치·안보 영역까지 아프리카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중국은 해외 파병 평화유지군의 80% 이상인 3만2천여명을 아프리카에 배치하고 있기도 하다. 참여 중인 유엔 평화유지 임무는 17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운데 아프리카에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낸 국가다. 중국군의 해군 함대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정기 방문하는 일도 자주 공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아프리카의 바람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준수하면서 아프리카의 평화·안보 문제에 대한 관여를 강화해왔다”고 자평하며, “중국이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쑹웨이 베이징외국어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글로벌타임스에 “강대국 간 일방주의의 부활과 지정학적 경쟁의 격화는 아프리카를 중요한 경쟁의 장으로 만들었고, 이런 역학 관계는 아프리카의 안보 상황과 발전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일방주의'의 주체로 미국을 지목해 비판하면서 '다자주의'를 내세워왔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군사 기술 교류에 참여하고, 아프리카의 군대·국방당국과의 합동 훈련 등에 열린 태도를 유지하며, 평화유지군 훈련도 제공할 것”이라는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의 의견도 소개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사실상 그동안 러시아가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을 통해 아프리카 독재자들의 뒷배 역할도 하고, 그러면서 지하자원을 강탈해 가던 그 역할까지 사실상 마다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명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 뒤통수 노리는 중국의 본심]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력이 쇠해진 틈을 타 러시아의 빈 자리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속셈은 중국 관영 언론들을 통해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8월 8일, 중국 공산당의 입으로 불리는 관영 환구시보는 '러시아와의 정당한 협력은 자제할 필요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환구시보는 “양국의 협력은 제3자를 배척하거나 겨냥하지 않는 개방적인 것으로, 두 독립 강대국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고, 동맹이 아닌 동반자여서 미국 등 서방 엘리트들을 곤혹스럽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화이부동은 공자가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고 말한 데서 비롯한 성어로,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환구시보의 표현 그대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기묘한 틈이 존재한다. 지난해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시베리아 극동 지역에서 ‘Vostok(동부)-2022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었는데, 여기서도 양국 군대는 연합작전훈련을 실시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각자 파견부대를 중심으로 각자 지휘소가 독립적으로 지휘하는 형태의 훈련만 했다. 중러관계가 동반자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동맹은 아님을 군사훈련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양국간의 관계에서 삐걱거림은 지난 7월에도 보였다.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방안을 전격 발표했는데, 이러한 중국의 정책에 러시아는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비해 내수용 게르마늄 생산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면서 중국의 김을 빼버렸다. 러시아가 중국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그래서 중국 내에서는 “등에 칼을 꽂는 행위”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이뿐 아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한 듯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러시아가 전쟁으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 중국이 실속을 챙기면서 러시아가 만들어 놓은 곶감들을 쏙쏙 빼 먹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빼먹을 것들을 다 챙기면서 정작 러시아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러시아의 국제적 빈자리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 그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서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던 군사적 역할까지도 이젠 중국으로 대치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 2021년 7월 1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파키스탄에서 잠비아까지: 누가 중국의 진짜 친구인가?”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올렸다. 중국전문가인 마리아 시오우(Maria Siow)가 쓴 이 글은 중국 외교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주 의미있는 보도라 할 수 있다.

SCMP는 “중국 외교성명의 영문판에 중국과 ‘ironclad’(쇠처럼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바위처럼 단단한)로 표현되는 국가가 14개인데, 중요한 것은 이들 14개 국가의 명단에 러시아와 북한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러시아가 중국의 ‘ironclad’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을 연구하는 탁사실라연구소 마노지 퀴왈라마니(Kewalramani)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중국에게 전략적 파트너는 될 수 있을지언정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가시지 않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이 중국과 러시아 관계의 속살이고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흔들리는 러시아 위상을 중국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607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